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가장 고가 핸드백은 대부분 악어가죽 백이다. 악어가죽만의 독특한 고유 무늬와 질감, 제작 공정 그리고 희소성 때문에 악어가죽 백은 많이 비싸다. 최저 가격이 1천만 원대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마음에 품고 있을 뿐 쉽게 손에 넣을 수 없는 가방이다.

악어가죽 백은 그 자체만으로 부와 고급스러움의 대명사이고 사람들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그런 최고가의 고급 악어가죽 가방이 눈앞에서 사라졌다면 당신은 어떤 기분이겠는가? 그것도 천만 원이 넘는 이태리 명품 콜롬보 비아 델라 스피가(COLOMBO via della spiga) 악어가죽 백을 말이다.

평소 언니라고 부르며 친하게 지내는 여성 CEO가 있다. 언니는 흔한 명품 가방 하나 없다. 명품에 관심이 없다 보니 쇼핑할 이유를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나이가 50살 즈음 되어서 대학생도 들고 다닌다는 명품 가방 하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주변의 친구들이 한마디씩 했다.

‘그래도 우리 나이 50을 바라보는데 명품 가방 하나는 들어야 하지 않겠니?’
‘너는 사장님이라고 하는 사람이 맨 날 가방이 그게 뭐니?’

처음에는 흘려듣던 친구의 말도 자꾸 듣다 보니 기분이 좀 그렇더란다. 명품 백 하나 없이 평생 일만 하면서 산 것 같은 우울한 기분이 든 것이다. 친구들의 성화에 명품 백 하나 장만하겠다고 마음먹으니 주변에서 악어가죽 백을 권하더란다. 나이도 있는데 이것저것 여러 개 사지 말고 근사한 콜롬보 백 하나만 사서 들고 다니라고.

지인들이 콜롬보 백을 들고 있는 것을 본 적도 있는지라 은근히 관심도 갔다. 100만 원짜리 백 하나 산 적이 없는 언니는 며칠 밤을 고민하다 평생의 처음이자 마지막 가방이라 생각하고 콜롬보 비아 델라 스피가 매장에 갔다. 그리고 1천만 원이 넘는 악어가죽 가방을 큰 맘 먹고 구입했다. 콜롬보 백을 구입한 그날, 저 가방이 정말 내가 쇼핑한 가방이 맞나 싶어 잠이 안 오더란다.

사놓고도 아까워 들고 다니지 못했다. 그냥 집에 고이 모셔두기를 며칠. 친구들이 왜 안 들고 다니느냐는 성화에 드디어 사건이 벌어진 그날, 며칠 동안 안방에 모셔두었던 콜롬보 백을 들고 외출했다. 콜롬보 백을 들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고 긴장되기도 하고 그렇게 상기된 표정과 기분으로 콜롬보 백을 들고 강남역 구 뉴욕제과 앞을 걸어가고 있을 때였다. 누군가와 툭!하고 부딪혔다. 발이 휘청거려 몸의 중심을 잡으려는 찰나! 손에 들고 있던 콜롬보 백을 한 남자가 순식간에 낚아채고 쏜살같이 군중 속으로 사라졌다.

‘도둑이야!’ 소리치며 앞서 달려가는 남자를 향해 뛰었지만 수많은 군중 속에서 누가 소매치기인지 찾아낼 수 없었다. 낯선 남자가 콜롬보를 들고 사라졌다. 뛰고 있는 사람은 언니뿐이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라 어안이 벙벙해진 언니는 허수아비처럼 멍하니 서 있었다.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순식간이었다. 머리가 띵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영화 속 군중처럼 느릿느릿 걷고 있고 모든 소리는 잠적했다.

“악!!!! 그래서요 언니? 콜롬보 백 못 찾았어요?”

정신을 차리고 근처 파출소에 신고를 했지만 끝내 콜롬보 백은 돌아오지 않았다.

“진짜요? 정말? 진짜요? 콜롬보 백을? 천만 원짜리 가방을?” 너무나 황당해 믿을 수 없어 몇 번이나 물었는지 모른다.

“그 백을 처음 샀을 때 너무 흥분돼서 잠을 못 잤는데 겨우 몇 시간 들어보고 소매치기당했잖아. 몇 날 며칠을 또 못 잤어. 잠이 와야 말이지.”

왜 아니겠는가? 평생 처음 구입한 고가의 악어가죽 가방을 단 몇 시간 만에 공중으로 날려 보낸 사건. 까페에서 가끔 옆 테이블 여성이 들고 있는 콜롬보 백을 보면 우리의 화제는 타임머신을 타고 강남역으로 되돌아간다.

“그런데 언니? 소매치기가 그 가방이 콜롬보인 줄 알았을까? 알았겠죠? 아니 몰랐을까?”

지금은 웃으면서 말하는 에피소드지만 몇 년 전 그날 그 사건 이후 몇 달 동안, 모르긴 몰라도 언니는 정로환 두 병과 우황청심환 수십 알은 먹지 않았을까 싶다. 심장이 벌떡벌떡 거려서.

‘악어백’ 하면 떠오르는 브랜드, 콜롬보 비아 델라 스피가(COLOMBO via della spiga).콜롬보 비아 델라 스피가 백에 쓰이는 포로수스라 불리는 악어가죽은 비늘이 작고 고르게 정렬되어 있어 고급 가방을 만들 때 선호되는 가죽인데 콜롬보 비아 델라 스피가는 이런 1등급 악어가죽 중에서도 상위 5%만의 악어가죽을 사용해 딱딱하지 않고 부드럽다. 무늬도 정갈하고 아름답다. 여기에 하나 더! 오렌지나 핑크, 터키 블루 등 비비드한 컬러를 사용해 클래식한 악어가죽에 화려한 옷을 입혀 생기와 젊음을 얹어 준 점이 매력적이다. 천연염료를 옻칠하듯 여러 번 덧칠하는 수작업 방식으로 완성되는 콜롬보 비아 델라 스피가 백은 그래서 같은 컬러라 하더라도 백의 주인의 쓰임새에 따라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다른 컬러로 다시 탄생되는 매력적인 백이다. 이태리에는 콜롬보 비아 델라 스피가 백을 110개까지 수집한 고객이 있다고 한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20~30개 수집하는 VIP도 있다.

로고를 드러내놓고 과시하지 않아 누구에게는 심심한 백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100개가 넘는 콜롬보 비아 델라 스피가를 소장할 정도로 치명적으로 아름다운 백이 콜롬보 비아 델라 스피가(COLOMBO via della spiga)다.

유난희
명품 전문 쇼호스트, 공주영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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