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ph Haydn playing quartets_Anonymous(1790년추정)
Joseph Haydn playing quartets_Anonymous(1790년추정)

 

[아츠앤컬쳐] 하이든(Joseph Haydn, 1732~1809)은 오스트리아의 작곡가이다. 대부분의 작곡가들과는 달리 그는 소년 합창단에서 노래를 부르며 음악을 시작하였다. 그는 음악을 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만으로 열심히 독학하여 자신의 힘으로 성공한 작곡가 중 한 명으로, 당시 엄청난 재력과 권력을 가졌던 에스테르하지(Esterházy) 가문(18~19세기 합스부르크 왕가Habsburg Haus에 정치가와 장군들을 배출한 헝가리 명문 가문)에서 음악가로 일하며 성장한다.

특히 하이든은 18세기 후반 빈 고전파의 중심인물로서, 주로 교향곡이나 현악4중주곡 등의 기악형식의 완성에 공헌하였다. 그의 대표 기악 장르로는 교향곡, 현악 4중주, 건반 소나타가 있다. 하이든의 음악 양식의 변화를 시기별로 정확하게 나누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데, 이는 악보에 자필 서명이나 작곡 연도가 쓰여 있지 않아 정확한 연도를 추정하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이든은 영국에서 상당한 인기를 누렸는데, 현지 언론이 “이런 인기를 누린 사람은 50년 내에 없었을 것”이라고 할 정도였다. 하이든의 음악은 영국인들에게 큰 호소력이 있었다고 하는데, 하이든 교향곡 중 특히 53번, 63번, 73번의 인기가 높았다고 한다.

이후 런던의 청중을 위해 12곡의 ‘런던 교향곡(제93번부터 제104번)’ 시리즈를 완성해 교향곡의 아버지로 통했다. 런던의 팬들을 위해 하이든은 연주회 2부의 첫 곡으로 늘 교향곡을 연주했고, 청중들의 반응은 상당히 좋았다. 음악사가 찰스 버니(Charles Burney, 1726~1814)는 “청중들은 거의 광란의 도가니라고 할 정도로 열광적”이었다고 적기도 하였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가 바로 <교향곡 제94번(Symphony No. 94 in G major)>이다. <놀람 교향곡(The Surprise Symphony)>이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한 이 작품의 특징은 독특한 2악장 도입부다. 첫 주제를 조용히 연주하면서, 단조로운 선율로 작은 소리에 집중하게 만들다가, 느닷없이 모든 악기들이 포르티시모(fortissimo)로 아주 크게 울려 평온하게 있던 청중들을 한 순간 놀라게 만들기 때문이다.

<놀람 교향곡>이라는 별명은 잠든 청중을 2악장 도입부에서 큰 소리로 깨웠다는 일화로 붙여진 것이라고 하나, 당시의 치열한 교향곡 경쟁의 산물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당시 런던의 교향곡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특이한 무엇인가를 고민하다가 내놓았다는 주장이다. 어떤 내용이 진실이든 간에 실제 놀랄 수밖에 없는 패턴을 가지고 있는 교향곡이다.

Portrait of Joseph Haydn_Thomas Hardy(1791)
Portrait of Joseph Haydn_Thomas Hardy(1791)

 

그런데 갑작스러운 음향고도(音響高度)로 인해 난청이 발생했다면 이에 대해 피해 보상을 요구할 수가 있을까?

A씨는 2003년 크리스마스 즈음에 B엔터테인먼트사에서 기획하여 개최한 연말 콘서트를 관람하러 갔다. A씨가 본인의 자리를 찾아 앉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공연 시작을 알리는 팡파르 소리(일명 오프닝 뮤직)가 크게 터져 나왔다. 콘서트 관람을 마치고, A씨는 병원 진료를 통해 우측 귀의 신경이 파손된 “돌발성 감각신경성 난청상”을 입게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이에 A씨는 B엔터테인먼트사에 대하여 피해 보상을 요구하였으나 거절당했다. 결국 A씨는 B엔터테인먼트사의 공연 과정에서의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하여 일실수입, 치료비 및 위자료 지급을 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게 된다.

A씨는 B엔터테인먼트사가 개최한 공연에서 B엔터테인먼트사의 음향고도의 관리상 귀책사유로 위와 같은 상해를 입었다고 주장하였다. 반면, B엔터테인먼트사는 자신들은 공연투자자나 기획자에 불과하다면서 그 책임당사자가 아닐 뿐만 아니라, 실제 B엔터테인먼트사는 공연에서 음향고도의 관리에 소홀함도 없었고, A씨가 입은 상해가 단지 공연으로 인한 것이라고 단정짓기 어려우며, 공연에서 A씨만 상해를 입은 점 등을 들어 A씨의 난청이라는 상해와 해당 공연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면서 손해배상책임이 없다고 논리를 펼쳤다.

1심 법원은 A씨가 공연 관람 이전에는 귀와 관련된 어떠한 질병도 앓은 적이 없었는데 공연관람 이후 위 난청상을 입은 점, B엔터테인먼트사는 공연장이 실내인 경우 관람자들에게 불필요한 자극을 주지 않도록 스피커의 볼륨을 서서히 높이거나, 오프닝에 앞서 안내방송을 내보내는 등 보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음향고도를 관리하여야 하는데 이러한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A씨에게 상해를 입힌 과실을 인정하였다.

다만, A씨가 귀에 이상을 느끼고도 공연을 끝까지 관람한 점, A씨 이외에 상해를 입은 사람은 발견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여 총 손해액 중 50%만을 지급하도록 명하였다.

반면, 2심 법원은 달리 판단하였다. 공연장은 상당한 정도의 소음 발생이 충분히 예견되는 장소이고, 이러한 공연에 참석하는 관객으로서는 당연히 그러한 정도의 소음을 예상하고 감내하겠다는 의사를 가지는 것이므로, 통상의 공연장에서의 소음과는 차별화될 정도의 큰 소음으로, 일반인이 예상하기 힘든 고도의 음향이 돌발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닌 이상 어느 정도의 소음은 수인한도 내에 포함된다고 판단하였다.

팡파르 소리는 콘서트에서 자주 사용되는 소리이고, 록(rock) 음악 공연장에서의 소음보다는 오히려 작다고 할 수 있는 사실, 팡파르 소리 당시 다른 관객들이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는 아니한 사실, 공연 당시 A씨보다 스피커에 더 가까운 앞자리에 앉아서 공연을 관람한 관객도 상당수 있었던 사실, 관객 중 A씨를 제외한 어느 누구도 이 사건 공연에서 청각을 손상당하였다고 주장한 사람은 없었던 사실 등을 토대로, 콘서트 당시의 스피커의 음향고도의 정도가 일반인이 청각에 손상을 입을 정도라거나 공연장에 참석하는 관객들이 예상하지 못하는 큰 소음이라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결국 1심 판결을 뒤집어, B엔터테인먼트사의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한 2심 판결이 확정되었다.

 

이재훈
이재훈

글 | 이재훈
성신여자대학교 법학과 교수
국가과학기술연구회 감사위원회 감사위원
변호사 /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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