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여행
달빛여행

[아츠앤컬쳐] 5월 20일 예술의전당 한가람 디자인 미술관에서 열렸던 <2018 디자인 아트페어>에 들렀다가 은소영 도예작가의 하얀 도자기에 코발트 색과 금칠을 한 작품이 맘에 들어 얘기를 나누었다. 은소영 작가는 주로 백자를 이용한 장식적인 도예작업을 하고 있다. 주된 표현 방식은 전통적인 투각과 부조 조각기법이며 조형성이 강한 작업에서부터 기능이 있는 실용기까지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달빛 아래서 차를 마시는 장면, 일상, 자연 등을 담아서 지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한 사람으로서 진정한 쉼에 대한 의미를 찾아가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 6월 2일, 30도를 오르내리는 더위에 충북 진천군 문백면 공예촌길에 있는 진도예에서 작가를 만났다. 은 작가가 만든 하얀 도자기 잔에 커피를 내려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고 그의 인생 스토리를 들으면서 예술가들의 삶을 조명해보기로 했다.

월하풍경 - 지금 이순간
월하풍경 - 지금 이순간

예술을 하게 된 동기
어릴 적부터 늘 그리고 만드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유치원 다니던 시절 아무것도 모르면서도 어른들의 말씀을 듣고 그저 홍대 미대를 가고 싶다는 말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예술을 하는 것은 저뿐만이 아니라 많은 예술가들이 태어날 때부터 타고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게 대단히 잘한다는 차원에서가 아니라 안 하고는 도저히 살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에피소드
저는 미대를 다니다가 갑작스럽게 가정형편이 어려워져서 학업을 중단했습니다. 그리고 10년이 지나 다시 학교에 재입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너무 긴 휴학으로 학교에서는 제적이 되었고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는 동안에도 늘 마음속에서는 작업을 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일을 마치고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와 베개에 머리를 뉘면 천장에서는 도자기를 만들 때 사용하는 물레가 돌아가곤 했습니다. 물레를 차는 그 느낌이 떠나지 않았어요. 그리고 한해 한해가 지나면서 도자기 작
업에서는 점점 멀어져 갔지만 끊임없이 무언가를 그리고 만들었으며 쉽게 배울 수 있는 다른 분야의 공예를 배우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어려운 가정형편이 회복되었을 때 다시 학교에 오게 되었습니다. 너무나 낯설었고 나와는 별 상관이 없을 것만 같았던 학교에 돌아오니 작업에 대한 강한 열정이 생겼고 이제는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작업을 이어가겠다는 마음이 굳게 다져졌습니다. 그때의 흔들림 없는 마음은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작업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고 앞으로도 그럴 수 있다고생각합니다. 지금은 도예를 하는 대학, 대학원 선배와 결혼해서 함께 작업을 하고 있기에 서로에게 아주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홀로 차 한잔
홀로 차 한잔

삶과 예술에 대한 생각
누구나 삶이 내 뜻대로만 되는 것이 아니기에 목표한 대로 작업을 이어가지 못하거나 잠시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는 등 예술가로서 사는 길이 평탄치 않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마음속에 예술에 대한 열망이 멈추지 않는 한 결국에는 주어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예술적인 활동으로라도 이어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삶과 예술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식사를 할 때에도 단순히 먹기 위해 차리는 것이 아니라 요리에 적절한 그릇들을 사용하여 예쁘게 플레이팅을 할 때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고 마시고 남은 음료수병에 들풀을 꽂아 두는 것만으로도 일상이 예술이 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조금 더 근본적으로는 모든 눈앞의 사물과 상황을 놓고 일반적인 시각이 아닌 창조적인 생각을 가지고 볼 때 진정한 예술적 삶이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미래, 꿈
저의 미래, 꿈은 외부적인 상황과 조건의 변화보다는 내면적인 문제를 향해 있습니다. 먼저는 작업을 끝까지 이어나가야 하겠고 상황에 안주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작업을 이어가기 위해 겪는 어려움이나 계획대로 되지 않는 상황들을 잘 이겨내고 그로 인해서 더욱 깊이 있는 작업을 해 나가고자 하는 것이 바람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너무나 부해서도 너무나 어려워서도 안 되기에 늘 적절히 채워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또한 지금까지 걸어온 것처럼 앞으로도 주어진 삶에서 자족할 줄 알고 작업에 대한 열정이 식지 않는 제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은소영 작가

2013년 홍익대학교 도예유리과 졸업
2017년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도예과 졸업
2017년 중국 상위국제도자레지던시 초대작가

대담 : 전동수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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