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Fontaine Stravinsky

 

[아츠앤컬쳐] 우리는 이 세상에 두 번 태어납니다. 한번은 어머니 자궁으로부터, 그리고 그다음은 우리를 둘러싼 환경에 의해서입니다. 독일의 심리학자 쿨트 르윈은 ‘신체 행위처럼, 사회 행위도 지각에 의해 행동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우리의 삶과 성품을 만드는 환경은 사회구성원들에 의해 조성되며 이것을 이루는 힘은 집단역학(group dynamics)입니다. 집단역학이란 복잡한 사회과정이 집단에게 미치는 영향을 나타내기 위한 사회과학의 한 분야이지만, 분명 환경이란 나만의 것이 아닌 전부라는 점에서 그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한 개인과 그를 포함한 집단과의 관계항 속에서 환경은 빚어집니다.

‘친구 속에 한 사람만 현명해도 모두가 현명해지고, 한 명의 우둔한 친구가 있으면 다른 친구들도 바보로 만든다’고 랄프 에머슨은 일갈을 했습니다. 집단을 움직이고 그 집단이 살아가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지각과 지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지적하고 있는 것입니다.

파리는 옛 고풍과 현대적 감각이 고루 조화를 이루는 환경을 지니고 있습니다. 비록 동양철학이긴 하지만 온고지신을 그대로 실천하는 듯한 모습을 그대로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현대화라는 미명아래 포크레인의 무쇠더미와 개발 포식자에 의해 무참하게 마구 무너져 사라진 그런 도시가 아닙니다. 고색창연함이 곳곳에 배어 있고 현대적인 맛이 배인 라데팡스 지역에 잘 조성되어 있는 것입니다.

파리의 중심부 퐁피두센터 바로 옆에 커다란 분수대 공원이 있습니다. 스트라빈스키 분수입니다. 음악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에서 영감을 얻어 16개의 조각 작품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조각들이 전부 살아 움직이며 물을 뿜어댑니다. 

불새, 음자리표 솔, 나선 스파이럴, 코끼리, 여우, 뱀, 개구리, 대각선, 죽음, 사이렌(인어), 나이팅게일, 사랑, 생명, 심장, 어릿광대의 모자, 래그 타임 등의 각 주제로 매우 유머러스하며 역동적인 형태를 띠고 전기모터에 의해 끊임없이 움직이며 물을 뿜어냅니다. 이 분수대가 태어나기에는 많은 지식인들의 혜안이 협연을 하여 가능했던 것임을 알게 됩니다. 현대음악연구소 IRCAM 작곡가와 지휘자였던 피에르 불즈가 분수의 테마로 스트라빈스키 작품을 제안했고 1981년 당시 파리 시장이었던 쟈크 시라크에 의해 이곳에 조성될 수 있었습니다.

이 분수광장에 놓일 조각가가 선정되었는데, 그들이 바로 키네틱 아트(움직이는 조각)의 현대적 선구자이었던 장 팅겔리와 그의 부인 니키드 생 팔이었습니다. 팅겔리는 전기동력을 이용하여 조각들이 움직이도록 창출했으며, 동시에 대중들의 안전을 위해 전력을 낮추는 기술을 적용하기도 했습니다.

이곳은 항상 젊은이들로 붐비는 활기 넘치는 휴식 공간이며, 외국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합니다. 전통적인 조각처럼 멈춘 것이 아니라 모터와 기계 장치를 결합하여 조각에 움직임을 가한 것으로, ‘움직이는 분수 조각’에서 대부분의 조각들이 천천히 돌아가면서 물을 내뿜도록 한 것입니다. ‘움직이는 분수 조각’은 관념적 생각을 바꿔놓았고 모든 조각은 천천히 빙글빙글 돌며 관람자들에게 입체감을 드러내 보입니다. 어릿광대와 발레리나 인형들이 우스꽝스럽게 춤을 추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친근감을 더하도록 낮은 눈높이로 분수를 만들었습니다. 

놀라운 상상력과 해학적인 이미지로 만든 이 분수 조각은 공공의 장소에서 모든 이들에게 새로운 생각과 아이디어로 삭막한 도시에 유쾌한 즐거움과 삶의 의미를 더해 줍니다. 예술은 딱딱하게 굳은 도시 이미지를 녹여내는 연금술과 같은 것입니다. 부드러움이 강퍅한 것을 이기듯이 말입니다. 파리는 그래서 부드러우면서 역동적인 파리지앵들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는 것입니다.

글·그림 정택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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