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오현금: 미술관 내부에 자리 잡은 듯한 영국문화원에서 예술품처럼 느껴지는 원장님과 인터뷰하게 되어 무척 기쁩니다.

데이비스: 저는 사무실에서 길에 서 있는 조나단 브롭스키의 ‘망치질하는 사람’을 볼 수 있다고 늘 자랑합니다. 하지만 정말 자랑하고 싶은 것은 바로 이 창문에서 보이는 저 산이 추사 김정희의 “인왕제색도”에서 보는 풍경이랍니다.

오현금: 너무 멋져요. 서울 시내 한가운데서 이런 풍경과 분위기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지요. 건물 내부로 들어오면서 마주친 미술품들, 영어를 배우는 학생들, 부모님과 함께 책을 보는 어린이들, 문화원 내부의 색채가 뚜렷한 가구들, 도서관의 책들이 어우러져 신선한 자유로움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영국문화원에서 하는 중요한 일을 알고 싶습니다.

데이비스: 가장 중요한 것은 문화를 함께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영국문화를 한국에 전한다는 것과는 다른 차원입니다. 문화적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을 말하지요. 창의적인 프로그램을 사람끼리 부대끼며 만들었을 때 그 관계가 오래 지속됩니다. 영어교육, 사회와 예술 등의 분야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한국과 영국의 신뢰와 이해를 발전시키고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훌륭한 교사들이 어학센터에서 직접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고, 한국의 파트너 기관과 함께 영어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해외유학 시 필요한 영어 능력의 평가도 하고 있습니다. 교육 분야에서는 영국과 한국 대학 간의 협력과 교류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오현금: 방금 어학센터를 둘러보고 왔습니다. 어린이들의 코너가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유치원 어린이들이 영어로 말하며 놀고 있는 것을 보면서 잠시 지금 어디에 있는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열심히 자신의 장래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참 보기 좋았고, 이곳에서 공부하면 아주 쉽게 영어를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데이비스: 고맙습니다. 영어교육뿐 아니라 전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인 기후 변화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자 2008년부터 ‘기후 변화 챔피언(Young Climate Change Ambassador)’이라는 활동을 전개하여, 기후 변화 문제 해결을 이끌어 갈 젊은 청년들을 양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 및 영국의 청년들이 프로젝트 관리 및 리더십 개발 등의 다양한 교육을 통하여 경험과 지식을 쌓고 있으며, 상호 간 여러 교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기후 변화 홍보대사를 대학생을 중심으로 모집하며, 한국 내 다수의 중학교 학생들을 직접 교육하면서 외국학교와의 교류, 사업계획서를 영문으로 작성해서 제안하기도 하고 다양한 수업 진행방식과 내용을 개발하여 학생들에게 환경에 대한 재미와 흥미를 느끼게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오현금: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이야기입니다. 환경비즈니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대기, 물, 소음, 폐기물, 에너지 등 환경 문제가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나라의 구분을 떠나 서로 정보 교환도 하고 좋은 방안을 만들어가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우리나라도 기업가들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까지 환경 의식이 더욱더 향상되면 좋겠습니다.

데이비스: 또 다른 큰 활동의 축은 문화예술분야입니다. 선택된 소수만이 즐기는 예술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예술과 가까이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2010년부터 ‘New Work New Audiences’라는 글로벌 아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관객이 예술 작품에 참여하고, 상호작용하고, 새로운 관객을 만들어 내면서 적극적으로 관객과 예술이 관계를 맺도록 하는 것입니다. 국립서울미술관이 내년에 개관됩니다. 그래서 국립현대미술관과 함께 기획하여 일반대중과 미술과의 간격을 좁히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한-영 국제워크샵 ‘아트 토크’를 열었습니다. 테이트미술관, 테이트리버풀, 아르놀피니 미술관에서 전문가들이 오고, 한국 예술계의 전문가들이 모여 어떻게 관객에 가까이 갈 수 있는지, 새로운 관객을 만드는지에 대해 아이디어와 경험을 나누었습니다. 단순한 전시가 그 기능이 아니라, 관객이 다양한 문화예술을 경험하며 예술과 관객이 상호소통하는 미래지향적 복합문화공간을 만들기 위한 것입니다.

오현금: 원장님의 말씀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양 방향으로 이루어지는 새로운 문화의 창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산업사회의 상징이던 발전소를 변화시켜 21세기가 시작되는 2000년에 문을 연 런던의 테이트모던미술관은 런던을 현대미술의 중심지로 만들었고 세계에서 많은 관광객이 오도록 했습니다. 역사적 의미가 담긴 서울의 중심에 자리 잡을 새 미술관에 거는 기대가 큽니다.

데이비스: 디자인 부분에도 새로운 개념의 프로젝트를 하고 있습니다. ‘Inclusive Design’이라고 하는 이 프로젝트는 함께 참여해서 아주 특이함을 만들어 내도록 하는 것입니다. 몸이 불편한 분이나 노년층을 위한 디자인이 아니라, 그분들이 직접 디자인 팀의 일원으로 참여하여 편리하고 필요한 제품을 같이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같이, 함께’라는 개념이 중요합니다.

오현금: 지난해 ‘디지털 미디어씨티’ 전시에서도 관객이 공공의 장소에서 영국 아티스트들의 작품에 함께할 수 있는 경우를 보았습니다.

데이비스: 공공이 장소에서 예술행위를 하면서 관객과 함께하는 프로젝트도 있습니다. 방금 얘기한 디지털 미디어시티 뿐만 아니라 음악과 무용분야에서도 진행됩니다. 예를 들면, 영국의 작곡가가 경복궁과 같은 서울의 특정한 장소에 대해 음악을 만드는 작업을 한국의 음악가들과 함께하는 겁니다. 한국과 영국의 아티스트들이 함께 작업하여 그들의 창의성과 문화를 함께 나누기를 기대하며, 보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예술을 관람하고, 경험하고 참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현금: 영국하면 셰익스피어를 비롯하여 많은 문학가들이 떠오릅니다. ‘크리스마스 캐롤’, ‘올리버 트위스트’ 등으로 한국인에게 친숙한 찰스 디킨스의 탄생 200주년이라고 들었습니다.

데이비스: 네. 1월에 ‘찰스 디킨스 책 낭독 경연대회’를 개최하였고, 우승자가 2월 7일 ‘글로벌 낭독 마라톤’ 행사에 참여하였습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낭송을 출발하여 전 세계 24개국이 참석하여 24시간 동안 성공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한국과 영국 문학의 번역 워크샵도 있을 예정입니다. 한국의 문학이나, 여러 정보가 영어로 번역이 되어 세계에 알려져야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현금: 엘리엇의 작품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를 원작으로 만든 뮤지컬 ‘캣츠’는 세계적으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고, 얼마 전 한국에서도 공연이 되어 대중들이 좋아했습니다.

데이비스: 영국에서 만들어진 많은 뮤지컬들이 세계시장에서 아주 인기가 있습니다. 올해는 정말 바쁜 해입니다. 7월에 영국에서 올림픽이 열리고, 엘리자베스 여왕의 취임 60년이 되는 해 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문화 예술을 통한 세계인과의 소통의 장을 많이 준비하고 있으니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오현금: 문화적 관계를 ‘같이 만들기’ 위해 많은 일을 하시는 원장님과의 대화 너무 고맙습니다. 인왕산의 기운을 많이 받으셔서 더욱 활발하게 활동해 주시기를 기대합니다.

글 오현금 문학박사, 사진 구범석 바이브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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