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dy Sherman in MoMA (Museum of Modern Art)
[아츠앤컬쳐] 모마에 가는 길엔 언제나 설레임이 있다. 대학시절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던, 현대사진작가로 최상의 몸값을 꾸준히도 유지하고 있는, 미국의 대표적 여성작가 신디 셔먼 (b. 1954)의 전시가 한창인 모마에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구수한 말똥냄새와 함께 로맨틱한 마차들이 즐비한 센트럴파크 끝자락에서부터 화려한 명품의 거리인 5th 에비뉴를 타고 쭈욱 걸어 내려와서 모마가 위치한 53번가에 도착. 엘리베이터를 타고 바로 특별 기획전시장이 있는 6층으로 올라갔다.
전시장 외벽에 설치되어있는 대형 벽화 작품을 지나 제일 처음 만나는 작품은 ‘무제 #466’(2008) 이다. 2미터가 넘는 거대한 크기의 이 작품 속에서 고귀한 귀족여인이 값비싸 보이는 의상과 귀금속으로 치장을 하고는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서 있다.
근엄히 내려보는 듯한 그녀의 거만한 자태에 압도당하여 한참을 보고 있노라니 고급스러운 외투 사이로 살포시 내어놓은 그녀의 오른발에 신겨진 분홍색 플라스틱의 싸구려 신발과 튼튼히 오래오래 신겠노라는 강한 의지가 확연히 엿보이는 번들거리는 두꺼운 스타킹 그리고 분장에 가까운 화장 아래 그 어떤 것으로 포장하여도 감추어낼 수 없을듯한 주름들. 과연 어찌 셔먼이 현대 미술의 거장일 수 밖에 없는지를 새삼 감탄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그녀는 이러한 작은 디테일들로 계급문화에 대한 비판과 현대사회 여성들이, 우리 인간들이 겉으로 드러내어 보여지는 모습에 얼마나 집착하는지를 그 허영심을 풍자해 내었고, 얼굴과 목에 과장되게 주름을 연출해내어 여성의 영원한 적인 나이에 관해 그녀 스스로의 육체적 노화에 관해 표현하였다.
뉴욕 미술시장 최고의 시즌인 3월을 앞두고 오픈하여 6월까지 계속되는 신디 셔먼의 회고전에는 197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 170여 점의 사진작품이 전시되어있다. 현재 뉴욕에 거주하고 있는 미국출생의 사진작가 신디 셔먼은 현재 세계미술계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영향력 있는 작가 중 한 사람이다.
지난 30여 년 동안 자신 스스로를 모델로 초상화 작업을 하고 있는 셔먼은 이 시대의 이야기들을 영화, TV, 잡지, 인터넷, 미술사, 페미니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재들을 넘나들며 그녀 나름의 해학으로 풀어나간다. 셔먼은 자신의 초상화 작품들을 제작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역할을 수행한다. 촬영에서부터 모델, 메이크업, 헤어, 의상, 부분적으로 사용되는 마네킹, 소품일체, 배경무대디자인까지 홀로 모든 작업을 해내는 만능 예술인이다.
회고전에 포함된 작품들 중 셔먼을 처음 미술시장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한 흑백사진 시리즈인 ‘무제 필름 스틸’(1977-80)에서 셔먼은 1950~60년대 필름들에서 보여지는 전형적인 여배우들의 역할에 영감을 받아 어디서 본듯한 진부하고 가식적인 제스처와 상황들을 표현해 내었고 그녀의 화려한 역사 초상 (1989-90)에서는 오래된 거장들의 그림 속에 귀족, 성직자, 우유짜는 하녀로 포즈를 취하여 작품을 만들었다. 90년대 작품으로는 섹스, 공포, 초현실주의, 가면, 인형 이미지들을 다룬 작품들을, 2000 초중반에는 할리우드와 광대들 시리즈를 제작하였다. 셔먼의 작품 속엔 아름다움과 역겨움, 공포스러움과 섬뜩함, 해학과 풍자가 있고, 성, 신분, 신화, 무도회, 동화, 계략, 책략에 관한 참으로 다양한 우리 인간의 이야기들이 있다.
셔먼은 작품 속에서 작가가 되어 시나리오를 쓰고 배우가 되어 연기한다. 그녀 내면의 광기를 터트려내고 곡예를 타는 듯 연주해 나간다. 그 어떤 숨기고 싶은 인간의 그로테스크한 모습이라도 미화시키지도 숨기지도 도망치지도 않는다. 드러내어 놓고나누어 공유한다. 그녀가 읽어내고 있는 세상을 유머 넘치게 풍자해내고 미묘하면서
도 섬세한 그녀만의 세상을 표현해낸다. 셔먼의 작품 속에는 한숨에 풀어내기 어려운 수수께끼가 미스터리가 담겨있어 시간이 흐른 후 또다시 돌아보게 하는 매력이 있다. 우리가 그저 인간이기에 지니고 있는 참으로 인간적인 이야기들을 시원스레 다루고 있기에 그녀의 사진을 결코 기억에서 쉽게 지워낼 수 없는 것이리라.
글 | 장신정
아츠앤컬쳐 뉴욕특파원, 전시 & 프로그램 기획. NYU 예술경영석사. 전 MoMA P.S.1. 전시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