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영화나 드라마의 시청자들에게 장면과 음악의 일치감은 고도화된 감각을 선사한다. 특히 그 감각이 기억의 한 조각과 맞닿을 때 만족감은 더욱 상승한다. 사람들은 보고 있는 장면에서 과거나 현재의 기억이든, 미래의 상상이든, 자신의 흔적을 확인하는 것 같다. 물론 굳이 영상 음악이 아니더라도 음악을 듣는 순간 기억과 만나는 경험은 종종 일어난다.이스라엘을 대표하는 여가수 이쉬타르(Ishtar)의 목소리는 여러 기억들을 마치 사진처럼 그려낸다. 특히 대표곡인 ‘유칼립투스의 숲’에서 그녀의 목소리는 아련한 기억의 장소로 우리를
[아츠앤컬쳐] 세르주 멘데스와 밴드 브라질 '66의 ‘Mas que nada’를 듣노라면 “생동감”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마음보다 먼저 반응하는 가볍고 기쁜 몸의 신호가 머리의 끄덕임으로, 어깨의 들썩임으로, 사뿐한 걸음걸이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흡족한 활동성을 전달하는 ‘Mas que nada’는 브라질 삼바의 입문곡으로 세계인의 음악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Mas que nada”라는 말은 브라질 사람들에겐 흔히 쓰이지만, 우리말로 직역하기엔 쉽진 않다. 종종 국내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거시기하다”는 군말로 모든 의사소
[아츠앤컬쳐] 지난해 중반 한 뉴스 매체를 통해 러시아의 전승절 기념행사가 대폭 축소되었다는 내용을 접했다. 담당 기자는 그 이유를 ‘불멸의 연대’ 행렬을 꺼리는 러시아 정부 측 입장이라 밝히며, 주요 행사인 연대행렬이 반전 시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 했다. 사실상 전승절 행사의 꽃인 연대행렬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자식을 잃은 부모들이 가담하리란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러시아 정부로서는 시위나 테러보단 우크라이나 전쟁의 실상을 대내외적으로 드러내는 일이 몹시 불편했을 터였다. 러시아의 전승절은 5월 9일로, 194
[아츠앤컬쳐] 이탈리아의 하이 패션 그룹인 돌체 앤 가바나(Dolce & Gabbana)는 독일의 저명 미디어상인 리드 어워드(Lead award)를 두 번이나 수상한 바 있다. 이는 그룹이 출시한 향수 광고들 덕분인데, “더 원”이나 “라이트 블루”, “시실리”, “디보션” 등의 광고에 유명 감독들과 남녀 배우들이 합류해 멋진 장면들을 연출했기 때문이다. 특히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촬영한 “더 원” 광고는 “Street of dream”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흑백필름으로 뉴욕 거리 풍경을 좇으며 스칼렛 요한슨과 매튜 맥커너히 사이
[아츠앤컬쳐] 포르투갈어로 ‘사우다지’란 우울 또는 향수에 젖은 깊은 그리움의 상태이다. 즐거움과 기쁨의 시점으로부터 분리된 감정이나 경험, 또는 기억으로 생성된 ‘사우다지’는 라틴어 ‘고독’에서 유래되어 브라질 민족의 아련한 슬픔을 대변한다. ‘사우다지’의 감정은 브라질을 대표하는 음악인 보사노바에 많이 담겨있는데 가장 유명한 곡으로 안토니우 까를루스 조빙(Antonio Carlos Jobim)의 1956년 작품인 ‘슬픔이여 이제 그만’을 꼽을 수 있다. 원어로 ‘셰가 지 사우다지’라 불리는 이 곡은 조빙의 아니마(anima)로
[아츠앤컬쳐] 90년대 초에 젊음을 불태웠던 세대에게 ‘람바다(Lambada)’는 매우 특별한 노래였다. 그룹 카오마(Kaoma)의 데뷔 앨범 에 실린 이 곡은 당시 수많은 젊은이를 라틴 댄스에 눈뜨게 했다. 앨범은 카리브해의 여러 람바다와 레게, 살사 등 이국적인 비트들로 가득 차 있었는데, 그중 가장 흥겨운 ‘람바다’는 댄스파티를 주름잡는 최고의 히트곡이었다. 그러나 이 흥겨운 곡이 뜻밖에 이별의 가사를 지니며, 원곡 또한 브라질이 아닌 안데스산맥에 자리한 볼리비아의 노래임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았다
