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r Bomse
[아츠앤컬쳐] 오퍼 봄스(Oper Bomse)의 신작 Untitled(2025)는 Lazy Mike 청담 공간에서 열린 전시 〈Sleep Montage〉의 분위기를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회화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잠과 깨어남의 사이’라는 보이지 않는 감정의 층위를 탐구하는데, 이 작품은 그 경계의 순간을 가장 명료하게 시각화한다.
넓은 캔버스 속에는 나무와 신체 사이 어디쯤 존재하는 형태가 느슨하게 등장한다. 분명한 묘사를 피하는 대신 감정의 잔상처럼 번지는 붓질과 여러 겹의 색 층위가 먼저 관람자를 끌어당긴다. 오퍼 봄스의 작업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나무’는 기억과 무의식의 연결선처럼 작동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특히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이미지로 떠오르는 순간을 은근하게 드러낸다.
작가는 스트리트 아트적 감각을 기반으로 현실의 긴장을 다뤄왔지만, 이번 회화에서는 그 에너지가 외부가 아니라 내면으로 가라앉으며 더욱 섬세한 감정의 진폭을 보여준다. 화면은 꿈의 한 장면 같지만 서사는 비워져 있고, 그 빈 자리는 관람자가 자신의 기억을 투사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Sleep Montage〉의 주제인 ‘기억 없는 기억’은 바로 이 Untitled에서 가장 분명하게 체감된다. 무엇인가를 정확히 떠올릴 수는 없지만, 감정만은 선명하게 남아 있는 상태. 작품은 그 감각을 조용하게, 그러나 지속적으로 환기한다.
그 결과 이 회화는 현실과 비현실 사이에서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감정의 입자를 포착하며, 관람자로 하여금 자신만의 내면적 이미지와 마주하게 하는 거울이 된다.
글 | 최태호
독립 큐레이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