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아카데미 작품상(Academy Award for Best Picture)은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and Sciences)가 해마다 수여하는 아카데미상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은 최고의 상으로 간주되므로 마지막으로 수여되며, 감독 및 배우, 작곡가 및 작가를 아우르는 상이다.
아카데미 시상식 초창기에는 작품상을 영화 제작사에 수여하다가, 20세기 말 즈음부터 영화 제작자에게 수여하고 있다. 과거에는 하나의 회사에서 진행하던 영화 투자·배급과 영화 제작이 분리되면서 영화 제작자에게 시상하는 형태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각자의 차이는 무엇일까?
영화관에서 영화 상영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나오는 회사 이름이 바로 투자·배급사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CJ ENM’, ‘파라마운트’, ‘20세기 폭스’ 등이다. 투자사는 영화에 필요한 돈을 대고 배급사는 영화를 홍보하고 수출하며, 극장에 건다. 보통은 배급사가 투자도 하니 투자·배급사라고 부르는 것이다. 영화 <기생충(Parasite)>의 투자와 배급은 CJ ENM이 맡았다. 1950년 제23회 아카데미 작품상은 <이브의 모든 것(All About Eve)>이 받았고, 당시 영화 제작사인 ‘20세기 폭스’가 그 수상 리스트에 현재도 남아있다.
그리고 두 번째로 나오는 회사 이름은 일반적으로 영화 제작사라 할 수 있다. ‘픽사’, ‘월트디즈니’, ‘덱스터’ 등이다. 영화 제작사는 어떤 영화를 제작할지 기획하고,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캐스팅을 담당할 뿐 아니라 제작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조달하는 일도 겸한다.
한편, 영화 제작자는 영화 제작사를 대표하는 사람이다. <기생충>의 경우 영화 제작사는 ‘바른손이앤에이’이며, 영화는 공동제작으로 제작자는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 문양권 바른손이앤에이 회장, 봉준호 감독, 장영환 프로듀서로 알려져 있다. 이번 아카데미 작품상 시상식에서 곽신애 대표가 시상대에 오른 이유도 작품상의 수상자는 영화 제작자이기 때문이라고 보면 된다.
물론, 투자·배급·제작사를 명확하게 구분하기에는 어려운 경우가 많다. 제작사가 투자도 하고 배급도 하거나 배급사가 투자도 하고 제작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거기에 상업 영화의 제작과정에는 꼭 엑스트라 배우들이 많이 나오지 않더라도 보이지 않는 수많은 인원이 동원된다.
영화가 끝날 때 올라가는 크레딧(credit) 화면의 깨알 같은 이름들을 생각한다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주연배우를 포함하여, 이들 대부분은 저작권법상 영화라는 영상저작물의 공동저작권자에 해당되거나 그 제작에 참여한 저작인접권자에 해당된다. 또한 영화는 흔히 시나리오가 별개로 존재하는 등 원저작물을 토대로 2차적으로 만든 저작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영화의 배경으로 사용되는 음악, 화면에 나오는 미술 작품 등의 권리자들이 영화에 관여가 된다. 즉, 영화라는 영상저작물에는 많은 사람들의 권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이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관련자들의 다양한 이해관계의 대립으로 인하여 영화의 이용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없게 된다.
영화에는 이와 같이 많은 권리자가 존재하여 법률관계가 불가피하게 복잡해지는 측면이 있으므로 영화 산업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저작권에 관한 법률관계가 명료하게 정리될 필요성이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법률관계를 어떻게 명료하게 할 수 있을까?
영화의 제작과정에는 대부분 거대한 자본이 투여된다. 영화 제작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자본을 가진 영화 제작사가 대부분 기업이라는 점에서 투여된 자본에 대한 회수가능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영화의 흥행과는 별개로 누구도 영화제작이라는 위험한 작업을 하지 않을 것이다.
이에 대부분의 나라는 영화 제작에 소요된 제작사의 투하자본을 안정적으로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특례 규정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저작권법에 영화인 영상저작물에 관한 특례규정들(저작권법 제99조부터 제101조)을 두어 영화 제작사를 배려하고 있다.
먼저 저작권법 제99조는 영화화되는 소재의 이용에 있어서 원 저작물의 저작자로부터 허락을 받은 영화 제작사가 어떠한 행위까지 할 수 있는지를 규정하고 있다. 제99조에 따르면 개별 저작권자가 저작물의 영화화 등 영상화를 다른 사람에게 허락할 때 별도 특약이 없다면, 그 허락에 따라 영화를 제작하기 위하여 저작물을 각색하고, 그 본래의 목적으로 영화를 복제·배포하며, 그 본래의 목적에 따라 영화를 상영, 방송할 수 있다고 추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일단 어떤 저작물의 영화화가 허락되었다면, 영화화되는 범위를 달리 정하지 않아도 영화라는 본래의 목적에 따른 일련의 과정에서의 모든 권한이 부여되므로, 제작된 영화의 이용자의 입장에서 영화제작 및 이용과정에서 수반되는 영화화된 저작물에 관하여 영화 제작사에 법적으로 부여된 권한을 신뢰할 수 있게 된다.
크레딧(credit)에 이름을 올린 많은 사람들의 권리관계는 어떻게 해결할까. 영화의 저작자로는 영화제작에 창작적으로 기여한 자, 시나리오 작가나 감독, 프로듀서, 미술감독, 촬영감독 등 독립한 분야의 감독, 필름편집자 등이 공동저작자가 된다고 해석되기 때문이다.
영화의 저작자는 아니나 영화의 제작에 관여한 영화배우 등 실연자에게는 저작인접권의 부여가 문제된다. 이에 저작권법 제100조제1항에서 영화의 이용을 위하여 필요한 권리는 특약이 없는 한 영화 제작사에게 모두 양도된 것으로 추정한다. 제100조제3항에서는 제작사와 영화의 제작에 협력할 것을 약정한 실연자의 그 영화의 이용에 관한 권리들은 특약이 없는 한 제작사가 이를 양도받은 것으로 추정한다.
마지막으로 영화의 이용과 관련해서는 영화 제작사에게 영화의 거래와 관련된 권한을 일원화하여 부여함으로써 법률관계의 복잡성을 해결한다. 이를 통하여 영화의 제작과정에서 영화 제작사가 지출한 자본의 회수가능성까지 보장하는 것이다. 저작권법 제101조에서는 영화 제작사가 가지게 되는 모든 권리들을 제3자에게 양도하여 투하한 자본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영화 제작사 입장에서 믿을 것이라고는 저작권법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영화를 이용하는 입장에서도 편리하다. 가령, 영화 ‘기생충’을 상영하고 싶은 각국의 배급사들 입장에서는 영화라는 저작물에 관한 저작재산권 혹은 저작인접권 문제에 구애받을 필요 없이 영화 제작사와 거래하면 된다.
글 | 이재훈
문화칼럼니스트, 변호사, 고려대학교 겸임교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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