[아츠앤컬쳐] 세상에는 여인의 이름을 제목으로 한 노래들이 참 많다. 마이클 잭슨의 ‘빌리 진(Billie Jean)’을 포함해 닐 다이아몬드의 ‘스윗 캐롤라인(Sweet Caroline)’, 에릭 클랩튼의 ‘레일라(Layla)’, 더 폴리스의 ‘록산느(Roxanne)’ 등이 그것이다. 연모하는 여인의 이름을 부르며 사랑을 갈구하는 노래들은 일반적으로 남성 가수들의 전유물로서 인기를 끌어왔다. 팝이나 락은 물론 샹송에서 가요에 이르기까지 남성 가수들의 개성적인 목소리는 많은 여인의 이름을 부르고 각인시켰다. 알제리의 유명 가수인 할
[아츠앤컬쳐]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가수 마리자(Marisa)의 ‘나의 파두’를 접한 사람이라면 아마도 ‘파두’가 범상치 않은 음악임을 금세 눈치챘을 것이다. 그녀의 놀라운 가창력 이상으로 ‘파두’의 음률에 실린 사우다드가 그지없이 강렬하기 때문이다. 포르투갈의 전통음악인 ‘파두’의 이러한 느낌은 바다를 업으로 살아갔던 무수한 사람들의 눈물 젖은 염원에서 기인한다.이베리아반도 서쪽에 자리한 포르투갈은 15-17세기 대항해시대의 탐험으로 인해 강대국의 반열에 올랐다. 남아메리카를 위시해 아시아, 아프리카, 오세아니아에 제국을 건설한 포
[아츠앤컬쳐] 여행병이 도지는 계절인 여름이 왔다. 이 무더위 속에서 대다수 사람은 일상이 아닌 일상의 보상을 위해 일하고 있는 듯하다. 컴퓨터 모니터를 가득 채운 바닷가 풍경을 위안 삼아 작열하는 태양만큼이나 치열한 일정들을 견디면서. 여행의 설렘은 이처럼 과중한 업무량이나 감정의 중량감을 견딜만한 것으로 만든다. 이국적 향취를 불러오는 노래 한 구절 역시 만성피로를 완화하는 특효약이라 할 수 있다.‘자메이카 페어웰’을 한 마디로 단정하자면 ‘심신을 술렁이게 하는 노래’이다. 여행 욕구를 부추기는 이 노래는 자메이카 칼립소(cal
[아츠앤컬쳐] 1990년대 초반 세계적인 인기를 구가한 그룹 집시 킹스(Gipsy Kings)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들의 앨범은 세계 각국의 음악 차트를 석권했고, 많은 영화와 TV프로그램, 광고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소개되어 각광받았다. 집시 킹스는 카탈루냐 룸바나 플라멩코 등 라틴 음악의 진수를 들려주며 당시 월드뮤직 시장을 뜨겁게 달구었다. 이들의 음악은 사실상 전통적인 플라멩코와는 구별되는 색채감을 지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라멩코를 세상에 널리 알리는데 크게 이바지했다. 마치 여느 와인(wine)과는 구
[아츠앤컬쳐] 아프리카 서쪽 대서양에 위치한 카보베르데(Cabo Verde)는 우리에게 다소 낯선 나라이다. 크고 작은 섬들이 무리를 이룬 군도라는 지형 조건 때문에 근래에 와 국내 여행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것들에 관해선 제한적 지식에 머물러있다. 그러나 카보베르데는 월드뮤직의 세계에서 매우 중요한 나라 중 하나로, 이는 ‘맨발의 여가수’ 세자리아 에보라(Cesaria Evora)나 전통음악인 ‘모르나(morna)’의 인지도로 증명된다.‘한탄하다(mourn)’란 단어와 맥을 같이하는 ‘모르나’는 카보베르데의 대표
[아츠앤컬쳐] 사람들은 1966년에 개봉된 를 하나의 ‘시’와 같은 영화라 말한다. 대사와 설명의 무게를 덜어낸 클로드 를루슈(Claude Lelouch) 감독의 촬영 기법이 무심한 듯 보이나, 실상은 감정의 소용돌이들을 샅샅이 들춰내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속 비극을 자양분으로 피어난 사랑 이야기는 를루슈 감독의 의도 아래 절제된 영상과 음악으로 고스란히 표현된다. 이때 를루슈와 음악감독인 프랑시스 레(Francis Lai)의 콜라보는 두 주인공 간의 감정선을 진솔하게 투영하며 관객의 감정전이를 끌어낸다.의
더디 가기를 선택해야 할 때[아츠앤컬쳐] 조르주 무스타키(Georges Moustaki)는 샹송 계의 음유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음유시인은 웅변가와는 달리 나긋하고 조용한 어조로 사람의 마음에 파문을 남긴다. 조르주 무스타키가 딱 그러한데, 이는 그의 자작곡들이 주는 고요하고 그윽한 울림 때문이다. 그는 300편이 넘는 샹송 작가이면서 늘 향수와 멜랑꼴리를 전달하는 가수이기도 하다. 사색적이면서도 감수성을 잃지 않는 그의 노래 중 1969년 작 ‘너무 늦었어요’는 유일하게 그의 어린 딸을 언급한 노래로 유명하다. 제목이 알려주듯 가
