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미세한 바람조차 숨죽이고 있는 고요한 풍경 속에 붉은 침대 하나가 놓여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박제된 듯 정지된 거대한 자연은 침대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조연(助演)을 자처하고, 붉은 침대는 욕정에 불타는 두 남녀의 정사처럼 주인공이 된 인간의 강한 욕망을 보여준다. 이 작품의 작가 산띠 곤잘레스(Santi González)는 스페인의 국제적 관광휴양지이며 최대의 상업도시인 카나리아 제도에 위치한 라스팔마스(Las Palmas)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비주얼 아트(Visual Art)와 디자인(Design)을 전공한 후 고향인 그란 카나리아(Gran Canaria)를 배경으로 사진작업을 하고 있다.
작가는 인간이 무차별적이고 공격적인 개발을 통해 자연을 착취하고 침범하고 파괴하는 현실을 시각화하기 위해서 각기 다른 장소의 자연풍경 속에 인공물인 침대를 설치한 사진과 함께 퍼포먼스(Performance)를 보여준다. 작품 속에서 작가가 사용한 중심 코드(code)는 처녀성을 품은 ‘자연’과 ‘침대’이며, 대표색상인 ‘초록’과 ‘빨강’은 ‘자연’과 ‘인공’의 의미를 강조하는 상징기호로써 사용되고 있다. 서양에서 열정, 사랑, 광기, 거짓말, 공포, 위험, 권력, 향락, 금지, 죄, 파멸, 전쟁 등을 상징하는 빨간색은 그의 사진에서는 자연 파괴와 그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파멸을 초래하는 인간의 씻을 수 없는 죄를 상징하는 ‘부정적 기호’로 작용한다.
작가의 사진프레임에서 구조적 요소인 강렬한 색상의 붉은 침대가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순결한 자연풍경 속에 침입해 중심공간을 점유하고 있다. 전체 프레임 구성에서 상대적으로 작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붉은 침대는 스케일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단숨에 우리의 시선을 빨아들인다. 마치 그리스 신화에서 지나가는 여행자를 자신의 집에 초대해 침대에 눕히고 침대보다 키가 큰 사람은 다리를 자르고, 작은 사람은 침대에 맞게 늘이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Procrustean bed)’처럼 일방적인 폭력성을 갖는 것이다.
산띠 곤잘레스의 그란 카나리아(Gran Canaria) 시리즈는 인식의 수단으로서 시각적 창작품인 사진을 통해 세계의 환경파괴에 대한 인류의 현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인간’이 ‘주체’이고 ‘자연’을 ‘대상’으로 정의한다 해도 주체와 분리된 대상이 존재할 수 없고 대상과 분리된 주체가 존재할 수 없다. 작가는 사회가 진화하면서 우리의 묵인 하에 버려진 자연과 인간이 하나 되는 융합을 통하여 대자연과 화해할 수 있게 하는 회귀의 필요성을 인류가 깨닫지 못한다면, 환경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를 더 이상 해독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가 아이디어를 전개하는 방식은 마치 한 곡의 음악 작품처럼 공간의 개조, 수정, 개입에 의하여 이루어지며 명상, 비판, 아이러니는 작품 창작의 기본 베이스를 구성하고 있다. 또한 리듬은 작가의 행위예술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인데, 이 모든 작업의 최종 수행은 관중과의 소통으로 종착된다. 그의 작업의 주요한 목적은 작가가 가지고 있는 질문을 관객과 연결된 대화로 바꾸어주는 시각적 연결인 것이다.
환경문제는 21세기 인류가 가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이다. 예술가들이 작품을 통해 대중의 정신적 풍요로움과 인류를 위한 예술의 사회적 기여를 도모하는 ‘사회적 예술운동’이 앞으로 더욱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글 | 김이삭
전시기획자, Art Director, 이삭환경예술연구소 대표
kim.issack@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