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9.3~9.25 통도사 성보박물관 기획전시실
[아츠앤컬쳐] 25년간의 해외생활을 정리하고 3년 전 귀국한 김순남 작가가 통도사 성보박물관에서 개인전 ‘뉴심포니: 텅 빈 충만’을 연다. 9월3일부터 9월 25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 그는 ‘부처님께 바침’ ‘윤회로부터의 탈출’ ‘텅 빈 충만’ 등의 뉴심포니 시리즈 추상작품 30점을 선보인다.
그의 뉴심포니 시리즈는 점, 선, 색의 3요소만을 가지고 화면의 컴포지션을 만든다. 주제도 불교적이다. ‘삶’ ‘죽음’의 본질에 대한 답을 불교에서 찾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매순간 삶의 의미를 명상하고 되새김질하며 마음의 기운을 담아 작품으로 표현한다.
“불교공부의 목표는 ‘윤회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라 하는데, 나에게는 그 말이 마음에 깊이 와 닿는다. 물질적 현상의 원인과 결과에 의해서 생로병사를 돌고 도는 것이 삶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단지 나의 의식과 무의식이 교차되는 순간들을 관조하며, 더욱 더 크게 내려놓고 비우고자 할 뿐이다. 내가 안다고 하는 생각조차 내려놓고 텅 빈 우주의 기운과 하나가 되는 순간, 진정한 깨달음의 순간이 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 김순남 작가노트 (발췌)
김순남 작가소개
작가는 경상남도 국립창원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으며 1995년에 미국 뉴져지 주립대학교에 석사과정으로 유학을 가서 MFA과정을 마친 후, 2004년부터 2013년까지 연속 10년간 뉴저지 주립대 Kean University에서 겸임교수로 재직했다. 2005년에 뉴저지 아시아여류화가 5인전에 초대되어 뉴욕타임즈에 크게 보도된 바 있고, 2014년에 뉴욕의 알재단이 기획하고 한국문화원이 후원한 재미한인작가 아카이브 2부 작가 46인에 선정되어 Queens Museum of Art와 뉴욕 한국문화원 Gallery Korea에서 전시된 바 있다. 2019년 귀국한 후, 6번의 개인전과 다수의 그룹전 및 아트페어에 참가하며 활발한 작업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www.soonnam.kr
평론 / 우석대 조교수 주수완
불화는 부처님이나 보살, 나한 등을 그린 그림이지만, 불교 그 자체를 그린 그림은 존재할 수 없는 것일까? 부처님을 표현한다는 것은 불교의 가르침을 상징하는 것이긴 하지만, 그 모습을 통해 부처님이 어떤 가르침을 주셨는지, 불교에서의 깨달음은 어떤 것인지 등을 설명해주기는 힘들다. 연기, 번뇌, 해탈 등을 만약 이해하기 쉽게 그림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김순남의 작품은 언뜻 이 시대의 수많은 추상화 중의 한 표현으로 읽힌다. 그러나 일단 작가가 스스로 작품에 '윤회로부터의 탈출'이라는 제목을 붙였으니, 불교와 연관이 있는 작품은 틀림없다고 믿고 그 흐름을 따라가 보자. 작가의 또다른 작품들의 제목은 '뉴심포니-텅 빈 충만'이다. '텅 빈 충만'을 통해 우리는 이 제목도 불교와 연관된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무엇이 텅빈 충만일까. 가득찬 그림을 그려놓고 '텅 빈'이라니. 그리고 비어있는데 '충만'이라니. 나가르주나의 '중론'을 읽는 것처럼 헷갈리는 이야기다. 그런데 그 앞에 '뉴심포니'가 붙어있으니 조금 힌트가 되어 다가온다...중략...
김순남의 작품을 보며 느낀 바가 있다. 애초에 충격이 없었다면 그림 속 파동도 없었을 것과 마찬가지로, 애초에 번뇌가 없었다면 성불도 없는 것이다...중략...'윤회로부터의 탈출'은 우리가 '나'라고 부르는 것은 결국 그동안 받았던 상처와 아픔이 지나간 궤적의 총체이며, 해탈이란 그 흔적을 상처로 남기는 것이 아니라 음악적 파동으로 바꾸는 것임을 노래하고 있는 듯하다. 김순남 작가도 자신은 아무 것도 그리지 않았음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법보신문 1605호 / 2021년 10월 20일자] 발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