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ée du Louvre Paris at night
Musée du Louvre Paris at night

[아츠앤컬쳐] 박물관은 고대 그리스의 알렉산드리아(Alexandria)에 있었던 무제이온(museion)에서 나온 말이다. 이것은 ‘뮤즈들의 전당’이라는 뜻이다. 기원전 288년, 프톨레마이오스 1세(Ptolemaeos I)가 대학, 도서관, 동물원, 식물원 등이 한꺼번에 모여 있어 연구와 관찰을 하기 용이한 곳을 만들고 이를 무제이온이라고 이름 붙였다. 그의 꿈은 ‘세상 모든 민족들의 책’을 자신의 도서관에 모아놓는 것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박물관은 소중한 것을 보존하고 전시하고 연구하는 다양한 공간, 혹은 기관들이 발전하여 형성된다. 그런데 고대 그리스를 시작으로 이탈리아, 독일 등지에서 일반적으로 왕가의 소유물을 기반으로 박물관을 열었던 것과 달리 프랑스의 박물관은 혁명에 그 기원을 둔다.

프랑스 루브르(Louvre)의 역사는 필립 오귀스트(Philippe Auguste, 1165~1223, 프랑스의 왕 필립 2세) 때 세운 성벽으로 시작한다. 필립 오귀스트는 왕국을 하나의 국가로 성장시키기를 희망하며 종교, 정치, 무역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성벽을 세운다. 이 성벽 서쪽 바깥에 대문처럼 세워져 성벽을 지키던 요새가 바로 루브르였다. 권력의 상징이었던 루브르는 1793년 8월 10일 성직자들과 망명자들로부터 몰수한 재산, 국고에 귀속시킨 왕가의 사유물, 군사 정복에 따른 전리품 박물관으로 문을 연다.

이때 전시된 작품들은 대부분 왕이나 교회, 귀족들이 소유하던 것으로 그 이전까지 일반인들은 쉽게 볼 수 없었던 것들이었다. 왕정 폐지를 기념하는 축제에 맞추어 개관된 루브르 박물관은 특권층의 소유였던 예술 작품들이 프랑스 국민의 것임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장소였다. 여기서 독특한 점은 프랑스인들이 권력의 상징이었던 루브르를 파괴하지 않고, 바로 이 구체제의 심장부인 루브르를 전시장소로 택한 것이다.

Projet d'aménagement de la Grande Galerie du Louvre(Hubert Robert, 1796)
Projet d'aménagement de la Grande Galerie du Louvre(Hubert Robert, 1796)

그렇다면 정확히 루브르는 박물관일까? 미술관일까? 이것의 차이는 무엇일까? 먼저 우리나라의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 따르면 “박물관”은 문화·예술·학문의 발전과 일반 공중의 문화향유 및 평생교육 증진에 이바지하기 위하여 역사·고고(考古)·인류·민속·예술·동물·식물·광물·과학·기술·산업 등에 관한 자료를 수집·관리·보존·조사·연구·전시·교육하는 시설이다. 반면, “미술관”은 문화·예술의 발전과 일반 공중의 문화향유 및 평생교육 증진에 이바지하기 위하여 박물관 중에서 특히 서화·조각·공예·건축·사진 등 미술에 관한 자료를 수집·관리·보존·조사·연구·전시·교육하는 시설로 정의하고 있다.

즉, 미술관은 박물관에 비해 비교적 미술이라는 한 분야에만 집중된 소장과 전시 기능 등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박물관은 국립중앙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국립경찰박물관, 강화전쟁박물관(공립), 감귤박물관(공립), 강릉커피박물관(사립) 등 각 분야별 자료를 총망라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미술관은 현대 미술관, 19세기 회화 미술관, 공예 미술관 등 시대별, 양식별로 나눌 수 있다. 화파 및 작가별로 구분할 수도 있다. 인상파 미술관, 피카소 미술관 등이 그 예이다. 미술관의 체제나 구성은 박물관보다는 전문성을 지니며 자체적인 소장품과 시스템을 가지게 된다. 우리나라 미술관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공립), 삼성미술관 리움(사립), 일민 미술관(사립) 등이 있다.

박물관과 미술관은 일정 기간 이상 전시를 해야 하는 의무를 가진다. 우리나라는 등록된 박물관 또는 미술관은 연간 90일 이상 개방하고, 1일 개방 시간은 4시간 이상이 되도록 정하고 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건립도 쉽지는 않지만 건립이 되더라도 수익을 입장료에 의존하기는 어렵다. 또한 지속적인 고정 비용이 지출되므로, 사실상 운영이 어렵다. 이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특히 사립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대해 설립에 필요한 경비나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예산의 범위에서 각각 보조할 수 있다.

반면, 화랑은 주로 작가의 작품을 전시 판매하는 공간으로 사용되며 작가와 작품 구입자 사이의 중개역할을 하면서 미술계에서 또 다른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박물관과 미술관을 통합하는 개념으로서 뮤제(Musée)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이와는 별도로 갤러리(Galeries)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소장품이 있는 경우 루브르 뮤제(Musee du Louvre), 오르세 뮤제(Musee d’orsay)와 같이 뮤제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소장품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 그랑 팔레 갤러리(Galeries national es du Grand Palais)처럼 갤러리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우리나라의 박물관과 미술관은 용어도 다르고 서로 구분되는 개념이지만, 프랑스에서는 박물관과 미술관의 구분이 없고 뮤제라는 용어로 통일되어 있다. 따라서 루브르가 박물관인지 미술관인지는 우리나라 체계에서만 구분되는 개념일 뿐, 프랑스에서는 그냥 루브르 뮤제다.

Louvre Abu Dhabi
Louvre Abu Dhabi

2017년 프랑스를 대표하는 루브르 뮤제가 첫 해외 별관인 ‘루브르 아부다비’를 개관하였다. 지난 2007년 아랍에미리트연합국(UAE)과 프랑스 정부가 루브르 아부다비 설립에 합의한 지 10여 년만이다. UAE는 30년 6개월간 루브르 박물관의 브랜드 사용과 소장품 대여, 프랑스 측 전문가 파견 등을 조건으로 9억7400만 유로(1조2584억 원)를 지불하기로 프랑스 측과 합의했다고 한다.

사실 처음에 이 계획이 발표되었을 당시, 프랑스 언론은 찬반으로 들끓었었다. 정부는 “1억5천만 인구의 페르시아만에 루브르를 건립하는 일은 진정한 문화적 교류이다.”라고 주장하였지만, 프랑스의 전문가 집단이나 대학 연합 등은 “루브르는 판매될 수 없는 것이다.”라고 반대하였다.

반대론자들은 아부다비는 박물관의 보편적 이념에 적합한 장소가 아니라는 점, 소장품의 장기 대여는 루브르 뮤제와 그 입장객들에게 피해를 끼친다는 점, 미국식 경제 논리에 의해 공화주의적인 루브르의 본질을 훼손하는 동시에 프랑스의 고유한 문화정책을 변질시키고 있다는 점들을 들었다. 일부는 “결국 아부다비 분관은 아마도 제트기를 타고 다니는 부유층이나 상류층을 위한 여가 문화로 전락할 것이다.”라고 비난하기도 하였다. 그만큼 루브르에 대한 프랑스 국민들의 의미부여는 생각보다 컸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찬반 논쟁에도 불구하고 계획은 예정대로 진행되었다. 왜냐하면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재정이 관람료로만 유지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경영에서는 결국 경제 논리가 작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글 | 이재훈
문화 칼럼니스트, 변호사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혁신제도연구팀장
(주)파운트투자자문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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