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프란시스코 호세 데 고야 이 루시엔테스(Francisco José de Goya y Lucientes, 1746~1828)는 스페인의 대표적인 낭만주의 화가이자 판화가이다. 고야는 궁정화가이자 기록화가로서 많은 작품을 남겼다. 18세기 스페인 회화를 대표하는 자로 특히 고전적인 화풍을 벗어나 인상파 화풍의 시초를 보인 스페인 근세의 천재 화가로 알려져 있다. 파괴적이고 지극히 주관적인 느낌과 대담한 붓 터치 등은 후세의 화가들, 특히 에두아르 마네와 파블로 피카소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궁정화가였지만 고야는 궁정사회의 모순에 환멸을 느끼고 계몽주의자로 변해갔으며 민중을 상대로 그의 생각을 담아서 세상의 모순과 위정자들의 만행을 고발하였다.
고야(Goya)는 만년인 1823년 마드리드의 근교에 위치한 자신의 2층집 모든 벽면에 이른바 ‘검은 그림들(Black Paintings)’로 불리는 14점의 벽화들을 가득 채웠다. 이 그림들은 이전까지 제작한 작품들의 분위기와는 달리 전반적으로 암울하고 어두운 색조에 거대하고 공포스러운 이미지들로 가득했다. 게다가 고야는 이전까지 삶을 통하여 끊임없이 몰두해 왔던 주제나 사상들을 이 벽면 그림들에 집약시켰다. 따라서 이전의 어떠한 작품들보다도 상징성이 부여되어 일반적으로 이 그림들을 보고 직관적으로 그 내용을 이해하기는 어려운 편이다.
뿐만 아니라 독일의 은행가인 에밀 델랑제(Baron Frederic Emile d’Erlanger)라는 사람이 1860년에 구입한 이 그림들은 1974년부터 4년여에 걸쳐 복원전문가인 쿠벨스(Salvarod Martinez Cubells)를 통하여 모두 캔버스로 옮겨졌고, 1881년에 프라도 미술관에 기증된다. 복원되기 전에도 집 벽면의 이 그림들은 이미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다. 따라서 캔버스로 그림이 옮겨지면서 사실상 상당 부분 수정 및 보완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고야가 벽화로 제작함으로써 의도하였던 현장의 직접적인 체험은 현재 불가능한 상태이다. 이로 인해 오늘날 원작에 대한 명확한 이해는 더욱 어려운 실정이라고 할 수 있다.
‘검은 그림들’ 중에서도 가장 모호한 작품이 바로 <개(the dog)(1819~1823)>라는 작품이다. 고야의 비관적인 생각을 추정할 수 있는 이 그림은 밝은 갈색의 물속에서 머리만 내놓고 있는 한 마리의 개를 보여준다. 배경은 텅 빈 허공에 노랑과 회색으로 채워져 있다. 이에 대해 여러 학자들은 각기 거대한 악마의 머리, 말의 머리 등이라고 추정하거나 암벽 벼랑의 형상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정밀 분석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 형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밝혀지지는 않았다. 가장 유력한 주장은 ‘시류에 반(反)하여 투쟁하는 개’로, “파도에 거슬러 수영하기”라는 스페인의 격언을 상기한다는 것이다. 물 위로 간신히 머리만 내놓고 있는 개가 이러한 격언을 완벽하게 시각적으로 보여준다는 것이고, 스페인 국민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는 주장이다. 고야는 <개>를 비롯하여 자신의 집 벽화에 그려 놓은 숨겨져 있는 상징들을 통해 정부의 폭압과 불의에 대한 환멸, 증오의 증표를 남긴 것이다. 사실 고야는 자주 대중들을 동물들에 비유하여 표현하였다고 한다.
유명한 그림 속 동물로는 조르주 쇠라(Georges Seurat, 1589~1891)의 <그랑드자트섬의 일요일 오후(A SundayAfternoon on the Island of La Grande Jatte)(1884~1886)>에 나오는 원숭이, 영국의 브리튼 리비에르(Briton Riviere, 1840~1920)의 <영면(Requiescat)(1888)>에 나오는 큰 개, 폴 고갱(Paul Gauguin, 1848~1903)의 <밤의 까페, 아를(Night café, Arles)(1888))>에 나오는 고양이 등이 있다.
