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행복의 삶’으로 인도할 지혜의 열쇠
[아츠앤컬쳐] “예술가는 사람들이 가질 필요가 없는 것들을 생산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 보면, 예술가는 사람들에게 주면 좋을 거라고 생각되는 무언가를 생산하는 사람이다.” 앤디 워홀의 어록이다. 예술은 일상에서 행복한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가장 대표적인 장르임에 분명할 것이다. 대구 갤러리미르에서 열리고 있는 을사년 첫 전시 《푸른 행복의 꿈》도 일상의 행복한 순간을 되돌아볼 수 있는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행복엔 지위 고하나 등급이 없다. 상대적으로 행복의 질이 달라질 것이다. 제각각의 기대감을 충족시켜 줄 만한 행복을 얻는다면 얼마나 기쁘겠는가. 우선 최석운의 작품 <휴일>은 중년의 한 여인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반려견 두 마리와 휴식을 즐기고 있는 장면이다. 가장 평범한 일상에서 만나는 값진 행복을 발견하게 해주는 그림이다. 엄마의 엉덩이에 옆구리를 기대고, 발목에 턱을 괸 강아지의 눈동자에서도 행복감의 농도가 충분히 느껴진다.
최은정 작가는 ‘가정의 따뜻한 행복’을 보여준다. 작품 <HOPE>는 두 채의 박공집 앞뒤로 놓여 있고, 집 안에서 내비치는 따뜻한 기운은 손난로처럼 온몸을 데워주는 기분이다. 지붕 위의 두 마리 새의 지저귐은 행복의 세레나데가 연상된다.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게 그 어떤 금은보화보다 더 값진 것임을 새삼 깨닫게 해주는 작품이다. 남지형의 작품 제목은 <Symbiosis>다. 공생은 서로 다른 존재의 조화이다. 더불어 살아가는 것 이상으로 서로가 존중하며 더 나은 삶을 만들어가는 이상향의 갈구이다. 결코 말처럼 쉽지 않지만, 천적 관계인 동물들이 공생의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은 우리 인간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아트놈 작가는 작품 <Gazi>를 통해 또 다른 형태의 행복 에너지를 선보인다. 튀르키예의 큰 지진 피해지역이었던 가지안테프(Gaziantep)에서의 예술나눔 구호 활동 경험을 담은 것이다. 너무나 참담한 심신의 상처를 입었음에도 웃음을 잃지 않은 어린아이들에 대한 감동을 표현한 작품이다. 미소 짓고 있는 캐릭터들이 둥둥 떠 있는 배경엔 태양 빛을 닮은 붉은색으로 화면이 꽉 찼다. 바로 긍정의 에너지를 보여준다. 아름다운 저녁노을과 찬란한 새벽 일출의 색이 한자리에서 만난 것처럼 설렌다.
올해 을사년(乙巳年)은 ‘청사(靑蛇)―푸른 뱀’의 해이다. 전통적으로 푸른색은 자연의 생명력이나 이상적인 조화로움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뱀에 대해 여러 해석이 있겠지만, 지혜로운 변화와 변신에 대한 비유는 빠지지 않고 언급된다. 그렇다 보니 을사년은 ‘푸른 생명력이 충만한 새로운 변화가 시작될 기대감’을 들게 한다. 앞으로 다가올 좋은 변화의 조짐을 슬기롭게 우리의 삶에 받아들일 지혜가 더욱 필요하겠다.
갤러리미르 《푸른 행복의 꿈》 전시에 선보이는 9명 작가의 15점이 특별하게 와닿는 이유 역시 한 자리에서 행복에 대한 푸르른 꿈을 꿀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권주안 <함께하기>, 김명주 <기도>, 남지형 <Symbiosis>, 최석운 <휴일>, 최은정 <HOPE>처럼, 우리 삶에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기운이 충만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헤르만 헤세의 “인생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일깨워 주는 것은 예술의 궁극적인 목적”이란 말이 더욱 큰 위안을 전하는 전시이다. 갤러리미르 《푸른 행복의 꿈》 전시는 다음 달 말일까지 이어진다.
글 | 김윤섭
명지대 미술사 박사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겸임교수
예술나눔 공익재단 아이프칠드런 이사장
정부미술은행 운영위원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