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디지털 세상이 되며 '스승과 제자'라는 단어가 사라져가고 있다. 그럴수록 아름다운 사제 관계는 더욱 빛난다. 멋쟁이 사제 피아니스트 손민수와 임윤찬의 듀오 연주회가 7월 12일 인천아트센터, 14일 롯데콘서트홀, 15일 예술의전당 3회의 입장권을 오픈과 동시에 매진시키며 폭발적 반응 속에 끝났다.
서양에서의 역사적 사제 관계는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으로 시작된다. “나는 나 자신이 무지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이와 다르다. 무지의 자각이야말로 진정한 지혜다.” “하지만 이제 떠날 때가 왔다. 나는 죽기 위하여, 여러분은 살기 위해서. 그러나 그 어느 것이 더 행복한가에 대해서는 신 이외에 아는 자는 없다.” 이 위대한 소크라테스의 가르침은 제자 플라톤이 쓴 ’소크라테스의 변론‘, ‘향연’ 등의 대화편에 전한다.
동양의 고전적 사제 관계에서는 공자와 안회도 빠지지 않는다. ‘논어’의 안회 편에 따르면 공자는 “자신을 이기고 예(禮)로 돌아가는 것이 인(仁)이다. 예에 맞지 않으면 보지도 말고, 듣지도 말며, 말하지도 말고, 행동하지도 말라.”고 말했다. 이에 안회는 “제가 비록 둔하지만, 이 말씀을 실천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공자는 심지어 다른 뛰어난 제자 자공에게 “나와 너는 모두 안회만 못하다.”라고 직설하기도 했다.
임윤찬은 2017년 13살 때 스승 손민수 교수와 한국예술종합학교 부설 한국영재예술교육원에서 처음 만났다. 이후 임윤찬은 2022년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으로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 최연소 우승을 하며 자신과 스승의 이름을 날렸다. 스승이 모교인 보스톤의 뉴 잉글랜드 콘서바토리(NEC) 교수로 자리를 옮기자 그도 따라가 NEC에서 제자로 함께하고 있다. 이에 NEC는 새롭게 세계적 명문 음악학교로 급부상 중이다.
임윤찬은 현존 가장 뛰어나고 가장 인기 높은 피아니스트 중 한 명으로 지금 전 세계가 부르고 있다. 그것이 오히려 여전히 젊은 임윤찬의 결정적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그는 한 번의 무대를 더 가지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 아니라 오히려 침묵과 휴식을 갖는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스승 손민수는 이때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손민수는 그 자체로 뛰어난 피아니스트다. 한예종 교수 시절 2022년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과 바흐-부조니 '눈 뜨라고 부르는 소리 있어'를 연주한 동영상은 전 세계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손민수는 NEC에서 2023년 세상을 떠난 스승 러셀 셔먼의 자리를 메우고 있는 중이다. 러셀 셔먼은 쇤베르크와 부조니에게 피아노와 작곡을 공부했다. 바로 그 부조니 작품을 손민수가 명동 성당에서 연주했다. 부조니-러셀 셔먼-손민수-임윤찬으로 스승과 제자의 멋진 계보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손민수 임윤찬 사제 듀오 연주회 매진 사례를 전후해 스승 손민수는 “윤찬이는 함께 연주하면 할수록 새로운 해석과 소리를 만들어내는 음악가다. 사제 듀오로서 진정으로 기대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작품으로 무대를 꾸몄다.”라고 했다. 제자 임윤찬은 “선생님과 함께 연주하는 시간은 저에게 축복이다. 특별한 경험이고, 그 안에서 피아노로 진짜 노래하고 싶어졌다.”라고 했다.
두 사람은 무대 위에 두 대의 피아노를 그 동안의 익숙한 배치에서 계속 앞으로 밀어 연주자가 거의 나란히 앉아 서로의 숨결을 느낄 수 있도록 독특하게 배치했다. 앞으로 듀오 피아노 연주회는 종종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손민수 임윤찬 사제는 인천과 서울 연주를 마치고 스위스로 날아가 세계적 여름 페스티벌로 급부상 중인 베르비에 페스티벌에서도 매진 상태의 독주회와 듀오 연주회를 가졌다.
글 | 강일모
경영학 박사 / Eco Energy 대표 / Caroline University Chaired Professor / 제2대 국제예술대학교 총장 / 전 예술의전당 이사 / 전 문화일보 정보통신팀장 문화부장 / 전 한국과학기자협회 총무이사/ ‘나라119.net’, ‘서울 살아야 할 이유, 옮겨야 할 이유’ 저자, ‘메타버스를 타다’ 대표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