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속 봄에 만난 남지형의 공생이야기
[아츠앤컬쳐] 한가로운 오후 어느 벌판에 핑크빛 대형 버스 한 대가 서 있다. 지붕 위엔 뜨거운 태양열 광합성으로 연료를 충전하려는 듯 거대한 꽃송이가 활짝 펼쳐졌다. 호랑이, 사자, 물개, 곰, 돼지, 원숭이, 토끼, 닭, 펭귄, 미어캣, 기러기 …. 버스엔 온갖 동물들이 한데 모였다. 흥미로운 점은 서로 천적인 동물들도 환한 미소의 절친 모습들이란 점이다. 버스 옆면엔 ‘SYMBIOSIS’라고 적혀 있다. 이름 따라 천국이 따로 없다. 적어도 이 버스에서만큼은 시기와 질투, 억압이나 폭력 하나 없는 말 그대로 평화의 집이다. 남지형의 대형 신작 <공생(symbiosis)> 작품 이야기다.
이외에도 붉은 장미꽃을 들고 있는 수컷 펭귄과 진주목걸이를 한 암컷 펭귄, 수컷 펭귄 머리 위 호랑나비 등 추운 남극과 온난한 지역 생명체의 초현실적인 조화와 만남을 보여준다. 또한 눈을 감고 누워있는 호랑이와 그 위에 올라탄 거북이, 거북이 등딱지 위에 서있는 토끼와 나비 한 마리 등 삶에 대한 새로운 이상향을 그려준다.
극사실 회화의 인기 작가 남지형이 새해의 희망을 염원하는 전시를 갖는다. 제목도 《겨울 속 봄》이다. 그동안 ‘공생(symbiosis)’이라는 일관된 주제로 작품을 선보인 남 작가의 이번 작품들도 마음을 훈훈하게 만든다. 우리 인간 세상도 이 동물들만큼만 평화롭고 따뜻하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그의 작품은 인간과 자연, 모든 생명체의 이상적이고 조화로운 삶을 노래한다. 적어도 그의 그림에선 한 번 살아갈 세상이 살만하고 희망이 있구나, 싶어 큰 위로를 받게 된다. 그림을 보고 있으면, 나도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생긴다. 아마도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하고, 피폐해진 정서를 치유해 줄 ‘힐링 페인팅’의 롤 모델이 아닐까 싶다.
삶의 여러 형식 중에 ‘함께 일궈가는 이상향’은 누구나 공감하고 바라는 것이다. 남지형 작가의 붓끝에서 피어나는 따뜻한 삶의 향기를 마주하면, 조화로운 하모니의 연주 한 곡을 듣는 것 같다. 모든 사람이 공동의 목표를 향해 사회의 생존과 지속을 노력하는 ‘이상적인 사회상’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바라보는 우리가 어떤 때는 호랑이가 되었다가, 오리가 되기도 하고, 나비가 된다거나 북극곰이 되기도 한다. 그 무엇이 되든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한 마음으로 하나가 된 가족 같은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이번 남지형의 《겨울 속 봄》 개인전에는 120호 대작과 목조각 2점을 비롯해 크고 작은 40여 점이 선보인다. 젊은 작가의 시선으로 담아내는 ‘더 나은 세상’에 대한 따뜻한 메시지가 전해지는 전시다.
한편으론 우리가 당면한 사회적 문제점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요구하는 그림이기도 하다. 바로 지구의 온난화와 생태계의 변화로 수많은 생명체의 생존을 위협받는 현실에 대한 지적이다. 동물 보호와 환경문제의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시점임을 일깨워준다. 사회적 문제의식이나 갈등을 손쉽게 이해하고, 새로운 대안을 고민하게 해 주는 선한 영향력의 그림이다.
전시 글을 쓴 고은주 미술사가는 “남지형 작품에는 ‘나비’가 계속 등장하는데, 현재의 삶에서 ‘공생’을 적극적으로 실현하고자 하는 작가의 내면적 변화 혹은 무의식의 변형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무한의 공간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존재로 구속을 벗어나 제약을 넘어서 행복한 삶을 꿈꾸는 작가의 욕망이기도 할 것이다. 남지형의 개인전은 청담동 호리아트스페이스에서 이달 11일까지 진행된다.
남지형(1987~)작가는 울산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그동안 아리아갤러리, 온유갤러리, 갤러리 씨, 인사아트갤러리 등 국내에서 15회의 개인전과 맥화랑, 울산문화예술회관, 선화랑, 가나아뜰리에 등에서 기획한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작가는 자연세계의 약육강식이나 순환의 구조를 벗어나 북극곰, 펭귄, 뱅갈호랑이 등을 한 화면에 배치하여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는 ‘공생’하는 행복한 세상으로 나아가기를 희망하는 작가의 바람이기도 하다. 울산미술대전(2016)에서 대상을 수상하였으며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서울, 과천)과 개인 컬렉션에 소장되어 있다.
글 | 김윤섭
명지대 미술사 박사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겸임교수
예술나눔 공익재단 아이프칠드런 이사장
정부미술은행 운영위원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