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자르 미술관 Bozar, Bruxelles·Watteau, The Music Lesson

La Partie Carrée (detail), Fine Arts Museum of San Francisco
La Partie Carrée (detail), Fine Arts Museum of San Francisco

 

[아츠앤컬쳐] 이른 아침 파리의 북역에서 오랜 친구와 함께 떠나는 여행길이 즐겁다. 북역에는 런던직행 유로스타는 물론 프랑스의 이웃 나라인 네덜란드와 벨기에행 탈리스가 운행하고 있다. 레드와인을 연상케 하는 적색 탈리스기차는 파리와 브뤼셀을 왕복하는 제법 많은 이들의 출퇴근 교통수단으로도 이용되고 있다. 한편, 수년 전부터 세금이 적은 벨기에로 삶의 터전을 옮긴 고소득층의 프랑스인들도 적지 않은데, 이들을 일컬어 ‘세금 피난민’이라고 한다.

홍합요리와 초콜릿, 그리고 만화산업으로 잘 알려진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에 도착하니, 날씨가 심상치 않다. 그랑 플라스를 둘러보며 관광객 기분도 내 보고, 목적지인 보자르 미술관으로 향했다. 브뤼셀 소재의 보자르 미술관은 실상 종합문화센터라고 할 수 있다. 연중 내내 음악회, 컨퍼런스, 전시회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소개하는 이곳에서는 지난 2008년에 ‘Made in Korea’라는 한국페스티벌이 개최되었던 곳이기도 하다.

Declaration, Jean-Antoine Watteau, La déclaration attendue, 18e s. © Angers, musée des Beaux-Arts, © Pierre David
Declaration, Jean-Antoine Watteau, La déclaration attendue, 18e s. © Angers, musée des Beaux-Arts, © Pierre David

브뤼셀 보자르미술관의 상반기 최고 전시인 <앙투안 와토와 음악 레슨>을 보면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음악과 미술여행의 행복을 만끽했다. 앙투안 와토(Antoine Watteau, 1684~1721)는 18세기 프랑스의 대표적인 로코코 화가이다. 프랑수아 부셰(1703~1770), 프라고나르(1732~1806)와 함께 로맨틱한 남녀의 이야기를 소재로 많이 다루었다. 화사하면서도 은은한 와토의 색채는 클래식 음악과도 퍽 잘 어울린다. 그뿐만 아니라 와토 작품의 3분의 1 이상에 음악이 소재로 등장한다. 그래서인지 이번 전시장 곳곳에 와토와 연관이 있는 작곡가의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헤드셋장치를 해두었고, 중간 중간 악보와 악기도 진열해 놓았다.

와토는 북프랑스의 발랑시엔에서 태어나, 1702년에 파리에 와서 오페라 장식화가였던 클로드 질로와 오드랑에게 많은 배움을 받았다. 그들을 통하여, 루벤스나 플랑드르의 명화들을 접하였으며, 16세기 베네치아 화풍에서도 영향을 받아서 로코코 화풍을 확립하였다. 이후 1717년에 왕립아카데미 소속이 되었으며, 당시 그의 명작인 <키테라 섬의 순례>를 남겼다. 이 그림에는 프랑스 궁정문화와 상류사회의 풍속이 잘 드러나 있다. 훗날 서른일곱 살에 요절한 와토를 별똥별에 비유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의 테마는 와토와 음악이다. 와토가 사실상 음악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본 전시는 저명한 오케스트라 지휘자인 윌리엄 크리스티(William Christie)가 총감독을 한 이례적인 기획이기도 하다. 15점의 유화작품과 30여 점의 데생작품이 전시되었으며, 그 외에도 와토가 활동하던 당시의 다른 화가들의 판화도 50점 전시되었다. 그리고 와토의 그림과 함께 프랑스 작곡가인 장바티스트 륄리, 장필리프 라모, 이탈리아의 스카를라티, 스트라델라, 비발디 등의 곡을 전시장 내부의 음악감상 코너 외에도 다양한 콘서트를 열어 연주하였다. 음악을 그린 화가 와토의 예술세계를 입체적으로 조명해 본 뜻깊은 전시였다. 그래서인지 와토의 그림에 등장하는 기타에서 마치 지금이라도 아름다운 멜로디가 들릴 것 같았다.

글 | 이화행
아츠앤컬쳐 파리특파원, 아트 컨설턴트, 파리 예술경영에꼴 EAC 강사
소르본느대 미술사, EAC 예술경영 및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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