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오현금 : 여자 대사님과의 인터뷰라 더욱 친근감이 가고 아주 부드럽게 진행될 것 같습니다. 멕시코에 대해 전반적인 소개 부탁 드립니다.
로사스 : 멕시코는 지리적으로는 북아메리카에, 언어적으로는 라틴아메리카에 속하지요. 멕시코의 문명은 기원전 2만 년부터입니다. 그 이후에 사회, 경제 제도, 천문학, 수학, 조각, 의학, 예술적 측면에서 가장 뛰어난 라틴아메리카의 고대 문명인 마야문명이 발달하였지요. 열대밀림 속에 도시를 건설하였으며, 세계 7대 불가사의에 속하는 치첸이트사의 유적에는 25m의 피라미드 ‘카스티요’와 ‘전사의 신전’ 등이 있습니다. 마야인들이 갑자기 사라진 후, 이곳에 톨텍인이 살면서 그들의 건축물들을 세웠답니다.
오현금 : 피라미드 ‘카스티요’에 깃털 달린 뱀의 형상이 나타나는 일이 일어난다고 하는데, 멕시코 국기에 그려진 뱀과 마야 문명이 연관이 있나요?
로사스 : 마야인들은 그들의 문자도 있고, 달력도 있었답니다. 그 달력에 의하면 올해가 마지막 해인데 기다려 보아야 하겠지요. 마야 다음의 아즈텍 문명은 1521년 스페인에게 점령당하기 전까지 지속되었습니다. 수도인 지금의 멕시코시티에는 운하, 우수한 건축물, 인공정원이 있는 당시 세계에서 가장 번영한 도시의 중의 하나였습니다. 멕시코의 국기를 보시면 독립과 희망, 보유하고 있는 천연자원을 뜻하는 초록색, 종교의 순수성, 통일, 정직함을 나타내는 흰색, 백인과 인디오, 메스티소의 통합, 그리고 국가독립을 위해 바친 희생을 말하는 빨간색이 있습니다. 문장은 독수리가 뱀을 물고 앉아 있는 호숫가의 선인장이 있는 곳에 수도를 세우라는 아즈텍의 건국신화에서 온 것입니다.
오현금 : 올해가 한국-멕시코 수교 50년으로 많은 행사가 있겠지만 그중에서 문화 교류 행사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요?
로사스 : ‘멕시코 비쥬얼 앤솔로지 : 20세기 멕시코 예술의 진수’ 전시회를 숙명여대 박물관에서 1월에 개최하였습니다. 멕시코 현대미술은 고대문명을 모더니즘과 결합시켜 순수 조형성으로 승화된 국제적이고 보편적인 미술, 즉 전통을 존중하면서 현대화시키고자 합니다. 멕시코 예술이 풍성하게 꽃피울 수 있었던 데에는 뿌리 깊은 멕시코 고대문명과 스페인의 예술적 피가 혼합되면서 다양하고 독특한 예술적 창작
이 진행되었기 때문입니다. 가을에는 마야문명 전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여
수엑스포에서도 멕시코 문화와 만나실 수 있고, 국제교류재단에서 재즈음악 행사 등
크고 작은 행사가 풍성합니다.
오현금 : 멕시코에서는 화가들이 세금을 작품으로 납부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로사스 : 조형예술가들이 작품을 기부하는 것으로 세금을 대신하자고 제안했는데, 그제안을 정부에서 받아들였습니다. 기증된 작품은 선정 위원회에서 평가 후 국가문화유산으로 등록됩니다. 정부는 가구, 사무 집기, 장식품, 응용 미술, 회화, 조각, 수입인지, 기념주화 등 다양한 종류의 문화유산이라는 이름하에 수집된 예술품들을 감독 관리하고 홍보합니다. 작품을 세금 대신 납부하게 한 것이 예술가들의 창작생활에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오현금 : 유명한 여성화가 프리다 칼로와 남편이면서 벽화운동을 주도했던 리베라가생각납니다.
