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최현철 Buon Giorno!! 문화원에 들어서자마자 엄청난 양의 책과 브로슈어가 눈에 띄던데요. 원장님 집무실 역시 책과 자료에 둘러싸여 있으시네요. 그만큼 일이 많다는 뜻인가요?
안젤로 하루에 13시간 이상은 일만 하는 것 같아요. 일이 즐겁답니다. 특히, 올해가 한국과 이탈리아 수교 130주년인데요. 이와 관련한 클래식, 오페라, 전시, 학술회의, 영화제 등등 문화원장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답니다. 그래서인지, 작년 가을에 부임했는데도, 아직 서울의 핫 플레이스를 많이 가보질 못해 아쉽네요.
최현철 말씀하신 것처럼 올해가 한-이탈리아 수교 130주년을 맞는 해라, 그 어느 때보다 많은 행사를 진행하고 있으실 텐데요.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행사가 있다면요?
안젤로 지난 5월 8일 청담동 송은 아트스페이스에서 오픈한 <이탈리아 젊은 작가전>이에요. 1년 전부터 준비해 온 행사로 제가 직접 큐레이팅을 했어요. 클래식 오페라 학술회의 등의 행사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개인적으론 창의력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완성된 전시회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있답니다. 5월 말 그리고 7월에 한국국제교류재단과 공동 주최하는 <이탈리아 디자인 보석을 만나다>와 <이탈리아 공예가, 디자이너, 장인들 전시회>도 계획되어 있는데 이 또한 비슷한 맥락이죠.
최현철 저도 오프닝 날 참석해서 이탈리아 젊은 작가들의 작품들을 봤는데요.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전시회를 간략히 소개해주신다면요.
안젤로 이 전시회는 ‘우리는 결코 근대적인 적이 없었다(We have never been modern)’라는 제목으로, 1965년부터 1980년대에 태어난 22명의 이탈리아 아티스트들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오늘날 ‘모더니티’라는 말은 더 이상 과거와 미래를 구분 짓는 시간적인 의미가 아니라, 동시대의 문제를 예술에 녹여내고 반영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 전시회의 작품들은 젊은 작가들이 어떻게 이 시대를 바라보는지 세대를 아우르는 감성으로 사진이나 설치미술, 조각, 미디어아트나 사운드아트, 퍼포먼스 등의 다양한 예술적인 방법들을 통해서 보여주
고 있습니다.
최현철 이미 잘 알려진 역사적 이야기나 사건들이 이렇게 다양한 예술 방식을 통해 전혀 다른 관점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이 모든 작품들을 직접 큐레이팅 하셨다니 정말 존경스럽네요.
안젤로 감사합니다. 한국에 소개된 적이 없는 이탈리아 작가들을 소개하고 또 이들에게도 한국 미술과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돼서 기쁩니다. 8월까지 전시되니까 많은 관심 가져주세요.
최현철 평소 다양한 예술분야에 걸쳐 다방면에 관심이 많으신 듯한데 문화예술분야에 대해 특별히 공부하신 적이 있나요? 지난번 원장님 댁을 방문했을 때 보니까 골동품과 그림, 사진들이 즐비하더군요. 마치 갤러리에 간 것 같았어요.
안젤로 맞습니다. 저는 예술과 문화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그리고 사실 예술작품 컬렉터이기도 하죠. 이번 코엑스 아트페어에서 두 점의 그림을 사기도 했습니다. 한국 고가구도 4점 샀고요. 앞으로 기회가 될 때마다 한국의 작품들을 살 예정이에요.
최현철 한국 예술작품까지 사랑해주시다니 감사드립니다. 문화원장으로서 아시아 국가는 한국이 처음인가요?
안젤로 네. 로마에서 마지막 근무를 한 뒤, 주한 문화원장으로 부임하기 전 필리핀, 싱가포르, 라오스, 캄보디아, 홍콩 등을 비롯한 많은 아시아 나라를 여행했어요. 그러면서, 아시아의 문화, 예술, 패션 등 특히 사람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됐죠. 시드니에서 근무할 때 한국커뮤니티에 가입해서 한국적인 정서와 문화를 접하게 됐는데 그때부터 한국을 더 오고 싶었어요. 그래서 가고 싶은 나라를 적어내라고 할 때 한국을 1순위로 적어냈어요.
최현철 아. 그렇군요. 주한 이탈리아 문화원장을 자원하신 거네요. 문화원장으로 파견되려면 특별한 조건이 있습니까?
안젤로 각 나라에 파견되는 원장들은 대부분 한 분야의 학위를 갖고 있어야 합니다. 외교부가 판단해서 적임자를 보내게 되죠.
최현철 제가 살짝 알아본 바에 의하면 원장님께서는 이탈리아어,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4개 국어에 능통하고, 슬로바키아에서는 그리스어 문학, 문법, 언어학의 교수도 하셨다고요?
안젤로 아버지가 프랑스 사람이고 어머니가 이탈리아 분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4개 국어를 하게 됐는데요. 슬로바키아어, 독일어, 일본어는 기본적으로 듣고 말할 수 있을 정도는 됩니다. 로마 사피엔자 대학에서 그리스, 라틴, 산스크리트 미학을 전공해서 고전문헌학 석사학위를 받았고요. 현대미술과 건축 기획자 과정으로 두 번째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파리 소르본 대학에서는 고대 그리스어학으로 박사과정을 이수했고, 바티칸 도서관에서 그리스 고문서학 전문가 양성과정을 2년간 이수했죠. 그리고 2001년부터 외교부 소속으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최현철 문화원장으로서의 자격이 완벽히 충분하십니다! 젊은 시절 내내 공부만 하셨나봐요.
안젤로 아니요. 모델 활동도 했었어요. 어머니의 반대로 그만두긴 했지만, 계속 모델 활동을 했다면 아마 지금보단 돈은 많이 벌지 않았겠나 싶어요. 하지만 저는 돈을 떠나 지금의 문화원장으로서 너무 즐겁고 만족합니다.
최현철 어쩐지 패션센스가 예사롭지 않아 보였습니다. 이탈리아 문화원장의 임기는 5년이죠. 4년 조금 넘게 남으셨는데, 남은 기간 동안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요?
안젤로 문화는 정치력과 경제력을 초월하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나라와 나라를 이어주는 가교역할을 해주기도 하죠. 제가 원장으로 있는 동안 한국에 이탈리아 문화에 대해 바른 지식을 알리고 싶어요. 제가 떠나더라도 문화원에서 이뤄진 많은 행사들을 기억해줬으면 좋겠고요. 이탈리아의 음악가, 미술가에 대해 한 번쯤은 들어봤다고 할 정도로 일을 하고 싶습니다.
최현철 앞으로의 일들이 기대가 되는데요. 앞으로 우리나라에 이탈리아를 알리는 일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핫 플레이스를 찾아보는 것도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대담·글 | 최현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