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미스터 트롯’의 대중음악 파괴력이 예측을 뛰어넘어 폭발하고 있다. 이 경연대회에 출연한 17,000여 명의 후보자 중 4등을 차지한 김호중 씨의 고전음악 배경 스토리도 ‘미스터 트롯’의 파괴력 확대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미스터 트롯’은 3월 12일 밤 시청자 문자 투표에 7,731,781콜이 몰려 서버 접속 장애를 일으켰고 예고된 즉석 1등 발표를 하지 못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TV조선 ‘미스터 트롯’이 기록한 시청률 35.711%는 우리나라에서 종편(종합편성) 채널이 생긴 역사 이래 최고 시청률로 기록됐다. 강남, 서초 지역에서만 50%가 넘었다. ‘미스터 트롯’은 지난해 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이 거둔 종편 채널 최고 시청률 23.8% 기록을 깬 것이기도 하다.
‘미스터 트롯’에서 최종 결선을 벌인 7명은 모두 일약 스타가 되었다. 지난해 ‘미스 트롯’에서 1등을 한 송가인 씨는 각종 TV방송국이 경쟁적으로 초빙하는 주요 출연자가 되었고, 콘서트 일회 출연료로 3천만 원에서 1억 원을 받는 초대형 가수가 됐다고 한다. 우리의 대중음악 시장이 그만큼 뜨겁고 큰 시장이 된 것이다.
김호중 씨는 경연에서 4등을 했지만 7명 입상자 중 가장 뉴스가 많이 나오고 있는 출연자 중 한 명이다. 놀라운 것은 그가 2013년 3월 14일 개봉된 영화 ‘파파로티’의 실제 주인공이라는 것이다. 영화 ‘파파로티’는 윤종찬 감독에 한석규, 이제훈, 오달수, 강소라, 조진웅 배우 등 호화 캐스트가 등장하며 영화 자체로도 관객 1,716,438명을 동원하고 27회 후쿠오카 아시아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는 성과를 거둔 작품이었다. 파바로티를 너무나 좋아하고, 그리워하고, 존경하는 사람으로 ‘파파로티’라는 영화 제목에 흥미를 느껴 2013년 개봉 당시 이 영화를 보았었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그 이후 최근 ‘미스터 트롯’이 사실을 가르쳐주기 직전까지도 이 영화가 실존 인물 김호중 씨 라이프스토리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상상을 하지 못했었다.
파바로티는 2007년 세상을 떠났지만 예술적으로는 여전히 최정상 테너 중 한 명이며 지금도 그의 빈자리가 너무 크다. 파바로티는 흔히 ‘King of High C’로 불린다. 테너가 내야 하는 가장 고음 중 하나인 High C(높은 도)를 가장 잘 부른다는 것이다. 물론 파바로티는 일반 테너들이 그토록 힘들어하는 High C를 너무나 편안하게 부른다. 그러나 파바로티의 진정한 위대함은 High C가 아니라 소토 보체(Sotto Voce)에 있다. 소토 보체는 ‘작고 부드럽게’ 하라는 작곡가의 악보 상 주문이다. 파바로티의 음악은 그가 부르는 한 곡 한 곡의 오페라 아리아도 모두 좋지만, 그가 제임스 레바인의 피아노 반주로만 소토 보체의 진수를 들려주는 이탈리아 칸초네는 정말 한 순간순간이 파우스트의 ‘멈추어라 순간이여’다.
파바로티 이후 이탈리아가 자랑하는 테너의 계보가 더 이어지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이탈리아어가 존재하는 한 이탈리아 출신의 명 테너는 앞으로도 계속 태어날 가능성이 상존한다. 이탈리아어는 독일어와 같이 어둡고 깊은 발음보다는 a, i , o, u, ai, uo 등 간결한 모음이 많고 밝고 명랑하다. 이탈리아어를 제대로 발음하다 보면 어느덧멋진 노래가 된다. 노래처럼 말하고 있지 않다면 이탈리아어를 잘 못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탈리아 사람들은 연애에도 타고난 소질이 있다고 오해를 받기도 한다.
김호중 씨는 ‘미스터 트롯’ 이후 즉시 기획사와도 전속 계약을 맺었고 성공적 미래가 확실시되었다. 그에게 대중음악의 세계에만 머물지 말고 그가 머물렀던 고전음악의 세계도 계속 오가며 두 영역 모두를 빛나게 하는 가수로 활동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그는 대구의 경북예술고와 김천예술고에서 성악을 공부한 후 한양대 음대를 거쳐 독일까지 유학한 성악가다.
우리나라 고전음악 시장은 대중음악 시장처럼 파워가 세지 못하다. 1회 출연료로 ‘미스 트롯’처럼 1억 원을 받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고전음악은 그 자체가 가진 분명한 예술적 힘으로 영원히 인류사와 함께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호중 씨가 앞으로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고전음악도 종종 들려주며 고전음악 팬들도 즐겁게 해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가 파바로티가 이탈리아 칸초네를 부를 때의 소토 보체를 따라할 수만 있다면 그는 우리에게 더 위대한 가수로 사랑받게 될 것이다.
글 | 강일모
경영학 박사, 에코 에너지 대표, 국제예술대학교 총장 역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