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그룹 ‘퀸’에 대한 영화이다. 그 중심에는 리드 보컬 프레디 머큐리(라미 말렉)가 있다. 내가 알고 있는 프레디 머큐리에 대한 사실은 바이섹슈얼이었고, 에이즈로 죽었으며, 천재였다는 점 등이다. 흰색 러닝셔츠를 입고 콘서트를 하는 이미지로 그를 먼저 알았던 것 같다.

이후 ‘퀸’ 음악을 들었을 때의 충격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음악 자체가 새롭기도 했지만, 록음악에 대한 선입견, 프레디 머큐리의 흰색 러닝셔츠와 콧수염으로 각인되어 있던 마초적 이미지 때문에 그 충격은 배가 되었다. 처음 보헤미안 랩소디를 듣고 ‘세상에 이런 음악이 있구나’ 했던 감동은 앨범 〈A Night at the Opera〉가 발매된 지 40년이 넘게 지난 오늘도 유효하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퀸’의 실제 멤버이자 프로듀서로 참여한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와 드러머 로저 테일러의 고증과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헤어, 의상뿐 아니라 행동, 습관 등을 철저히 재현했다. 라미 말렉은 프레디 머큐리를 사소한 동작 습관과 치아 구조까지 재현하며 섬세하게 그를 묘사했다. ‘퀸’과 프레디는 그 자체로 영화적 요소가 강한 문화적 아이콘들이기에 허구를 덧붙이기보단 그들의 이야기를 최대한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이 영화의 목표였고, 덕분에 팬들도 잘 몰랐던 퀸과 프레디에 대한 이야기를 알게 해 준다.

퀸은 기존 질서에 적응하지 못한 이방인들을 위한 노래를 만들었다. 프레디는 보수적인 환경에서 자라왔고 정상적인 결혼 생활을 꿈꾸었다. 하지만 그는 기존의 질서 속에서 순응하며 살아가기에 너무나 남달랐다. 프레디는 인도 혈통을 가지고 동아프리카 잔지바르에서 태어나 18살이 되어서야 영국으로 넘어왔다.

보수적인 부모 밑에서 자랐지만, 평범하게 살기에는 엄청난 끼와 천재성이 있었다. 그가 기존의 질서와 싸워야 했던 또 다른 이유는 성적 정체성 때문이었다. 프레디에게는 평생에 걸쳐 사랑한 여자친구이자 애인, 메리 오스틴(루시 보인턴)이 있었다. 하지만 남자에게도 성적 매력을 느끼는 성향 때문에 큰 갈등을 겪게 된다.

이러한 기존 질서와의 충돌과 갈등은 ‘퀸’ 음악이 가지는 본질적 속성이다. 음악 ‘보헤미안 랩소디’는 아카펠라로 시작해서, 발라드, 기타 솔로, 오페라, 하드락으로 연결된다. 현대 어떤 대중음악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구성이다. 당연히 당시의 가장 진보적인 프로듀서조차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게다가 5분 55초나 되는 플레이타임 때문에 라디오에서도 틀어질 수 없었다(당시 라디오 음악은 3분이 관례였다). 하지만 결국 이 곡은 영국 싱글 차트에서 9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3개월 만에 10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고, 역사상 가장 위대한 팝 음악이 되었다.

퀸의 노래는 구성이 복잡하고, 화려하게 들리지만, 놀랍게도 대부분 따라 부르기 쉽다. 영화 속에는 수만 명이 모인 해외 콘서트의 관객들이 보헤미안 랩소디를 떼창 하는 것을 보며, 퀸의 멤버들이 감동하는 장면이 나온다. 퀸은 관객들과 교류하는 밴드였다. 그들의 음악을 듣고 좋아하고 따라 부르는 모든 이들이 퀸이었다. 프레디는 고객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콘서트에서 관객들에게 따라 부르기를 유도하며 소통할 줄 아는 리드 보컬이었다.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그윌림 리)는 ‘’를 관객들이 함께 연주하고 공연에 참여할 수 있는 노래로 만들었다. 퀸은 세상의 이방인들이 스스로에게 불러줄 수 있는 노래를 만들고 싶어 했다.

우리는 종종 스스로 이방인이라고 느끼면서도 남들과 조금 다른 이들을 그냥 두고 보지 못한다. 나조차도 남들과 똑같이 사는 게 얼마나 힘들지 알면서도 남들에게 평범함을 강요한다. 너무 힘든 삶이다. 그런 우리에게 퀸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아무것도 문제될 건 없어. 다들 알잖아? 나에게 문제될 것은 아무것도 없어. 그냥 흘러가게 내버려 둬(Nothing really matters. Anyone can see. Nothing really matters to me. Anyway the wind blows).”

글 | 도영진
이십세기폭스 홈엔터테인먼트 코리아 대표, CJ E&M 전략기획담당 상무 역임, 보스턴컨설팅그룹 이사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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