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rick Collection
[아츠앤컬쳐] 뉴욕 센트럴 파크의 동쪽 어퍼 이스트 70번가에 위치한 이 미술관은 철강 사업가인 헨리 클레이 프릭(Henry Clay Frick, 1849~1919)의 수집품을 바탕으로 설립되었다. 프릭 사후 그의 유언에 따라 자신이 살던 저택은 증축 후 1935년에 미술관으로 개관되었다. 그 뒤 70년대 한 차례, 그리고 2021년부터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통해 2025년 4월 다시 문을 열었다.
프릭 생전의 수집품은 13세기부터 19세기의 서양 회화, 조각뿐만 아니라 앤틱 가구, 도자기 등 유럽의 고급 예술품들이다. 그의 사후 딸 헬렌에 의해 수집된 작품의 수는 점점 늘어났고 드가, 르누아르까지 컬렉션의 범위도 넓어졌다. 르네상스, 바로크, 로코코, 신고전주의, 낭만파, 사실주의 등의 미술사에 빛나는 거장들의 대작부터 어느 하나 눈을 뗄 수 없는 수준 높은 작품들에서 컬렉터의 뛰어난 안목을 엿볼 수 있다.
기존의 거주 공간이었던 전시실은 그 분위기와 크기에 알맞게 작품들이 잘 배치되어 있다. 장식적이고 가벼운 주제가 주를 이루는 로코코 미술의 대표 작가인 프랑수아 부셰(François Boucher, 1703~1770)의 ‘사계절’ 연작은 18세기의 고가구와 도자기 등 소품들과 함께 그 공간을 빛낸다. 또 다른 방에서 만난 헨리 8세의 궁정화가였던 한스 홀바인(Hans Holbein, 1497~1543)의 ‘토마스 모어 경’의 초상화 앞에 선다. 얼굴의 디테일에서부터 모피와 벨벳의 특징까지 놀라우리만큼 섬세한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프릭 저택의 거실이었음을 짐작게 하는 전시실에는 엘 그레코, 루벤스, 렘브란트, 터너, 컨스터블, 고야, 코로 등의 대작들로 채워져 있다. 층고가 높고 넓은 공간은 작품들을 더욱 웅장하게 만든다. 그중 영국의 풍경화가 조셉 말로드 윌리엄 터너(Joseph Mallord William Turner, 1775~1851)의 ‘쾰른, 소포선의 도착: 저녁’ 앞에서 한참을 머문다. 소포선 뒤로 교회탑이 보이는 쾰른의 풍경이 그만의 독창적인 기법으로 섬세하고 낭만적으로 그려졌다.
여러 인물화들 중 렘브란트 하르먼손 판 레인(Rembrandt Harmenszoon van Rijn, 1605~1669)의 자화상이 눈에 띈다. 그는 수많은 자화상을 남겼다. 그중 묵직한 울림이 있는 진솔한 자기 고백적 작품들이 인상적이다. 화가 개인 파산 이후의 작품에서는 더욱 두드러진다. 그가 파산 선고를 받은 2년 뒤인 1658년에 그려진 이 그림은 아직도 건재하다는 지기 암시일까? 이국적이고 다소 화려함이 느껴지는 황금색 복장에 붉은 띠를 두른 그의 모습은 당당하다. 하지만 그의 표정에서는 삶의 고단함이 묻어난다.
거실을 나와 들어선 천정이 높은 둥근 방에는 제임스 애벗 맥닐 휘슬러(James Abbott McNeill Whistler, 1834~1903)의 전신 초상화들이 눈길을 끈다. 그는 예술을 위한 예술을 추구하는 유미주의 작가다. 그의 ‘살빛과 핑크의 심포니: 프란시스 레이랜드 부인의 초상’은 반투명의 옷에 꽃장식이 있는 핑크빛 쉬폰 드레스를 덧입고 손을 등뒤로 잡은 채 몸을 살짝 돌려 얼굴의 옆면을 보여준다. 절제된 색감과 표정에서 우아함이 돋보인다. 유려한 곡선의 전시 공간과 어우러져 그녀는 더욱 빛을 발한다.
프릭 미술관에는 17세기 네델란드 풍속화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Johannes Vermeer, 1632~1675)의 유작, 36점 중 3점을 소장하고 있다. 그 중 ‘장교와 웃는 소녀’는 왼쪽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을 받으며 환하게 웃는 소녀와 챙 넓은 모자를 쓴 장교의 어두운 화면의 대비와 구도에서 생동감이 느껴진다.
유일하게 사진촬영이 가능한 정원에서의 휴식을 뒤로하고 재단장으로 새롭게 선보인 2층으로 오른다. 전시실과 복도에는 13세기 제단화부터 벨리니, 브뤼헐, 앵그르, 밀레 등과 그리고 인상파 작가들까지 폭넓은 시대를 아우르는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20세기 초 미국 황금기의 아름다운 저택은 프릭 컬렉션의 예술품에 품격을 더한다. 규모가 크지 않은 하우스 뮤지엄임에도 서양 미술사의 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수집품들을 고루 갖추고 있어 교육의 장으로도 손색이 없는 미술관이란 생각이 든다.
글·사진 ㅣ 이경희
세계 미술관 여행 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