[아츠앤컬쳐] 하늘과 땅이 생겨난 맨 처음, 태초에 산이 있었다. 그것은 하늘과 대지를 잇고, 대기의 숨결이 탄생하는 곳이다. 아마도 시원의 역할을 하는 ‘신화 속 창조적 존재’의 출현일 것이다. 이정희의 도조(陶彫) 작품은 시간을 초월한 절대적 시점인 ‘태초(beginning, 太初)’의 산에 대한 인상을 담아냈다. 마치 사유의 바다 위를 항해하고 있는 것처럼, 명상적인 고요함마저 감돌고 있다.태초에 대한 대표적인 이야기는 성경 구절에서 만날 수 있다. 창세기 1장 1절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라는 대목부터 극적인
[아츠앤컬쳐] 계절에도 색이 있다. 그것은 생명의 흔적이다. 생명은 계절에 따라 다른 표정을 짓고, 색은 그 표정의 변화를 좇는다. 봄은 움트는 생명의 기지개, 여름은 역동적인 활개, 가을은 결실의 여유로운 낭만, 겨울은 휴식의 숨 고르기를 드러낸다. 오용길의 풍경이 정겨운 이유는 그 계절의 색과 표정을 놓치지 않고 일일이 붓끝으로 낚아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그림에선 자연의 맑고 청명한 기운으로 포착된 일상의 파라다이스를 만날 수 있다. 마침 오용길의 개인전이 서울 압구정의 청작화랑에서 진행 중이다.오용길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
[아츠앤컬쳐] 호리아트스페이스가 신년맞이 첫 기획전으로 MZ세대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만나보는 전시를 개최한다. 보통 MZ세대는 군사정권 시기나 민주화 시대 이후의 젊은 세대로 통한다. 특히 1981년생부터 1990년대 초중반생의 밀레니얼세대(M세대)와 1990년대 중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생인 Z세대를 묶어 부르는 우리나라의 신조어이다. 한편으론 아날로그 세대와 디지털 세대의 가교역할을 하기도 한다.흔히 세대 간 성격은 일상생활의 향유 방식부터 사고방식까지 큰 차이를 보인다. 성
[아츠앤컬쳐] “경계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경계는 이곳과 저곳을 구분하는 동시에 만나는 곳이다. 또한 생성과 변화의 에너지가 머무는 곳이기도 하다. ‘나’라는 창작의 주체가 인위적인 행위로 작업하지만, 그 행위를 통해서 자연이란 원초적인 요소를 다룸으로써 화면이란 가상공간에 창조적인 또 다른 자연을 구현해낸다. 마치 태초의 세상이 열리고, 음과 양의 조화, 오행의 상극과 상생에 의해서 자연이 만들어지는 과정이기도 하다.”채성필의 작업은 흙에서 시작해서 흙으로 정리된다. 흙이란 재료는 가장 근원적인 공간에 대한 물음의 답을 찾는 최적
[아츠앤컬쳐] 권옥연(1923~2011) 화백은 생전에 ‘한결같은 중후함과 삶의 진정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에 ‘난 아직 부족해’라는 말씀을 달고 살았다. 항상 깊은 사색의 모습과 선문답처럼, 일상의 삶을 관조하던 음유시인이자 낭만화가의 대명사였다. 그 권옥연 화백의 ‘탄생 100주년 기념전’이 마련된다. 그동안 이중섭, 박수근, 장욱진 등 국민화가들의 회고 기념전을 열었던 현대화랑이 이번엔 권옥연 화백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각 시대의 화색(畵色)을 대표했던 20점으로 회고 기념전을 개최하는 것이다.흔히 어스레
정혜승의 HER story, 또 다른 나를 향한 내밀한 독백[아츠앤컬쳐] “고전적 방식의 인물이 아닌 특정한 캐릭터를 만든다. 현실과 이상에서 혼돈의 삶을 살아가며 현실에 안주하게 되는 ‘현실 속 그녀들’이 주인공이다. 한 번쯤은 꿈꿔보는 일탈의 욕구, 그녀의 내면을 ‘외출’이라는 이야기를 가지고 풀어가고 있다. 영화 속 한 장면의 그녀처럼 가장 예쁘고 화려한 모습을 꿈꾸기도 한다. 외출 준비를 한 그녀는 세상 밖으로 나가서 멋진 꿈과 기회와 인연을 만날 것을 기대한다.”외출은 용기이자 도전이다. 평온한 은신처를 벗어난다는 결심은
[아츠앤컬쳐] 고성희 작가는 작품의 중심적인 모티브이자 출발점을 ‘기억’으로 삼고 있다. 인간은 ‘기억과 망각의 그물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이기에, 그 둘의 사이를 무수히 오가며 삶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 만약 인간에게 망각의 능력이 없었다면, 온전한 삶도 불가능할지 모른다. 그래서 적절한 망각은 건강한 삶을 만들어주는 구심체이기도 하다. 고성희 작가는 기억의 어떤 면을 주목하는 것일까?기억(記憶)과 망각(忘却)은 빛과 그늘과도 같다. 동전의 양면처럼 등을 맞대야만 존재할 수 있다. 흔히 기억의 반대말을 망각이라고 하지만, 기억의
[아츠앤컬쳐] 수많은 창이 겹쳐 있는 듯하다. 제각각의 빛을 품은 그 창들은 서로 다른 감정들을 드러내고 있다. 박은진의 그림은 ‘내부에 갇혀 있던 무의식과 의식의 충돌’을 표현한다. 그래서일까, 작품마다 작가의 감정을 유추하게 되며, 그것은 다양한 색이 지닌 의미들을 해석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린 이나 보는 이의 서로 다른 인식은 색의 파동으로 공명을 일으켜 잠재적 자아를 발견하게 된다. 박은진은 정신적 증상을 회화적 터치로 옮기고 있다. 다분히 즉발(卽發)적인 즉흥성의 흔적들이 지배적이지만, 나름의 질서와 운율이 수반되었다.
