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 릴레이

 

[아츠앤컬쳐]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 시점에 ‘칭찬 릴레이’로 글을 쓸 수 있어서 미소가 지어진다. 에콰도르는 스페인어로 ‘적도’를 뜻한다. 적도에 위치하는 작은 나라로, 바다와 인접한 높은 안데스산맥과 정글, 특히 찰스 파고스 군도가 있는 나라이며 인구의 40%가 잉카 후손인 원주민이 차지한다. ‘남아메리카의 티베트’라고 불릴 정도로 국토 개발이 뒤진 편이지만, 수도인 키토(Quito)는 오랜 역사와 풍부한 유산으로 UNESCO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일찍이 독일 학자 훔볼트는 ‘에콰도르공화국’의 여행기행을 ‘비옥한 안데스 사면과 아마존 열대우림, 황금어장인 태평양 연안과 해양 동물들의 낙원인 갈라파고스까지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어 ‘신들의 정원’이라고도 불린다‘고 기록한 바 있다.

에콰도르는 적도가 지나가는 세상의 배꼽이자 다양한 기후를 가진 늘 푸른 나라다. 본토에서 1,000km 떨어진 태평양 갈라파고스 지역,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는 태평양 연안 지역, 수도 키토 등이 속해 있는 안데스 산악지역, 독특하고 다양한 동식물과 광물이 풍부한 아마존 열대우림지역의 네 지역은 기후가 뚜렷하게 구별된다. 남미 국가에서 이처럼 각양각색의 기후 모두를 한 곳에서 경험할 수 있는 지역은 오직 에콰도르뿐이다.

Andres Medina-에콰도르
Andres Medina-에콰도르

에콰도르는 세계적으로 동식물종(種)의 수가 많다. 그곳에만 서식하는 특수한 동식물이 많은데, 이러한 동식물종을 보호하기 위해서 에콰도르 정부는 국토 대부분을 국립공원과 보존지역 혹은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고 유지시키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야생 동식물의 보고(寶庫) 아마존 열대우림에 있는 리몬코차(Limoncocha)는 유전 개발로 유명했기 때문에 석유탐사로 이미 크게 훼손된 상태다. 1985년 국립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으나 지금도 오염이 커다란 문제다.

리몬포차는 수령이 수백 년이 넘은 세이보 나무가 많고 정글로 덮여 있으며, 넓은 습지대를 포함하는 생태계와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는 군락이 광범위하게 조성되어 있다. 많은 보호지역이 물속에 있는 까닭에 특히나 생물이 다양하며, 검은 악어가 살고 육식종인 피라냐로 유명하다. 또한 벌새, 파파가요, 큰부라새, 자이언트 티마누스, 하피 독수리, 칠면조 독수리 등 약 450종의 조류를 관찰할 수 있어 조류 관찰지로도 유명하다.

Stewart Maclean-에콰도르
Stewart Maclean-에콰도르

위에 나열된 환경에도 세계가 주목하고 있지만, 다른 관점에서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다. 에콰도르는 2008년 헌법에 ‘생태헌법’을 명시하여 자연에 인격권을 부여했다. 이번엔 저작권을 가진 숲이 처음으로 탄생할 예정이다. 주인공은 에콰도르의 ‘로스 세드로스 구름 숲’. ‘More Than Human Life’라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공동 창작자들이 <삼나무의 노래>라는 곡을 이 숲에서 작곡했다. 음악가, 작가, 과학자들이 숲에 들어가 <강은 살아 있는가?>라는 책을 집필하던 중에 노래를 만든 것이다.

이 노래를 듣다 보면, 박쥐 울음소리, 원숭이 소리, 나뭇잎 바스락거리는 소리, 풀벌레 소리, 흙 속의 소리가 들린다. 숲의 다양한 소리와 리듬을 수음한 후 여러 선율을 얹은 것이다. 노래를 만든 공동 창작자들은 이 곡의 저작권자로 숲도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에콰도르 저작권청에 신청했는데, 별 무리 없이 인정될 예정이다. 숲과 인간의 공동 창작. 숲의 저작권을 인정한 최초의 노래가 탄생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2008년 최초로 숲과 강의 인격권을 인정한 에콰도르의 ‘생태헌법’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심지어 에콰도르 헌법재판소는 2021년에 이 숲의 법 인격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광물 채굴을 금지한 바 있다. 숲의 저작권이라니! 너무 근사한 말이다. 이처럼 앞으로도 칭찬 릴레이가 계속되길 간절히 소망해 본다.

 

글 | 이승은
서울대 공과대학 석·박사 졸업
서울대 대학원 언론학 박사
환경다큐멘터리 PD
<기후변화와 환경의 미래> 저자
<EU 기후변화 정책의 이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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