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 바우쉬의 오페라 발레

©Agathe Poupeney /Opérade Paris
©Agathe Poupeney /Opérade Paris

 

[아츠앤컬쳐] 파리 국립오페라에서는 2월 4일부터 16일까지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가 성황리에 공연되었다. 글루크의 오페라 곡에 20세기 최고의 무용가인 피나 바우쉬가 발레 오페라로 새롭게 창작한 이 작품은 2005년에 파리 국립오페라의 레퍼토리 공연으로 등록되었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최고의 시인이자 음악가인 오르페우스(Orpheus)와 그의 아내인 에우리디케(Eurydice)의 슬픈 사랑이야기는 수 세기 동안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죽은 에우리디케를 찾아 지옥으로 간 오르페우스는 음악으로 신들을 감동시키고 자신의 슬픈 감정을 표현한 대가로 하데스 왕으로부터 사랑하는 아내의 부활을 선물 받는다. 그리고 하데스는 아내를 돌려주는 대신 한 가지 조건을 제안하는데, 그것은 바로 뒤돌아보지 말라는 것이었다. 동물의 음울한 울음소리가 가득한 동굴을 빠져나오는 그들에게, 지옥의 왕은 온갖 소리로 오르페우스의 호기심을 자극하였고, 이에 그는 돌아보지 말아야 한다고 되뇌고 또 되뇌지만 결국 출구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채 뒤를 돌아보고 만다.

©Agathe Poupeney /Opérade 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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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비극의 스토리를 크리스토프 글루크(1714-1787)가 이탈리아 시인 라니에리 디 칼자비지와 함께 1762년에 처음으로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라는 오페라 곡을 탄생시켰다. 이후 글루크의 재작업을 통해 각색되어 1774년에 파리에서 초연되었다. 그리고 200여 년 후, 피나 바우쉬가 글루크의 오페라 곡을 1975년에 발레 오페라라는 또 다른 장르로 새롭게 탄생시켰다. 바우쉬의 이 작품은 독일의 대표적인 공연으로 명성을 얻었으며, 2005년에 파리 국립오페라의 레퍼토리 공연에 추가되었다.

독일인 피나 바우쉬는 현대 표현주의 무용의 대가로서 지난 2009년에 타계했다. 바우쉬는 독일 엣센폴크방예술대학과 미국 줄리어드음악원에서 공부한 뒤, 1973년 부퍼탈시립무용단의 예술감독 겸 안무가로 취임했다. 이후 연극과 춤의 경계를 넘나드는 극무용이라는 의미의 ‘탄츠테아터(Tanztheater)’라는 혁신적인 장르를 발전시켰으며, 2005년에는 한국을 소재로 한 작품 ‘러프 컷’을 서울에서 초연한 바 있다.

©Agathe Poupeney /Opérade Paris
©Agathe Poupeney /Opérade Paris

전통과 현대의 절묘한 조화로 탄생된 바우쉬의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는 글루크의 프랑스 곡에 독일어로 연주되었다. 주연인 오르페우스, 에우리디케, 아모르 역에는 각각 무용수와 성악가가 함께 설정되어서, 발레와 오페라의 절묘한 조화를 이루었다. 극은 장례, 폭력, 평화와 죽음이라는 네 개의 테마로 전개되었는데, 각각의 무대와 연출은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전체적으로 미니멀한 느낌이 드는 무대에는 최소한의 무대장치와 데코레이션을 사용하여, 무용수와 성악가에게 시선이 집중되도록 연출되었다. 또한, 의상과 분장도 철저하게 안배된 과감한 삭제와 정확한 강조를 통하여 탁월한 예술성을 보여주었다. 피나 바우쉬 특유의 극적인 안무는 스토리의 극적인 감정을 극대화하여 이를 보며 심취한 관객들은 눈물을 흘리며 감상했다.

©Agathe Poupeney /Opérade Paris
©Agathe Poupeney /Opérade Paris

이번 공연의 주연인 에우리디케 역에 한국인 소프라노 최윤정 씨가 열연하여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최윤정 씨는 2008년 독일의 피나바우쉬 페스티발때 뒤셀도르프극장에서 에우리디케 역을 맡으며 피나바우쉬와 첫 인연을 맺게 되었다고 한다. 소프라노 최윤정 씨는 한양대 성악과 출신으로 정동희 교수에게 사사하였다. 이후 밀라노의 베르디 국립음악원을 수석으로 졸업하였고, 동양인 최초로 파리 국립오페라 아뜰리에 리릭끄(Atelier Lyrique) 단원을 역임하였다. 현재 유럽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활발한 연주 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이번 바우쉬의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는 2012년 7월 뉴욕의 링컨센터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글 이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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