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인터뷰 : 뜨루히요 니꼴라스 에콰도르 대사
오현금 : 잠시 기다리며 에콰도르를 홍보 영상물에서 장미를 보았는데, 집무실에도 장미 조각이 있네요. 이렇게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뜨루히요 : 에콰도르의 장미는 세계 최고입니다. 450여 종의 다양한 종류가 있으며 세계 수출 1위 국가입니다. 네덜란드, 중국, 러시아 등 세계 각국에 수출하고 있지요.
오현금 : 제가 가장 받고 싶은 선물이 꽃의 여왕이라고 하는 장미랍니다. 멀리서 오다 시들면 어떡하나 걱정됩니다.
뜨루히요 : 전혀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비행기로 오고, 지금 한국에서는 장미를 네덜란드에서 사옵니다. 그러니까 에콰도르에서 네덜란드로 가서, 다시 서울로 들어오는 것입니다. 바로 온다면 훨씬 신선하고, 가격도 그만큼 좋아질 수 있습니다. 5월에 고양시에서 열리는 “꽃 박람회”에 에콰도르 전시관이 있습니다. 한국의 소비자와 직접 만나고 싶어서입니다. 에콰도르의 꽃은 깨끗한 물, 신선한 밤공기, 12시간 동안 자외선을 받으며 자라기에 색깔이나 모양 내구성에 있어서 최고입니다. 장미, 카네이션, 열대지방 꽃, 해바라기, 백합 등 다양한 꽃들이 생산됩니다.
오현금 : 늘 에콰도르 하면 커피를 먼저 떠올렸는데, 이제는 꽃, 특히 장미를 떠올려야 하겠습니다.
뜨루히요 : 커피의 생산과 수출, 품질도 좋지만 정말 자랑하고 싶은 것은 초콜릿을 만드는 원료인 카카오의 품질이 가장 좋고 수출 세계 1위입니다. 스위스, 벨기에, 프랑스에서 만드는 최상품의 초콜릿 원료가 바로 에콰도르에서 공급됩니다. 바나나, 망고 등 열대 과일이 풍부한데 그중에서도 바나나는 크고, 달콤하며 역시 세계 수출 1위입니다. 새우도 아주 맛있고 수출은 세계 3위입니다. 한국인들은 동남아시아에서 들여온 바나나, 새우 등을 맛보았는데, 에콰도르산을 맛보신다면 정말 좋아하실 겁니다. 대부분의 한국인이 에콰도르는 제3세계에 있는 개발도상국이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한 명 한 명의 한국인을 만나 우리나라를 좀 더 정확하게 알리고 싶습니다.
오현금 : 대사님의 열정이 느껴집니다. 외교관이지만 국가라는 기업을 홍보하는 분 같기도 하고, 그 기업의 주인 같은 느낌도 듭니다.
뜨루히요 : 네. 저는 MBA 공부도 했습니다. 에콰도르는 풍부한 자원과 세계 최고의 자연환경을 갖고 있습니다. 원유가 매장되어 있을 뿐 아니라, 천연가스, 구리, 금, 아연 등 광물자원도 풍부하며, 안데스 고원, 아마존의 열대우림, 국립공원인 갈라파고스 섬 등 모든 종류의 자연환경을 발견할 수 있는 곳입니다. 다양하게 아름다운 경치 속에서, 승마, 바다카약, 스쿠버다이빙, 스카이다이빙, 트레킹, 산악자전거 등 여러 종류의 레포츠를 즐길 수 있습니다. 아메리카인디언의 흔적이 남아있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생물의 종류들이 사는 나라입니다. 우리는 지역화폐가 아니라 미국 달러를 사용하고 있고 국민의 60~70퍼센트가 영어를 사용하기에 오시면 전혀 불편이 없을 겁니다. 미국 잡지에서 에콰도르의 수도 키토가 기후와 자연환경, 병원 시설이 잘 되어 있으며, 사는 비용도 얼마 들지 않아 은퇴 후 가장 살기 좋은 곳이라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자연의 훼손은 지구온난화 등 많은 문제를 일으킵니다. 그래서 갈라파고스 섬에도 1년에 들어가는 인원을 한정하고 있고, 야수니 국립공원 지역에 매장된 석유개발을 무제한 연기하면서 국제공동체의 지원을 요청한 상태입니다.
