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소리를 채우기 위해 공간을 비운다. 그리고 무형, 몰입, 통제할 수 없는, 부재,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리가 가장 급진적이고 실험적인 현대 미술, 표현의 자유의영역을 정복할 수 있는 완벽한 도구라 말하고 있다”
한국과 이탈리아를 오가며 공연과 다양한 예술기획에 참여하고 있는 필자는 영광스럽게도 2014년 10월 23일부터 11월 30일까지 열리는 로마 막시현대미술관 ‘Sound Object’ 전시 아시아 한국파트 협업자로 참여, 두 분의 한국작가의 작품을 가지고 이탈리아 로마로 떠났다. 비만 내렸다던 11월의 로마는 우리의 전시를 앞두고 찬란한 태양이 눈부시게 빛나주었다.
세계적인 로마 막시국립현대미술관에서 ‘Open Museum Open City’를 주제로 5개의 섹션으로 나누어 유럽을 중심으로 미국 아시아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의 다양한 작가들이 참여하는 ‘Sound Object’ 전시를 진행했는데, 아시아와 오스트레일리아 작가들의 작품은 11월 22~23일에 걸쳐 오전 11시부터 밤 10시까지 논스톱으로 전시되었고 RAM 웹사이트를 통해 전 세계인과 함께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RAM : www.radioartemobile.it)
행사 5번째 전시 아시아와 오스트레일리아 파트의 프로그램 진행은 유럽 현대미술계에서 권위 있는 RAM(Radio Arte Mobile)과 함께 파올로 콘티니(Paolo Contini), 서원대학교 이유진 교수 그리고 크리스티아노 루치아(Cristiano Luciani)가 전시를 위해 협력하였다. 한국 대표 참여작가로 한국 건축가, 사진작가, 다원예술가인 림이토(Ito Lim) 작가와 연영애 작가가 참여했고, 아시아와 오스트레일리아 작가 Kazuyuki Kishino, Masami Akita, Hiroshi Hasegawa와 Ernie Althoff, Samon Takahashi, H.H. Lim 등 그 밖의 많은 작가들이 참여했다.
림이토 작가는 ‘한국 영토의 최극단, 가득 채운 소리’라는 테마로 분단국가인 대한민국, 최북단의 영토는 단절되어 민족 간의 소통조차 허용되지 않는 공간에 형성되어 있는 대한민국 반도 영토의 최극단에서 자연 스스로가 만들어내는 위대한 울림을 통해 끊임없이 전해져 오고 있는 이야기를 한국 영토와 유사한 이탈리아의 국민들에게 한국 자연의 아름다움과 분단의 슬픔을 통해 공유할 수 있는 것들을 걸러내지 않고 담아냈다.
연영애 서원대 교수는 ‘24’라는 테마로 끊임없이 소리의 일상 속에 놓여져 있는 우리, 나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다양하고 평범한 소리들이 분절하고 혼합하여 평소 느끼지 못하고 의미 없이 흘려보낸 일상의 평범함을 자신의 주변으로 이끌어내어 소소하고 분절된 일상을 작가가 머무르는 청주라는 역사적 장소의 과거의 누적된 것들과 현존하는 다양한 소리의 스펙트럼을 채집하여 잔잔하게 이끌어냈다.
로마 막시국립현대미술관은 건축계의 노벨상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유일한 여성 건축가 ‘자하 하디드(Zaha Hadid)’가 설계한 현대 건축물로 2010년 개장 한 달 만에 7만 4천 명이란 엄청난 관람객을 자랑, 전 세계적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현대미술관으로 자리 잡았다. 전시 당일도 어김없이 나이를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이 북적였다.
주최자인 RAM의 Dora Pieroni 대표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이번 ‘Sound Object’는 어떻게 기획된 전시입니까?
이 전시는 막시국립현대미술관의 새로운 아트디렉터 후한루(Hou Hanru) 씨가 RAM이 30여 년 전부터 소리에 관해 연구하고 저장해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이번 소리전시에 막시와 협업해 줄 것을 제안했습니다. 10월 23일부터 11월 30일까지
5회로 나눠 55시간의 소리 대장정 ‘사운드 오브젝트’ 전시를 위해 전 세계의 아티스트들이 참여했고 아시아와 오스트레일리아 파트가 대장정의 마지막을 장식했습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한국의 작가들이 작품들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한국의 소리는 완벽했다.” 로마 막시국립현대미술관의 ‘Sound Object’ 전시에 참여한 한국의 두 작가는 소리로 한국을 연상시켰습니다. 정신적인 자유에서 비롯한 연상을 파생하는 소리는 들리는 순간 보이게 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입니다. 우리는 보이는 예술부터 출발하여 소리예술에 근접하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소리는 커다란 파워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두 작가가 가져온 소리는 그림엽서 나타내는 그런 모습이 아닌 한국의 영혼을 담아 그 세계를 보여줬습니다. 한국 방문 기회가 있어 두 번 방한했을 때 난 한국인과 한국의 자연을 느꼈습니다. 림이토 작가의 작품 ‘NEWS’는 한국의 최극단의 자연이 들려주는 소리는 한국의 여러 가지 상황을 대변했고, 연영애 작가는 ‘24’를 통해 한국인의 하루, 일상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작품 속 대학 내에서 사제지간의 친밀한 대화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문일 수도 있지만 정말 궁금합니다. 음악과 소리예술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핵심을 찌르는 중요한 질문입니다. 소리는 공간으로부터 출발하여 공간을 채웁니다. 음악은 문법과 하모니를 통해 탄생한 언어입니다. 때론 음악이 소리를 만나 결합하여 현대음악으로 탄생하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RAM에 대해서 소개를 부탁합니다.
RAM(Radio Arte Mobile)은 로마에 현대미술을 위한 플랫폼을 두고 영상과 음향 연구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RAM은 본사에서 전시회와 원탁회의(논쟁)를 실현하고 국제무대에서 공공시설 프로젝트와 이벤트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RAM의 모든 활동 기록 정보는 www.radioartemobile.it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2004년 RAM은 Sound Arte Museum을 만들어 사운드 작품의 영구적인 아카이브 온라인을 만들었고, RAM LIVE, RAM의 웹 라디오를 통해 24시간 컨템포러리 아트가 라이브로 방송되고 있습니다. (http://live.radioartemobile.it)
작품에 대해 궁금해하는 관람객들에게 작품설명을 하고, 작가들과의 언제나 그렇듯 예술이 깃든 수다를 떨다 보니 8시간이라는 시간이 빛의 속도로 지나갔고 어둑해져 여린 불빛만 남은 전시장 MAXXI를 뒤돌아보니 갑자기 뭉클했다. Maxxi라는 예술작품 안에서 수많은 예술가와 예술작품을 만나 내가 그 속에 그 모든 것과 하나였다는 사실이 가슴 벅찼다.
이유진 | 서원대학교 겸임교수 Art and Real Movement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