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젤리제극장 Théâtre des Champs-Elysées

 

[아츠앤컬쳐] 올해 파리 문화계의 가장 큰 이슈를 꼽으라면 발레 <봄의 제전> 100주년을 들 수 있다. 100년 전 파리를 발칵 뒤집었던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곡, 바츨라프 니진스키 안무의 <봄의 제전>이 탄생 무대인 샹젤리제극장에서 뜨거운 관심 속에서 재연되었다. 또한, 이 공연은 프랑스와 독일 합작 방송사인 아르떼(Arte)에서는 공중파 생중계로 그때의 열기를 재현했다.

이고르 스트라빈스키(1882~1971)의 곡은 리듬이 지닌 원시적인 에너지를 생생하게 표현하였다. 이 곡에 디아길레프 발레단은 태양신에게 처녀를 산 제물로 바치는 의식을 무용으로 표현한 것이다. 1막에서 대지를 찬양하는 의식이 거행된다. 여러 명이 획일적으로 큰 원을 그리며 바닥을 쿵쿵거리는 모습이 당시로써는 매우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민속 의상인지 독특한 의상 또한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그리고 2막에서는 어둠이 짙은 한밤중에 언덕 위의 대리석 성전에서 젊은 남녀들의 신비로운 춤판이 벌어지고 봄을 맞이하기 위하여 처녀를 제물로 바치는 의식이 거행된다. 당시 고도로 복잡화된 예술을 파괴한 것이라고 해석되기도 한다.

한편, <봄의 제전>을 미술에서는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에 비유하기도 한다. 장르는 다르지만 당대에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킨 작품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봄의 제전>이 초연되었던 당시 샹젤리제 극장에는 경찰들이 출동하고, 관중석은 아수라장이었다. 엄청난 비난을 받았지만, 훗날 역사에 남는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또한, 이러한 당시의 기억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와 샤넬>이라는 영화에 잘 묘사되어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 공연을 통하여, 니진스키는 파리 무대에서 일약 스타덤에 오른다. 작은 키의 그는 점프력이 놀라워 마치 사람이 아닌 짐승처럼 보였다고 기록되었다. 그리고 그의 강렬한 눈빛과 무대 위의 카리스마는 일부 관람객들에게는 거부감을 줄 정도였다고 한다.

<봄의 제전>은 그 이후에도 수많은 안무가에 의해 새롭게 태어났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모리스 베자르, 피나 바우쉬의 작품을 들 수 있다. 그 외에도 60여 개 이상의 다른 버전이 나왔을 정도로 다양한 안무가들의 창작적 원천이 되고 있다. 이번 샹젤리제 극장에서는 마린스키 발레단의 공연에 이어 자샤 발츠의 공연을 선보였다. 그녀는 인터뷰를 통하여 엄청난 도전이었다고 고백했다. 극장 내부에 꺼지지 않는 창작혼의 열기로 가득했다. 100년이 지난 지금 숨죽이고 공연감상에 몰입되어버린 관람객들을 보면서 예술은 시간 속에서 평가됨을 실감했다. 무대 위의 넘치는 에너지와 너무나도 진지한 객석의 분위기가 공연이 끝난 지금도 생생하다.

글 이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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