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고대 이집트에서는 ‘여신’으로 숭배되었고, 중세시대 유럽에선 ‘작은 악마’로 불리며 핍박을 받았다. 과거 우리나라에선 ‘요물’로 불리며 불길함의 상징으로취급되고, 한편으론 영험한 기운이 서린 특별한 존재로 여겨졌다. 현대에 들어서는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패션모델에 비유되기도 한다. 고양이에 대한 얘기다. 그만큼 고양이는 인간과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해온 동물이지만, 동물그 이상의 특별한 존재로 여겨졌다. 자신을 맡아줄 사람은 고양이가 먼저 선택한다고 하듯,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은 스스로 집사를 자처한다. 고양이가 묘한 매력을 지녔음은 분명하다.
“발자국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 달아나던 고양이의 뒷모습을 보았다. 길모퉁이를 돌다가 고개를 외로 꼰 고양이와 마주쳤다. 복잡한 시장통을 걷다가 생선가게를 애써 외면하는 고양이와 눈이 마주쳤다. 일정 거리 안으로 다가가면 사라져버린다. 주인도 없고 그래서 이름도 잃었을 거리의 고양이들을 사진에 담았다. 아홉 생(生)을 산다는 고양이, 사라진 듯싶었던 고양이가 어디선가 침묵 속에서 응시하고 있다. 거듭한 생에서 비롯한 눈빛으로 인간 세상을 관조(觀照)하듯이.” -《마담휘가로(Madame Figaro)》 에디터 이상정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삼은 특별한 사진전이 열린다. 전시제목 ‘케이티김의 캣워크’에 힌트가 숨겨 있다. 케이티김(KT Kim)은 패션사진의 대가이다. 캣워크(Catwalk)는 패션쇼나 패션모델에 비유되니, 패션모델에 비길만한 멋스러운 고양이를 찍은 케이티김의 사진작품을 만날 수 있겠다는 뜻이겠다. 케이티김은 남다른 감각의 소유자로 정평이 나 있다. 오죽하면 고양이의 감각을 지닌 사진가로 불렸을까. 실제로 《보그》지에 고양이를 등장시킨 최초의 ‘캣워크’ 화보를 찍기도 했다.
“다섯 살 꼬마아이 같은 ‘순수한 열정’과 퓨마처럼 재빠른 ‘동물적인 순발력’, 평범한 현장사진으로 전락할 법한 사진들조차도 KT의 날카로운 눈과 재빠른 손, 본능적인 감각을 거치는 순간 놀랍게도 화보에 근접한 놀라운 비주얼 퀄리티로 승천한다! KT 같은 사진가는 이전에도, 이후에도 결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보그 코리아(Vogue Korea)》 이명희 편집장의 말처럼, 케이티김은 ‘믿고 맡기는 사진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그의 고양이 사진을 본 사람이라면 ‘KT 홀릭’을 벗어날 수 없다. 아날로그적 근면함과 성실성의 쾌거를 목격하기 때문이다. 케이티김의 고양이는 예쁘거나 탐스러운 대상 그 이상이다. 고양이의 움직임은 열린 공간에서 케이티김만의 점선면이 된다. 단순히 손동작이 빠르다고 그런 장면을 얻을 수는 없다. 고양이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20여 년 훨씬 이전의 아날로그 시절의 흑백감성부터 최신식 디지털 컬러시대까지 아우른 케이티김의 고양이 사진은 시대적 감성의 경계를 넘나든다. 그가 찍는 고양이와 만나면 달동네도 명품 배경으로 뒤바뀐다. 케이티김만의 독특하고 창의적 감성과 개성 덕분이다.
천적인 쥐와 고양이가 나란히 걷고 있다. 앞서가는 쥐의 발걸음은 그리 서두르는 기색이 없고, 뒤따르는 고양이 역시 위협적이거나 잰걸음이 아니다. 마치 서로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자고 사전에 협의한 듯하다. 보기 좋다. 사진이어서 더욱 놀랍다. 이런 순간을 연출 없이 잡아낼 수 있다니 말이다. 케이티김의 사진은 매번 이런 식이다. 인위적인 트리밍 없이 뷰파인더에 잡힌 모습이 그대로 완성작이 되긴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케이티김의 사진에서만은 예외사항이다. ‘한국의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으로 불릴 만큼 천부적인 감각을 타고난 케이티김의 사진은 인사동 갤러리밈(2020.1.8.~2.16)에서 만나볼 수 있다.
작가소개 | 케이티김
케이티김(KT Kim, 김경태) 작가는 패션뿐만 아니라 다큐멘터리 사진가로서, 국내는 물론 해외 각지를 무대 삼아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독창적인 관점의 앵글을 통해 패션사진계에선 독보적인 인지도와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웬만한 세계적인 브랜드의 국내 패션전문지 표지는 물론 특별 섹션을 장식했다. 그의 사진 ‘지붕 위로 나는 고양이’가 41번째 <비제네르(Visionaire)>지에 실려 큰 화제가 됐었다. 한정판으로 발매되는 이 책은 1년에 네 차례 출간되는 ‘패션ㆍ아트 앨범’으로 각 권에 손으로 고유 번호가 쓰여 진다. 1991년 봄 호를 시작으로 세계의 유명한 혹은 촉망받는 아티스트, 패션 디자이너, 아트 디렉터, 이미지 메이커들의 작품을 꾸준히 소개되는 창구이기도 하다. 현재 뉴욕에 이주해 활동 중인 김 작가는 UN과 제휴된 ‘F4D’(Fashion 4 Development) 재단의 아트디렉터로도 활동 중이다. 지은 책으로는 <올댓 패션>, <송혜교 사진집>, <김희선 사진집> 등이 있다.
필자소개 | 김윤섭
미술평론가, 숙명여자대학교 겸임교수,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