[아츠앤컬쳐] 바야흐로 봄이 시작되었다. 봄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풍경은 아마도 거리 이곳저곳에서 담소를 나누는 젊은이들의 싱그러운 모습일 것이다. 한층 가벼워진 옷차림으로 미소를 지으며 간간이 웃음을 터뜨리는 그들에게서 우리는 인생의 가장 찬란한 때를 본다. 봄은 계절의 시작이면서 사랑과 행복의 첫 단계를 의미하고, 마치 라틴 노래 ‘끼엔 세라’와 같이 나른함과 유동성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루이스 데메트리오(Luis Demetrio)와 파블로 벨트란 루이즈(Pablo Beltrán Ruiz)의 ‘끼엔 세라’는 볼레로-맘보 스타일
[아츠앤컬쳐] 라디오 문화에 젖어 있던 7080세대에게 폴 모리아(Paul Mauriat)의 이름은 너무나 익숙하다. 이지 리스닝계의 대부이자 프렌치 인베이전(french invasion)의 선발주자인 폴 모리아의 명반들은 그들의 젊은 시절을 풍요롭게 했기 때문이다. 이 명반들은 여러 면에서 음악시장의 판도를 바꿨는데, 무엇보다 가사를 지니지 않은 경음악이 노래와 똑같이 사람들을 매료시킬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수많은 폴 모리아의 음반들 중 68년 필립스 레코드가 출시한 싱글
[아츠앤컬쳐] 얼마 전 인기를 끌던 이란 드라마가 절찬리에 종영되었다. 조선시대 궁중의 교육을 배경으로 한 내용이 흥미로웠지만, 드라마의 제목인 ‘슈룹’ 또한 생소하고도 특별했다. ‘슈룹’은 순우리말로 ‘우산’을 뜻하며, 드라마에서는 자신들은 비에 젖어도 왕자들에게 비 막이가 되어주는 궁중 사모들의 헌신적인 모습을 대변했다. 이와 같이 우산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등장인물의 정서나 내러티브의 흐름을 대변하는 소품 역할을 단단히 해낸다. 예를 들어 동심을 사로잡는 의 앵무새 손잡이 우산이나, 에서
[아츠앤컬쳐]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이는 날이면 유독 떠오르는 노래들이 있다. 살바토레 아다모의 샹송 ‘Tombe la neige’나 의 주제곡 ‘Let it go’가 그러하다. 물론 김효근의 가곡 ‘눈’ 또한 하얀 눈으로 뒤덮인 고즈넉한 숲의 정경을 아름답게 묘사한다. 눈은 사전적으로는 ‘대기 중의 수분이 얼어붙은 상태로 떨어지는 것’이지만, 그럼에도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가장 깨끗하고, 고요하며, 진실한 감정과 만나게 한다.눈을 생각나게 하는 많은 음악 중 허밍 송인 ‘snow frolic’이나 피아노로 연주되는 ‘1
[아츠앤컬쳐] 코로나 대응 지침의 완화로 재택근무에서 벗어나 출근을 하게 되니 부쩍 차 안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쌀쌀한 기온을 코끝에 느끼며 운전을 하다 보면 따뜻한 커피 한 잔과 마음을 채워줄 음악이 당긴다. 유튜브 뮤직을 훑어보다 첫 트랙에서 마지막까지 한 곡도 거르지 않고 경청하게 된 앨범을 만났다. 보사노바와 칸초네의 명곡들을 비롯해 자메이카와 칠레의 포크송까지... 그야말로 월드음악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멋진 듀오 음반이었다. 주인공들은 이탈리아의 재즈피아니스트 스테파노 볼라니(Stefano Bollani)와 배우인 발
[아츠앤컬쳐] 쌀쌀한 가을 무렵 떠오르는 추억의 노래는 가슴 한구석을 뭉클하게 한다. 그것이 샹송이든, 옛 가요든, 혹은 팝송이나 재즈든, 흘러간 노래들은 언제나 한 때의 기억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제법 친숙한 나나 무스쿠리의 ‘하얀 손수건’ 또한 가을에 젖은 추억을 곱씹게 한다. 마노스 하지다키스(Manos Hadjidakis)의 ‘하얀 손수건’은 그리스 민중가요인 렘베티카(Rembetika)의 대표곡으로 손꼽힌다.‘하얀 손수건’은 ‘사이렌의 노래’로도 불리는데 이는 그리스 신화 속 반인반조(半人半鳥) 여성인 세이렌(Se
[아츠앤컬쳐] 예로부터 비둘기는 밤꾀꼬리나 백조, 벌새와 같이 ‘사랑’을 상징하는 동물로 여겨져 왔다. 그래서인지 많은 예술가의 작품에는 이 새들과 연관된 사랑의 메시지가 가득하다.가령 셰익스피어의 에는 신혼의 밤을 보낸 두 연인의 대화에 밤꾀꼬리가 등장한다. 차이코프스키의 에는 마법에 의해 백조로 변한 오데트와 지그프리트의 사랑이 그려져 있고, 쇼숑의 가곡에도 붉은 아소카 나무에 반해 사랑을 마시고 죽어가는 벌새의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비둘기 또한 수많은 작품에서 언급되는데, 특별히 라틴음악에서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