쁘띠 팔레 시립미술관
[아츠앤컬쳐] 파리 소재의 국립극장으로는 코메디 프랑세즈, 파리 국립오페라, 오데옹 국립극장, 샤이오 국립극장, 꼴린느 국립극장이 있다. 각각의 공연 성격과 역사가 다르지만, 그 중 코메디 프랑세즈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극장이라고 할 수 있다. 1680년에 설립된 몰리에르 극단이 모태가 되어 루이 14세때부터 왕립극단이 되었으며, 현재는 국립극장으로써 문화부의 재정지원을 받고 있다. 코메디 프랑세즈는 세 개의 극장을 보유하고 있는데, 루브르 박물관과 오페라 사이에 위치한 전통적인 양식의 리슐류 극장, 파리의 강좌 지역인 리브 고슈(Rive Gauche)에 위치한 현대식 시설의 비유 꼴롱비에 극장, 루브르 박물관 건물의 지하에 위치한 소규모의 스튜디오 극장이다. «메종 드 몰리에르»라고 불리우는 코메디 프랑세즈를 테마로 한 전시가 쁘띠 팔레 시립미술관에서 열렸다.
이번 전시는 연극의 역사를 미술관이라는 장소를 무대로 연출되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러한 혼합장르의 문화행사는 세계적인 트랜드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음악, 미술, 건축, 패션, 문학 등 다수의 장르안에서 자유롭게 교차하고, 이들을 융합하는 기획은 다양한 영역에 대한 충분한 연구와 이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연출력이 요구된다. 쁘띠 팔레 시립미술관과 코메디 프랑세즈가 공동 기획한 이번 전시에는 코메디 프랑세즈가 보유하고 있는 상당수의 작품으로 연출되었다. 한편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에 위치한 쁘띠 팔레 시립미술관은 1900년 만국박람회를 위하여 준공되었으며, 르네상스부터 19세기까지 폭넓은 상설 컬랙션 전시와 1년 내내 다양한 테마와 장르의 기획전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곳이다.
«코메디 프랑세즈전»은 회화작품을 비롯하여 연극 무대모형, 무대 소품, 무대의상과 악세사리 등 풍부한 볼거리로 꾸며졌다. 프랑스 연극사의 주요 인물인 몰리에르, 사라 베르나르의 초상화는 물론 그들이 사용했던 무대 소품과 의상 등을 통해서, 무대 위에서 볼 수 없었던 이들의 삶과 활동을 엿볼 수 있다. 크게 5개의 테마로 구성된 이번 전시의 1장은 1680년 극단 설립을 테마로 꾸몄는데, 몰리에르가 세자르 역으로 분한 초상화와 그가 사용했던 의자를 볼 수 있다. 이 의자는 몰리에르가 1673년에 사망하기 바로 전에 공연한 ‘상상병 환자’때에 사용했던 의자이다. 원래 이 의자는 코메디 프랑세즈의 상징으로써 리슐류 극장에 상설전시 되어 있는데, 이번 전시를 위하여 예외적으로 옮겨왔다.
몰리에르가 죽은 뒤, 몰리에르의 극단은 다른 극단과 합병하여 1680년 국왕의 명에 의해 '코메디 프랑세즈(Comédie Française)'가 되었다. 오늘날 프랑스의 국립극장 코메디 프랑세즈가 '몰리에르의 집'으로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몰리에르는 연극인으로서 당대의 최고 희극 연기자로 대우를 받았으며, 현재까지 프랑스 연극사상 최대의 희극작가로 평가되고 있다. 그는 기존에 존재했던 단순한 희극의 한계를 넘어서, 예민한 관찰로 당시의 풍속을 무대 위에 재현시켰으며, 심리 발전을 토대로 하는 성격 묘사, 무대의 조화, 이성과 양식을 존중한 자연스러우면서 생명력 넘치는 표현을 구사했다.
2장과 3장은 각 각 극장의 물리적 변천사와 레퍼토리 작품 및 작가를 소개하고 있다. 현재 코메디 프랑세즈의 레퍼토리에는 2700개의 극본과 1000명이 넘는 극작가가 등록되어 있다. 그 중 볼테르, 코르네유, 장 라신, 마리보가 대표적이며, 요즘도 매년 수편의 새로운 극본이 극본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서 추가되고 있다. 또한, 1680년 설립 이후 수 많은 이전을 거친 끝에, 1799년 현재 사용하고 있는 리슐류 극장을 건립하였다. 리슐류 극장의 자랑거리 중 하나는 ‘올리비에 드브레’라는 프랑스 추상화가가 작업한 무대의 막인데, 제작 당시 모형이 전시 되었다.
극단의 역사를 테마로 구성된 4장에서는 코메디 프랑세즈의 극장이라는 장소적 개념보다는 정회원과 준회원으로 구성된 극단을 바탕으로 한 기관이라는 성격을 부각시켰다. 수 많은 명배우가 배출된 코메디 프랑세즈의 회원이 된다는 것은 매우 명예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참고로 우리나라에도 많이 알려진 불란서 여배우 ‘이자벨 아자니’도 코메디 프랑세즈 출신이다.
19세기 유럽 최고의 여배우로 칭하는 ‘사라 베르나르’를 빼 놓을 수 없다. 매력적인 목소리와 살로메를 연상시키는 요염하고 독특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던 그녀는 1870년대에 빅토르 위고의 작품 ‘뤼 블라스(Ruy Blas)’에 출연하면서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된다. 그 후 사라는 프랑스 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활동하며 명성을 쌓은 뒤 미국으로까지 진출하였다. 당시의 프랑스에선 사라를 극단 창단 이후 ‘최고의 명배우’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고,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의 황후인 알렉산드라 여왕은 ‘사라 베르나르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예술가이다’ 라고 칭송했다.
테마는 몰리에르 극단이다. 현재 단원들의 사진이 전시장 벽 한가득을 매우고 있다. 사진작가 크리스토프 레이노는 각자 자기가 선택한 소품을 들고있는 배우들의 모습을 빨간 바탕위에 선명하게 포착했다. 이렇게 모아놓은 단원들의 사진 속에 보이는 그들의 다채로운 표정들은 우리의 삶의 모습의 작은 조각들을 모아 놓은 것처럼 친근하다.
연극이라는 장르를 미술관이라는 장소로 옮겨 놓은 ‘코메디 프랑세즈전’은 마치 한편의 연극을 무대 위와 무대 뒤에서 경험하는 것처럼 입체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또한 연극의 극적인 성격처럼, 전시장의 전체적인 색체감과 분위기도 극적으로 실감나게 꾸몄다. 무엇보다도, 프랑스 희곡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몰리에르가 이번 전시를 감상하는 축이다. 몰리에르의 예리한 관찰력과 날카롭고 생명력있는 문체는 오늘날의 사회를 풍자하기에도 부족함이 없을 것 같다. 만약 몰리에르가 요즘 우리사회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았다면 과연 어떤 희곡을 썼을지 상상만으로도 흥미롭다.
글 이화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