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7일~2025년 6월 8일, 뚝섬미술관

 

[아츠앤컬쳐] 2024년 뚝섬미술관에서 준비한 신규 기획전, ≪사랑의 단상, Montage of Love≫는 오랫동안 수많은 매체들을 통해 묘사된 사랑을 관계 대상학적으로 접근하여, 세밀히 그 대상에 대해 탐구하고 차근히 사유해 보고자 하는 의지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다. 프랑스 철학가 롤랑 바르트의 <사랑의 단상> 책 속의 말들을 인용하며 5인의 작가가 다섯 가지의 사랑의 대상을 각기 다른 매체로 묘사하며 전시가 시작된다.

 Intro , 공간연출
 Intro , 공간연출

[참여 작가] 박세빈, 장옥수, 정아사란, 채민정, 최예영

이 책의 필요성은 오늘날 사랑의 담론이 지극히 외로운 처지에 놓여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데에서 비롯되었다. – 롤랑 바르트 『사랑의 단상』 서문 中

사랑이라는 피상적인 그 어떤 것은 오랫동안 수많은 매체와 이야기를 거쳐, 닳고 닳은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다. 어쩌면 그 형체와 특성이 뚜렷이 명명되지 않아 사람들은 그 갈증의 해소를 위해 심장의 형상을 붙이거나, 여러 언어로 그려내며 실존적 불안을 달래곤 했다. 이 담론은 이렇듯 수많은 주체에 의해 말해져 왔으나, 누구의 의해서도 보호받지 못한 채 이제는 그 이야기를 꺼내는 것만으로 낡고 식상한 것으로 치부되곤 한다. 본 전시는 사랑이 타자에 의해 발현되는 도구로서가 아닌, 표류하는 사랑에 주체성을 쥐여주고 그 근원적 맥락을 탐구해 보려는 의지로부터 시작되었다.

공간 1 _ 낙원 ; Ochard, 최예영 작가
공간 1 _ 낙원 ; Ochard, 최예영 작가

필자는 전시의 서문을 열면서, 사랑이라는 단어 앞에 한없이 무기력했다. 사랑이 주는 막연한 환상을 예찬하기엔 그 존재의 깊이가 절하되는 것 같았으며, 거대하고 오래된 존재를 형상화한 문헌적 기록을 나열하기엔 고루해 보였다. 그래서 눈에 보이지도, 잡히지도, 맛볼 수도 없는 사랑을 물리적으로 먼저 접근해 보았다. 정신분석학 중에서도 관계 대상 이론1을 기준으로, 인간이 유아기 때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맞이하는 사랑의 대상들을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누었다.

공간 2_ 심장의 온도 : The House of Heart, 박세빈 작가
공간 2_ 심장의 온도 : The House of Heart, 박세빈 작가

연인(Lover)에 대한 에로스적 사랑. 가족과 같이 나의 선택 의지 없이 발현된 관계 대상에 따른 사랑. 인간, 비인간을 넘어선 존재에 대한 애정과 관심인 마니아적 사랑. 자기 이상형을 직접 조각한 어긋난 타자적 사랑인 피그말리온. 마지막으로 자신을 대상화하여 주체성을 형상화한 나르시시즘적 사랑까지. 보편적으로 알려진 사랑의 모습들을 뒤틀어 그 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공간 2_ 심장의 온도 : The House of Heart, 박세빈 작가
공간 2_ 심장의 온도 : The House of Heart, 박세빈 작가

본 전시는 사랑의 방법이 아닌 그 대상에 대해 다층적인 이야기를 하는 5인의 작가를 소개한다. 각 작품은 우리가 추상적으로 인지하고 있던 사랑이라는 모호한 호르몬적 징후들을 단순히 감정으로 치부하지 않고, 그 복잡하고 내밀한 관계성에 주목하고 있다. 여기서 작가들은 작품을 통해 어떻게 사랑할 것인지가 아닌, 무엇을 애정하고 있고,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대상화하고 주체화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 답은 전시의 흐름 속에서 관객이 주체적으로 찾아가게 된다.

공간 3_ 사유의 정원 : The Garden of Property 채민정 작가
공간 3_ 사유의 정원 : The Garden of Property 채민정 작가

아울러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을 형성하는 맥락적 장치로 프랑스 철학자 롤랑 바르트의 책 『사랑의 단상』이 차용되어 이는 전시의 제목과 의도를 관통하는 기능을 한다. 어쩌면 영원히 정리되지 않을 사랑에 대한 단편적인 심상들을 여러 미학자와 철학자들의 입을 빌어 묘사한 책이다. 사랑은 본체가 없는 영혼과 같아서 본래 물리적 모습이 존재하지 않은 채, 화자(話者)에게서 타자(他者)로 전달되는 비물질의 특성과 닮아 있을지 모른다.

공간 4_심연; Abyss, 정아사란 작가
공간 4_심연; Abyss, 정아사란 작가

아득히 막연한 그 존재는 롤랑 바르트의 말을 인용하며, 다섯 작가의 작품을 통해 잠시 그 실체를 입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두서없이 돌진해 왔던 사랑을 잠시 멈추고, 우리가 잊고 있던 사랑의 본질이 주는 가치와 온도에 다시 한번 재고해 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사랑에 대한 해석 방식의 가치 여부를 따지지 않고, 저마다의 온도 차이를 존중하며 안온한 사랑에 이르는 법을 스스로 깨우칠 수 있길 기대한다.

수면
공간 5_ 수면 : The surface of Water, 장옥수 작가>

공간 1 [낙원 ; Ochard]은 사랑에 대한 그 첫 번째 단상으로 에로스를, 공간 2 [심장의 온도 : The House of Heart]에서는 형체가 없는 사랑은 감각으로 지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존재하고 있음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공간 3 [사유의 정원 : The Garden of Property]은 지금껏 우리가 애정하고 깊이 탐구했던 대상들의 사유가 담긴 공간이며, 공간 4 [심연 : Abyss]은 피그말리온의 시선에서 벗어나 갈라테이아의 주체적 실존성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공간 5 [유실물 센터 : Lost&Found]는 지금까지 지나쳐온 수많은 사랑에 대한 개인의 전사를 적어보고, 또 들여다볼 수 있는 체험 공간이다. 마지막으로 공간 6 [수면 : The surface of Water]은 나르키소스의 1얼굴을 비춘 연못이 자리한 공간으로 나르키소스의 본질적 리비도(Libido)에 다시 한번 집중해 보고자 마련되었다.

시간: 11:00~19:00 (입장마감 18:00)

티켓: 대인 12,000원/소인 10,000원

문의: 뚝섬미술관 02-555-5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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