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인리 발전소
당인리 발전소

[아츠앤컬쳐] 현재 지구 전체에서 가장 인기 있고 뜨거운 미술관은 어디일까. 아마도뉴욕의 MoMA, LA의 폴 게티 미술관, 파리의 루브르 또는 오르세, 루이뷔통, 런던의 테이트 모던 또는 대영박물관 등이 거론되며 세계적인 도시들의 경쟁이 될 것이다. 특히 테이트 모던은 2000년 5월 개관된 이래 17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여전히 새롭게 변신하며 지속적으로 뉴스를 쏟아내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최근에도 문화면에 테이트 모던 미술관 특집 기사를 올리며 “당신이 테이트 모던을 알고 있다고 착각하지 말라. 왜냐하면 테이트 모던은 계속 새롭게 태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테이트 모던은 단순히 컬렉션을 감상하는 곳이 아니라 이곳을 직접 와서 미술관의 향기를 느껴야 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다른 감상자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 그리고 테이트 모던의 전망대 레스토랑에서 테임즈 강변의 경치를 감상하며 식사를 할 때만이 런던의 진정한 매력을 알 수 있게 된다.”고 했다. 미국의 대표적 신문이 한 미술관만이 아니라 그 미술관이 소재한 런던이라는 도시 자체를 극찬한 너무나 부러운 기사였다.

우리나라도 뉴욕 타임스 기자처럼 런던 테이트 모던 미술관이 부러웠는지 서울 당인리 화력 발전소 부지에 미술관 또는 ‘문화창작발전소’를 세운다고 한다. 애초에는 불과 3개월 후인 2017년 12월 말 준공으로 발표되었지만 2018년 말 준공설도 있다. 이처럼 준공이 임박했음에도 뉴스가 나오지 않고 있는 점은 신기하다 못해 문제가 심각하다.

한강변의 높다란 굴뚝에서 마구 연기를 뿜어내 공해와 기피의 상징이던 당인리 화력 발전소를 가동 중단한다는 뉴스는 매우 반가운 것이었다. 하지만 한국전력은 완전 가동중단이 아니라 발전 시설을 지하화하고 대신에 지상에 미술관을 세우는 것으로 대체안을 제시해 추진 중이다. 수도권 미세먼지나 공기 오염을 고려할 땐 발전소 완전 중단이 맞는 것으로 판단되지만 전력 사정은 전문적 영역이니 당국의 판단에 따른다고 하자. 하지만 발전소 지상에 건설한다는 미술관 부분에서는 이미 여러 가지 문제가 노출되고 있다.

영국 테이트 모던 미술관이 우리나라 당인리 발전소와 동일하게 가동이 중단되어 20여 년간 방치되었던 곳을 미술관으로 변신시켜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다 하여 우리도 그것만 따라하면 된다는 발상은 매우 위험하다. 제일 먼저 당인리 발전소 미술관의 마스터플랜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이 문제이며, 미술관 총책임자가 누구인지 밝혀져 있지 않은 것도 심각하다. 미술관 리모델링 또한 어느 나라, 어떤 건축가가 맡았는지도 알려져 있지 않다. 어떤 컬렉션을 가지고 어떤 미술관을 지향하는지도 모른다.

런던 테이트 모던은 한두 사람의 아이디어로 성공한 것이 아니다. 테이트 모던의 성공은 영국인들의 총체적 문화적 능력을 세계에 증명한 것이다. 사실 영국인들의 문화적 능력이 단기간에 만들어진 것이 아님은 세계가 잘 알고 있다. 셰익스피어가 탄생한 이래 그가 만든 연극은 지금껏 일 년 열두 달 매일같이 공연되고 있다. 코난 도일, 아가사 크리스티, 007, 해리 포터가 계속 세계를 흔들어댄다.

세계적 뮤지컬도 유통 시장은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가 더 크다 해도 원산지는 영국 런던이 경우가 더 많다. 뮤지컬 제작자 매킨토시, 작곡가 로이드 웨버, 숀버그 등이 모두 런던을 중심으로 활동했기 때문이다. 골프도 브리티쉬 ‘The Open’은 4대 메이저 대회 중 하나다. 로저 페더러를 비롯해 세계적 테니스 선수들도 영국 윔블던에서 우승했을 때 가장 행복해한다. 이러한 영국의 문화적 능력이 런던 테이트 발전소를 오늘날 ‘테이트 모던’으로 변신시켰다고 본다.

우리나라 당인리 발전소의 미술관으로의 변신이 런던에서 성공했으니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단순한 믿음에서 출발하는 것은 위험하다. 정답을 보고 하는 것이니 실패할 리가 없다는 단순 논리에서 깨어나야 한다. 당인리 미술관 프로젝트는 즉시 우리 문화계 전체의 어젠다로 공론화되어야 한다. 우리 문화계 전체의 중지와 저력을 모아 심도 깊은 논의가 계속 진행될 때 우리도 전 국민과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당인리 미술관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글 | 강일모
국제예술대학교 총장, (사)한국음악협회 이사
경영학박사/ 음악학석사
president@ku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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