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안녕을 고함

 

[아츠앤컬쳐] 여행병이 도지는 계절인 여름이 왔다. 이 무더위 속에서 대다수 사람은 일상이 아닌 일상의 보상을 위해 일하고 있는 듯하다. 컴퓨터 모니터를 가득 채운 바닷가 풍경을 위안 삼아 작열하는 태양만큼이나 치열한 일정들을 견디면서. 여행의 설렘은 이처럼 과중한 업무량이나 감정의 중량감을 견딜만한 것으로 만든다. 이국적 향취를 불러오는 노래 한 구절 역시 만성피로를 완화하는 특효약이라 할 수 있다.

자메이카 페어웰’을 한 마디로 단정하자면 ‘심신을 술렁이게 하는 노래’이다. 여행 욕구를 부추기는 이 노래는 자메이카 칼립소(calypso) 스타일로서 줄곧 흥겨운 분위기를 돋운다. 카리브해에 위치한 자메이카는 레게의 전설인 밥 말리(Bob Marley)의 나라답게 칼립소를 비롯해 멘토(mento), 스카(ska), 락스테디(rocksteady), 덥(dub) 등 여러 월드음악의 온실로 알려져 있다. 이 중 몸을 들썩이게 하는 ‘자메이카 페어웰’은 대표적인 칼립소로, 1956년 해리 벨라폰테(Harry Belafonte)의 <Calypso>에 수록되어 큰 인기를 끌었다. 무려 31주 동안이나 US 앨범챠트에서 1위를 차지한 이 앨범은 벨라폰테의 기념비적 작품으로 꼽힌다.

Harry Belafonte
Harry Belafonte

벨라폰테는 브루클린 출신의 혼혈가수로 자메이카에서 소년기를 보냈다. 바베이도스섬 태생의 어머니와 버지니아주 출신의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1950년대 미국의 인종차별주의를 뛰어넘은 최초의 흑인 스타였다. 걸출하고 맛깔스러운 목소리로 서인도제도의 음악들을 온 세상에 알린 그는 가수이자 배우, 나아가 사회운동가로 대중음악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자메이카 페어웰’을 작곡한 어빙 버지(Irving Louis Burgie) 역시 바베이도스 혈통의 미국인으로, 다양한 민요의 채집과 편곡을 통해 서인도제도 음악의 부흥에 일조했다. 이 두 사람의 걸작인 ‘자메이카 페어웰’은 트리니다드 토바고섬의 구전 칼립소와 새로운 멘토 선율 및 가사가 합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범선을 타고 여행을 떠났지. 그러다 자메이카에 도착했네.

메인에서 멕시코까지 전부 둘러봤지만 내 마음은 진정 자메이카에 있다네.

사방에서 웃음소리 들려오고, 소녀들이 허리를 흔들며 춤을 추는 곳.

아낙들의 소리가 시장을 메우고, 머리에 인 아키 라이스와 대구 절임이 일품인 곳.

일 년 내내 진짜 럼주가 흘러넘치는 자메이카, 내 마음은 진정 자메이카에 있다네.”

17세기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 시작된 칼립소는 카리브해 전 지역으로 빠르게 확산되었다. 사탕수수 농장을 둘러싼 아프리카 노예들과 프랑스인들 사이의 혼혈음악인 칼립소는 그 기원답게 리드미컬한 춤과 흥겨운 보컬의 조화가 일품이다. 19세기 노예제 폐지 무렵부터 타악기들이 대거 보강되며 칼립소는 카니발의 꽃인 가장무도회에 쓰이게 되었다.

이때 해마다 칼립소의 제왕(King of Calypso)를 뽑는 칼립소 대회가 부흥했고, 수많은 칼립소니언들이 배출되었다. 본래 그 어원이 “ka isu(계속)”에서 유래하였듯 칼립소는 가창자를 지지하고 완창을 촉구하는 떠들썩한 분위기까지를 상징한다. 이 때문인지 칼립소들을 들을 때마다 들뜬 마음으로 몸을 들썩이게 된다.

이를 증명이나 하듯 <Calyso> 앨범에 수록된 노래들은 하나같이 흥얼거림과 어깨춤을 유발한다. 첫 트랙인 ‘바나나 보트 송(Day-O)’에서부터 ‘자메이카 페어웰’, ‘애인은 럼주와 같다네(Will His Love Be Like His Rum)’, ‘돌리 던(Dolly Dawn)’, ‘여자가 똑똑해(Man Smart, Woman Smarter)’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곡들은 즐겁고 유쾌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게다가 가사들은 풍자적이고 해학적이기까지 해 연신 웃음보를 터뜨리게 한다. 어쩌면 칼립소 한 가락은 피로감의 완화는 물론, 멋진 해변으로의 유체 이탈을 가능하게 할지도 모른다.

 

글 | 길한나
보컬리스트
브릿찌미디어 음악감독
백석예술대학교 음악학부 교수
stradak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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