오현금 : 올해가 수교 50주년으로 알고 있는데, 그동안 어떤 교류가 이루어졌으며, 특별한 행사 계획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뜨루히요 : 그동안 경제적, 정치적 협력이 있었지만, 앞으로 경제적 협력을 강화하고자 합니다. 문화교류의 계획도 있습니다. 여수 엑스포 기간 중 에콰도르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국경일인 5월 24일에 에콰도르의 음악을 선보이게 됩니다. 에콰도르는 다문화가 국가입니다. 인디언의 순수혈통이 약 7퍼센트이고, 스페인과 인디언의 혼혈이 70 퍼센트 정도입니다. 또한, 아프리카에서 미국으로 노예로 오게 된 사람들의 문화와 이웃한 브라질, 페루 등이 스페인, 포르투갈이나 영국 등의 유럽의 영향을 받았기에 그야말로 다양한 문화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곳입니다. 원래 살고 있던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음악, 아프리카 음악, 그리고 유럽의 음악이 같이 있습니다. 여수에서 연주할 뿐만 아니라 서울에서 한국국제교류재단에서 연주가 있고, 대성그룹의 김영대 회장님께서 에콰도르 명예 영사이십니다. 대성그룹에서 운영하는 신도림의 디큐브씨티에서도 공연이 있습니다. 이 행사는 5월 19일에서 26일 사이에 이루어지고, 미래에셋 빌딩에서는 그림전시회도 있습니다.
오현금: 현재 서울에는 에콰도르 문화원이 없는데 평소에 에콰도르의 문화를 접하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뜨루히요: 아주 작지만 곧 문화원을 열 계획입니다. 대구시에 있는 범어지하도에 영어와 문화예술 복합거리를 만들면서 세계 24개국이 참여하게 되는데, 그곳에 미니문화원을 설립합니다. 이렇게 직접 만날 수 있는 계획도 있지만, 온라인상에서도 언제든지 대화가 가능합니다. 대사관 홈페이지는 한글로 작성되어 있습니다. 한국인들이 항상 접근하기 쉽도록 하기 위함이지요. 홈페이지에는 행사 내용이나 투자에 관한 자세한 설명이 있으며 오른쪽 하단에 보면 1:1 대화라는 창이 있습니다. 알고 싶은 사항이 있으면 언제든지 메일을 보내주시면 됩니다. 개인적인 이야기인데, 저의 부인은 에콰도르에서 모닝쇼 담당 진행자였습니다. 매일 아침 두 시간씩, 뉴스도 소개하고 생활정보도 알려주는 프로그램을 맡았는데, 현재 서울에서는 스페인어 혹은 영어로 방송 활동을 하기가 곤란합니다. 가능한 한 한국의 문화와 한국인을 많이 접하면서 이곳에서 소중한 경험을 쌓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반얀트리 클럽에서 살사댄스를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강사료는 받지 않고 즐겁게 무료로 봉사하고 있습니다. 에콰도르와 남미에 대해 알기를 원한다면 어디든 달려가서 열심히 봉사하겠습니다.
오현금 : 인터뷰 내내 대사님이 너무 멋지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멋진 분은 대사님 부인이시네요. 헌신적으로 문화를 알리는 진정한 외교관이신대요. 한국에 오신지는 얼마나 되었으며, 한국 문화와 어떻게 만나고 계시는지요?
뜨루히요 : 18개월 되었습니다. 언제까지 있을지는 모릅니다. 경제협력 등 한국에서의 저의 임무가 끝나거나, 나라에서 저를 필요한 곳으로 보내면 그곳에서 열심히 일해야지요. 북촌에서 살고 있습니다. 한국의 전통과 현대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지역이라 여겨집니다. 두 살과 네 살짜리 아이와 함께 네 식구가 주말이면 동네 산책도 하고, 찻집에도 갑니다. 북촌, 국립민속박물관, 경복궁, 인사동, 한국의 집이 우리 식구의 산책 코스입니다. 판소리도 좋아합니다. 한국인의 정신세계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또한 그 정신세계를 존중합니다. 아시아인들 가운데 한국인과 에콰도르인이 정신적으로 가장 가까운 것 같습니다. 삶에 대한 열정이 있고, 교육열이 높은 것이 많이 닮은 것 같습니다. 화천에서 열리는 산천어 축제에도 다녀왔습니다. 한국의 문화를 접하고 한국인들과 어울리면서 한국을 피부로 직접 느끼고 싶습니다.
오현금 : 적도의 나라, 에콰도르는 아주 먼 나라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인터뷰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위도 0도인 적도에서 남북으로 갈라지는 그림자도 보고, 잉카의 흔적도 살피며, 새우와 열대과일을 먹으며, 장미 향기에 취하고 싶습니다. 정신적으로 교감할 수 있는 우리의 이웃이 사는 에콰도르에 꼭 가보고 싶습니다. 한국에서 좋은 추억 만드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글·오현금 문학박사, 문화칼럼리스트
사진·바이브스튜디오 구범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