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박영실 부회장님께서는 히딩크와 생년월일이 똑같으시다고 들었는데요. 여기에 얽힌 에피소드도 많을 것 같은데 어떠신지요?
박인구 네, 그렇습니다. 월드컵 4강을 이룬 당시 히딩크 감독을 한국으로 귀화시키자는 일부 여론이 있었는데요. 네티즌들이 부여한 주민등록증을 보니 히딩크 감독의 생년월일이 저와 같더군요. (사무실에 걸린 히딩크 감독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주시며) 이렇게 식사를 함께한 인연도 있습니다.

박영실 상반기 국내 미술시장 최대의 그림 장터인 제9회 서울오픈아트페어(SOAF)에도 함께 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평소 예술과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되신 계기가 있는지요?
박인구 제가 졸업한 조선대학교 부속고등학교가 공부뿐만 아니라 미술과 음악, 운동 쪽으로 유명합니다. 그래서 저도 당시 미술, 음악, 운동(특히 축구)에 자연스럽게 심취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지요.

박영실 부회장님께서 상공부(현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시절인 1990년 유럽여행을 하실 때 ‘미슐랭 가이드’를 들고 맛집을 찾아다니시면서 미각도 키우셨다고 들었습니다. 또한, 백화점에 자주 다니시면서 상품을 예사롭지 않게 보는 눈도 키우신 것 같은데 어떠십니까?
박인구 미국과 유럽 상무관 그리고 유학으로 9년 정도 해외생활을 하면서 각 분야의 문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꼈는데요. 특히 태국식당을 보면서 한식세계화의 중요성에 대해 절실히 느낀 적이 있습니다. 우리도 ‘미슐랭 가이드’처럼 일관성 있는 평가가 지속되는 맛집 가이드를 만든다면 외국인들에게 우리나라 문화를 알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영실 최근에 경험하신 가장 인상적인 예술이나 문화가 있다면 소개 부탁합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시는 예술가가 있다면 누구인지요?
박인구 최근에 아트 바젤 홍콩을 다녀온 적이 있어요. 아트 바젤(Art Basel)은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아트 페어로 매년 6월 스위스 바젤에서 4일 동안 개최되는 것과 별도로 홍콩과 마이애미에서도 열리는데요, 아트 바젤은 동시대 수준 높은 예술 작품을 선보이는 국제적인 행사로, ‘미술계의 올림픽’ 같은 행사지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우리나라가 음악이나 체육은 글로벌화가 빠른 데 비해 미술분야는 비교적 느린 것 같아요. 그 이유는 ‘창의성’이 가장 필요한 부분이 바로 미술분야여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백남준 선생과 같은 세계적인 아티스트가 나오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미술교육이 꾸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박영실 부회장님 개인적으로 기업과 예술, 기업과 문화는 어떤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박인구 혀끝을 자극해야 하는 음식문화는 알고 보면 ‘첨단산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개인소득 3만 불 시대에 접어든 지금, 기본적인 배고픔을 해결하는 시대가 더 이상 아닙니다. 배고픔을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즐기고 만끽하기 위한 음식문화가 이제는 정착해야 하는 단계에 있는 것이지요. 여러 가지 문화중에 어찌 보면 음식문화의 변화가 가장 늦게 바뀌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결국, 기업도 이제 소비자가 풍요의 시대에 있는 만큼 문화와 함께 호흡하지 않으면 더 이상 기업이 시너지를 내기 힘든 시대가 바로 지금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박영실 예술과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생활을 하기 위해서 부회장님께서평소 꾸준히 하시는 활동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박인구 8년여째 반주 기타를 지금도 매주 화요일에 배우고 있습니다. 15명의 멤버들과 함께 1년에 서너 번 정도 무료공연을 해오고 있는데요. 금년 11월에도 ‘다니엘스’라는 장애우 학교의 발표회 날 우리가 찬조출연으로 공연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박영실 동원그룹 자체적으로 하는 예술과 문화에 관련된 활동이 있다면소개 부탁합니다.
박인구 동원육영재단에서는 대학생들의 해외 탐험 프로그램으로 ‘글로벌 익스플로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참가자는 개인의 꿈을 성취하기 위한 탐험 주제를 정해 탐험계획서를 제출하게 되고요. 총 15개 팀을 글로벌 익스플로러 대원으로 선발합니다. 특별히 홈페이지와 모바일을 통한 오픈 심사를 거쳐 심사를 받는 것이 특징이고 선발된 대원들은 제출한 탐험 계획서에 따라 13박 14일의 탐험을 진행하게 됩니다. 아울러 우수 팀으로 선정되면 추가 장학금을 지원받게 되지요. 감수성이 예민한 대학생 시절에 해외경험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3~4세 어린이들의 책 읽는 습관을 기르기 위해 1년에 10만 명 정도의 어린이에게 책을 보내주는 ‘책꾸러기’ 프로그램이 동원의 핵심 사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박영실 한국식품산업협회장으로도 왕성하게 활동하시면서 최근에 한 포럼에서 “다양한 식품 관련 포럼을 통해 많은 기업들에게 식품산업 발전의 청사진을 제시해 주는 선도적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부회장님을 칭하는 표현은 이 이외에도 동원그룹 부회장, 문화전도사, 와인명사 등 많은데요. 이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표현은 무엇인지와 가장 좋아하는 와인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박인구 글쎄요. 모두 다 좋은 표현이라고 생각하고요. 동원그룹 자체적으로 선진국 문화의 일부라고 할 수 있는 와인사업을 하고 있는데 식품사업을 더 활발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와인은 친환경 와인인 칠레산 코노 수르(Cono Sur) 피노 누아(Pinot Noir)입니다.

박영실 Arts & Culture 애독자분들과 특별히 더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부탁합니다.
박인구 우리가 너무 급하게 앞만 보고 사느라 여유가 없었는데요. 조금 더 천천히 느리게 문화와 함께 살아가야 선진국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소득 5만 불인 나라라 해도 문화와 예술을 누리지 못하고 즐기지 못한다면 선진국이라고 부를 수 없는 이유지요. 결국, 문화수준이 향상되어야 인정을 받는 선진국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박영실 박사
Arts&Culture 자문위원, Parkyoungsil Service Power Academy 대표, 숙명여자대학교 취업경력개발원 자문멘토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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