그렇다면 동물은 어떻게 정의할까? 백과사전을 살펴보면, 동물이란 움직일 수 있으며 다른 생물로부터 양분을 얻어 살아가는 생물이라고 정의한다. 즉, 생물계의 두 갈래 중, 식물에 대응하는 생물군으로, 유기물을 영양분으로 섭취하며, 소화, 배설 및 호흡기관이 분화되어 있는 것이 동물이다. 그렇다면 법률에도 동물에 대한 정의가 있을까? 우리나라 동물보호법은 동물보호의 대상이 되는 동물에 대한 정의를 별도로 하고 있다. 동물보호법상 ‘동물’은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신경 체계가 발달한 척추동물로서 포유류, 조류라고 정하고 있다. 물론 포유류, 조류가 아닌 파충류ㆍ양서류 및 어류도 동물일 수 있으나, 식용(食用)을 목적으로 하는 파충류ㆍ양서류 및 어류는 동물보호법에서의 동물에서 제외하고 있다.
동물보호법상 동물을 대상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불필요하거나 피할 수 있는 신체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 및 굶주림, 질병 등에 대하여 적절한 조치를 게을리하거나 방치하는 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 특히 반려(伴侶) 목적으로 기르는 개, 고양이, 토끼, 페럿, 기니피그 및 햄스터(법령에서 이렇게 6가지만 정하고 있다)에게 사육·관리 의무를 위반하여 상해를 입히거나 질병을 유발시키는 행위도 동물 학대에 포함시키고 있다. 그런데 사육 의무와 관리 의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반려 목적으로 동물을 키우는 데 많은 정성과 사랑이 필요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다.
반려동물의 사육 의무에 대한 규정을 보면 ①위치는 차량, 구조물 등으로 인한 안전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없는 곳에 마련할 것, ②바닥은 망 등 동물의 발이 빠질 수 있는 재질로 하지 않을 것, ③공간 자체는 동물이 자연스러운 자세로 일어나거나 눕거나 움직이는 등의 일상적인 동작을 하는 데에 지장이 없도록 제공할 것(가로 및 세로는 각각 사육하는 동물의 몸길이(동물의 코부터 꼬리까지의 길이를 말한다)의 2.5배 및 2배 이상일 것), ④높이는 동물이 뒷발로 일어섰을 때 머리가 닿지 않는 높이 이상일 것, ⑤동물을 실외에서 사육하는 경우 사육공간 내에 더위, 추위, 눈, 비 및 직사광선 등을 피할 수 있는 휴식공간을 제공할 것, ⑥목줄을 사용하여 동물을 사육하는 경우 목줄의 길이는 동물의 사육공간을 제한하지 않는 길이로 할 것이 의무이다.
관리 의무도 법령에 별도로 명시되어 있다. ①동물에게 질병(골절 등 상해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이 발생한 경우 신속하게 수의학적 처치를 제공할 것, ②2마리 이상의 동물을 함께 사육하는 경우에는 동물의 사체나 전염병이 발생한 동물은 즉시 다른 동물과 격리할 것, ③목줄을 사용하여 동물을 사육하는 경우 목줄에 묶이거나 목이 조이는 등으로 인해 상해를 입지 않도록 할 것, ④동물의 영양이 부족하지 않도록 사료 등 동물에게 적합한 음식과 깨끗한 물을 공급할 것, ⑤사료와 물을 주기 위한 설비 및 휴식공간은 분변, 오물 등을 수시로 제거하고 청결하게 관리할 것, ⑥동물의 행동에 불편함이 없도록 털과 발톱을 적절하게 관리할 것으로 정해져 있다. 반려동물의 생명보호, 안전 보장 및 복지 증진을 꾀하고, 건전하고 책임 있는 사육문화를 조성하여, 동물의 생명 존중 등 국민의 정서를 함양하고 사람과 동물의 조화로운 공존에 이바지함이 목적이라 할 것이다.
글 | 이재훈
문화 칼럼니스트, 변호사,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 (주)파운트투자자문 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