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yan Rogers
[아츠앤컬쳐] 최근 전시장에서 퀴어 이미지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다만 무엇을 말하려는지가 지나치게 빠르게 읽히는 경우가 많다. 메시지가 앞서고, 이미지는 그 메시지를 설명하는 도구처럼 배치된다. 이런 전시들을 반복해 보다 보면, 작품 앞에 오래 머무르기보다 의미를 확인하는 데서 관람이 끝나기도 한다. 브라이언 로저스(Bryan Rogers)의 회화는 이런 흐름과는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 그의 화면에는 남성 누드가 자주 등장하지만, 인물은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 패턴과 색면 사이에 배치된 몸은 주제가 되기보다 화면의 일부처럼 존재한다. 배경과 전경의 구분 역시 느슨해지며, 화면 전체가 하나의 표면으로 읽힌다. 몸은 분명히 드러나지만, 특정한 의미로 고정되지는 않는다.
이 장식적인 구성은 퀴어 정체성을 설명하거나 강조하기보다, 이미 전제된 조건으로 다룬다. 그의 회화는 관람자에게 특정한 입장을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시선이 화면 안에서 어떻게 이동하는지를 보여주며, 이미지를 먼저 경험하게 한다. 얇게 쌓인 색과 반복적인 패턴은 그림을 가볍게 유지하고, 관람자는 특정 지점에 멈추기보다 화면 전체를 천천히 훑게 된다. 이 때문에 브라이언의 작업은 국제 전시 맥락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특정 이론이나 문화적 코드에 깊이 의존하지 않고, 이미지가 먼저 도착한 뒤 해석이 뒤따르는 구조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그의 회화는 급진적이거나 선언적이지 않지만, 바로 그 점에서 쉽게 소모되지 않는다. 정체성을 드러내기보다 배치하는 방식, 말하기보다 남겨두는 선택이 이 작업들을 지속 가능하게 만든다.
글 | 최태호
독립 큐레이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