[아츠앤컬쳐] 미디어 3사가 협력해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한 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국내 최대 민영통신사인 뉴시스(대표 강호병)를 비롯해 TV조선(대표 주용중), 아트조선(대표 방정오) 등 미디어 3사가 공동 주최하는 ‘ArtPick(아트픽) 30’전은 국내의 주목받는 현대미술가 30인의 15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우선 이번 ‘ArtPick 30’전의 특성은 여러 언론사가 의기투합해 주최하는 미술전시라는 점이다. 한국 현대미술을 견인해나갈, 역량과 경쟁력을 갖춘 작가를 언론사의 시각에서 검증하고 엄선했
[아츠앤컬쳐] 조성희 작가가 하나은행 아트뱅크와 협력해 대규모 초대전을 갖는다. 이번 전시는 조성희 작가의 작품세계가 하나금융그룹의 비전과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성사된 것이다. 전시 제목은 「Share your Happiness : Ticket to paradise」이다. 제목에서 짐작되듯, 우리의 행복에 관한 물음으로 작품의 만남은 시작된다. 누구나 자신만의 유토피아를 꿈꾼다. 어쩌면 태어나는 순간부터 꿈속의 이상향을 좇다 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만큼 행복의 실체는 막연하기도 하고, 모호하기도 한 처음부터 답이 없
[아츠앤컬쳐] 권영애의 그림은 색감이 특유의 편안함을 전해준다. 차분하면서도 정적이고 사유적이면서도 현대적인 감성까지 묻어난다. 이렇게 시각적으로 큰 자극 없이 감성적 여운을 자아내는 색을 쓰기도 쉽지 않다. 전통적인 미감과 현대적 조형미가 어우러진 화면은 옻칠로 완성된다. 서양의 물감이 외부로 발산하는 색이라면, 옻칠은 내면으로 스며드는 침잠의 색이다. 수많은 공정을 거쳐야만 원하는 색에 근접할 수 있는 옻칠의 특성상 인내의 시간을 요구한다.화면의 바탕을 이루는 주재료는 삼베이다. 흔히 문학 작품 속에서 삼베는 ‘어머니의 땀과 눈
[아츠앤컬쳐] 공태연의 그림을 바라보고 있으면 수많은 선율이 어른거리고,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악상(樂想)들이 떠오른다. 우선 어둡고도 격정적인 교향곡의 대명사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의 ‘교향곡 제25번 G단조, K183’이 스친다. 불과 17세의 나이에 ‘사랑에 번민하던 어떤 예술가의 격정적인 욕망과 발작’을 표현한 듯한 심오한 감정을 어떻게 그리 작곡할 수 있었을까. 단연코 모차르트의 41개 교향곡 중 깊은 인상을 전하는 명곡이다. 아마도 빈으로 떠났던 음악 여행 후에 작곡한 이 교향곡은 모차르트
[아츠앤컬쳐] 오랫동안 한국의 전통적 미감을 새롭게 재해석해온 서수영 작가가 신작 30여 점으로 개인전을 갖는다. 지난 30여 년 동안 서수영에게 가장 큰 과제는 ‘한국 전통회화에 담긴 특유의 감성미를 어떻게 현대미술로 재해석할 것인가’였다. 단순히 과거와 현재의 시공간을 잇는 과정을 넘어, 동시대의 감성적 코드와도 교감할 수 있는 ‘현재 진행형의 한국미’를 찾기 위한 노력의 연속이었다. 이러한 서수영 작가의 행보는 우리 현대인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요구하며, 새로운 미적 경험들을 통해 한국 회화의 자긍심을 다시 전하고 싶은 바람의
[아츠앤컬쳐] 올리브나무, 무화과나무, 종려나무, 포도나무, 유향나무, 사과나무, 뽕나무…. 성경에 등장하는 나무들은 여럿이다. 이 중에 자주 언급되는 예는 종려나무(Palm tree)가 대표적이다. 일명 ‘대추야자’로 불리는 종려나무의 열매는 식용으로 쓰고, 이파리는 지붕을 잇는 재료로 사용되며, 나무는 목재, 꽃은 술의 원료로 쓰이니 버릴 게 하나도 없다. 의인은 종려나무 같이 번성하며 레바논의 백향목 같이 성장하리로다. 이는 여호와의 집에 심겼음이여 우리 하나님의 뜰 안에서 번성하리로다.(시편 92:12-13) 승연례 화백은