로사스 : 고대 프레스코에서부터 마야 문명을 거쳐 아즈텍 문명에 이르기까지 멕시코 원주민들은 뛰어난 벽화를 제작하였고, 스페인 통치 이후에도 유럽 문화를 받아들이며 대중적인 벽화가 유행했습니다. 정치, 사회적으로 혼란과 격변을 겪던 시기에벽화운동을 국민 문화운동 차원으로 발전시키며 민족적 정체성을 찾았습니다.

오현금 : 한국인이 좋아하는 멕시코 노래들이 많습니다. 모임에서 누군가가 꼭 부르는 ‘키스하고 또 키스해 주세요. 오늘밤이 마지막인 것처럼…’ 이라는 가사의 ‘베사메무초’, 한국어로 ‘제비’라고 번안되어 히트한 ‘라 골론드리나’ 등입니다.
로사스 : 한국인들이 멕시코 노래를 좋아한다는 것을 저도 느끼고 있습니다. 기타가 핵심이 되고, 현악기가 멜로디를 연주하고, 관악기가 따라가는 멕시코 음악을 연주하는 마리야치 공연을 여수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오현금 : 음악 이야기 다음은 술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테킬라 이야기 들려주세요.
로사스 : 테킬라는 지역이름입니다. 아가베라는 식물, 그중에서도 아가베 블루에서 즙을 추출하여 숙성시켜 만들며, 1,000여 종이나 됩니다. 소금과 레몬과 함께 드시면,사막에서 염분과 비타민을 함께 섭취하는 것과 같습니다. 멕시코 맥주인 코로나도 레몬과 같이 드시면 좋습니다.
오현금 : 멕시코인 음식이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음식인가요?
로사스 : 음식 자체만은 세계무형문화유산의 대상이 아닙니다. 음식재료, 요리법, 식사법, 요리에 대한 전설 등이 아우러져야 합니다. 멕시코인들은 음식을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매개로 봅니다. 사람이 태어나고, 결혼하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순간마다 음식을 먹는 행위는 중요한 의식입니다. 서울에서 맛볼 수 있는 대부분의 멕시코 음식은 미국화된 것이어서 아쉽습니다.
오현금 : 대사님은 주한 멕시코 대사이시면서, 북한과 몽골 대사도 겸하고 계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로사스 : 그렇습니다. 항상 서울에 있고, 가끔 몽골과 평양에 다녀옵니다. 북한은 산이 아주 좋습니다. 그런데 이곳과는 느낌이 많이 다릅니다.
오현금 : 한국에서 가장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고, 업무 이외에는 주로 어떻게 시간을보내시는지요?
로사스 : 한국인들이 멕시코를 많이 방문하면 좋겠습니다. 훌륭한 자연경관과 유적 등 꼭 오셔야 할 이유가 너무나 많습니다. 아직은 비행기를 갈아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데 직항이 생기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한국에는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데놀랐습니다. 시골 특히 산속에 있는 절이 좋습니다. 템플스테이는 최고의 경험이었답니다. 사찰음식, 한옥의 온돌이 아주 인상적입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멕시코 건축가 레고레타가 설계한 ‘카사 델 아구아’가 서귀포 중문에 있습니다. 몇 년 전 레고레타는 세상을 떠났고, 이 건물은 주인이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거장의 갤러리가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어 너무 안타깝습니다.
오현금 : 현대 건축사에서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거장의 작품을 통해 또 다른 예술적 창의력을 경험할 수 있으며, 제주와 한국의 큰 자랑거리가 될 수 있는데, 저도 무척 안타깝습니다. 물을 사랑하며, 환경을 중요성을 인식한 멕시코 건축가의 마지막 작품 속에서 다시 한 번 인터뷰 할 수 있는 기회가 오면 좋겠습니다.

글 | 오현금 문학박사, 문화칼럼리스트 사진 | 바이브스튜디오 구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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