[아츠앤컬쳐] 춘천문화예술회관 전시장에서 특별한 봄의 기운을 먼저 만날 수 있는 흥미로운 전시가 열린다. 1일부터 말일까지 진행되는 전시는 춘천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춘천예술촌 레지던시프로그램 1기 입주작가의 결과보고전 성격이다. 모두 10명의 초대작가가 군집개인전 형식으로 200여 점을 선보인다.전시 제목의 ‘상춘십곡(賞春什曲)’은 조선 전기 정극인(丁克仁)이 지은 가사 『상춘곡(賞春曲)』에서 참고한 것이다. 여기엔 ‘세속적인 욕망을 버리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 사는 자연친화적인 가치관’이 담겼다
[아츠앤컬쳐] 임희조 작품은 ‘엉뚱 발랄한 귀여움’이 남다른 매력이다. 보는 이를 미소 짓게 하는 묘한 동질감을 자아낸다. 그림엔 남성이 없다. 둘이거나 혼자인 여성, 고양이, 강아지, 오리, 나무, 꽃 등이 전부다. 참으로 단순하다. 약간은 미완으로 보일 정도의 심심한 그림들은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을까. 마치 먼 추억 속에서 신기루처럼 잠긴 기억을 다시 떠올린 기분이 든다. 스치듯 평범한 일상의 포착, 그저 평온한 인물들의 표정에서 더 없는 위안을 받는다.임 작가는 평소의 작업 과정이 ‘나다움을 찾는 과정’이라고 한다. 누구에게나
[아츠앤컬쳐] 고요하고 아스라한 여명, 신묘한 낙조의 여운, 장엄한 밤하늘의 깊이 그리고 거센 풍랑을 몰고 온 밤바다 혹은 거친 숨을 몰아쉬는 모래톱… 김영화의 그림을 한마디로 묘사하기가 쉽지 않다. 단순한 화면의 추상화라고 하기엔 너무나 생생한 감정까지 느껴지고, 실감 나는 구상화라고 하기엔 정의할 수 없는 모호한 정경(情景)이다. 마치 자연의 리듬을 활용한 무기교의 기교나 박석(薄石)의 미학이 연상된다.무거운 고요함이 감돌면서도 청명하고 화려한 기운이 충만한 그림이다. 아마도 우리 옛말 중에 ‘검이불루화이불치(儉而不陋華而不侈)’
[아츠앤컬쳐] 대규모 설치 작업으로 이름난 천대광의 첫 번째 갤러리 전시가 청담동 호리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다. 천대광 작가는 지난 해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미술품수장센터 앞 잔디광장에 다채로운 재료와 형상으로 이뤄진 작은 ‘도시’를 선보여 큰 주목을 받았다. 이상적인 도시의 개념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전시 제목을 로 잡았었다. 작품들은 한국 대종교 경전인『 천부경(天符經)』과 중세 유대교 신비주의 사상 ‘카발라(Kabbalah)’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것이었다. 우주의 원리와 이치를 설명한 내용을 참고로 작가적 해
[아츠앤컬쳐] 한국 현대미술가의 작가적 역량을 생생하게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대형전시가 열린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층 전관에서 한국 현대미술가 12명이 꾸미는 전(10.1~10.8)이다. 중진작가인 이건용ㆍ서용선ㆍ오원배, 중견작가인 민병훈ㆍ김남표ㆍ변웅필ㆍ윤종석ㆍ송필, 유망작가인 강준영ㆍ박경률ㆍ박효빈ㆍ유현경 등 70대에서 30대의 회화, 조각, 설치, 영상 등 다양한 형식의 미술장르가 한자리에서 선보인다. 특히 10~20미터의 초대형 작품은 물론 전시기간 내내 현장에서 작품이 제작되는 과정도 만날 수 있다.이번
[아츠앤컬쳐] 누구나 ‘내 생애 가장 갈급한 소원’ 하나씩은 품고 산다. 대개는 큰 뜻을 품고 사회에 선한 영향을 끼치는 대의적인 행보와는 거리가 있다. 한 설문조사에선 시급한 소원의 순위가 취업, 경제력, 건강, 가정의 화목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결국 인생의 적지 않은 비중이 ‘돈’과 직결된 것이 현실인 셈이다. 점차 나아지고 있다하나, 다양한 관점에서 개인의 생활적 환경이 개선되길 바라는 것은 공통점일 것이다. 만족스러운 영위와 영달을 갈구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다. 특히 ‘뭔가 좋은 일이 벌어질 것 같은 기운’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