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한수원 사장에 취임하신지 한달이 지났습니다. 소감이 어떠신가요?
사실 취임 전에 주변 분들이 기대 반 걱정 반이었습니다. 기대하는 사람들은 원자력산업을 다시 일으킬 적임자라는 얘기를 하였고 걱정하는 분들은 지금 정부의 에너지정책 방향과 원자력산업이 일치하는 게 아니라서 고생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평소에 편한 자리를 원한 적이 없었고 공공기관이나 공기업 사장으로 가게 된다면 미션이 있는 곳으로 가는 게 좋다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왜냐하면, 어려움이 있는 곳에 가서 일을 해야 노력대비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고 잘 되면 박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취임 후 한 달 동안 각 원자력 본부 5곳과 해외에 있는 UAE 바라카 현장까지 돌아봤는데, 현장의 직원들을 만나보니 새로운 사장과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의구심이 많았고 “어디 한번 해볼 테면 해봐라…”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직원들과 대화는 토크쇼 형식으로 진행을 했습니다. 무선마이크를 달고 직원들 속으로 다가가서 질문하고 답을 했습니다. 토크쇼가 끝난 후에는 직원들의 얼굴에서 안도, 기대, 희망을 볼 수 있어서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원 보이스, 원 마인드, 원 팀으로 함께 일을 한다면 새로운 에너지 정책을 추구하는 정부에서도 종합에너지회사로 더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임기를 마치고 떠나는 날에 더 많은 박수를 받고 떠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KIAT 원장 재직시절에도 토크콘서트를 많이 하셨기에 이번에 직원들과의 만남에서 좋은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늘 기술과 예술의 융합을 얘기하셨는데 특별한 동기가 있으신가요?
저는 평생 상공부에서 근무를 했는데 새로운 부서에 갈 때마다 부서가 다루는 주력 제품을 만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나 가전제품, 최근에는 ICT나 AI 등이 있는데 기술 자체보다는 기술이 개발되기 위한 인문학적 배경이나 예술적 배경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애플의 경우 스티브 잡스는 똑같은 기술이지만 통합하고 새로운 시각을 가짐으로 인해 앱이라는 플랫폼을 도입해서 회사를 키웠습니다. 이것은 스티브 잡스의 인문학적 관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KIAT 재직시절에는 엔지니어들에게 끊임없이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해주는 것이 제 미션이었습니다. 그래서 창의융합콘서트를 계속했었습니다.
 

미술과 음악에 대한 조예가 깊으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요.
사실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습니다. 일 년에 14번 정도 대회에 참가를 했고 늘 상을 탔기 때문에 28일 정도는 학교수업을 빠졌고 그게 좋았습니다. 그리고 미술대회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알게 되는 기쁨도 컸습니다. 중학교 시절에는 크리스마스 카드를 그려 교회에 가서 팔기도 했었지요. 고등학생이 되자 미술대학을 가야 하는지 일반대학에 진학해야 하는지를 두고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당시에는 예비고사가 있었는데 시험 보기 일주일 전까지 미술대회에 참가했습니다. 모 미술대학이 주최한 대회에서 대상을 받았기에 특례입학도 가능했지만, 아버지의 반대로 미술을 포기했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아버지가 하시던 사업이 망하고 집안 형편이 어려워졌기에 미술을 포기했는지도 모릅니다.

예술이 삶에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버지의 꿈을 이뤄드리기 위해 고시준비를 하다가 대학 재학 중 행정고시에 패스하면서 공무원의 길을 가게 되었는데, 과장 시절까지는 일이 너무 많아서 문화예술을 접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공무원의 꽃이라고 하는 국장이 되면서 산업정책을 결정하기 전, 민원인들을 만난 뒤 그리고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할 때는 머리를 식힐 겸 음악을 자주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비교적 가벼운 음악을 들었습니다. 마스네의 ‘타이스 명상곡’이나 주로 모차르트, 쇼팽의 음악을 즐겨 들었습니다. 마음을 가라앉히거나 괴로울 때 그림을 보거나 음악을 들으면 힐링이 되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음악은 하이든의 놀람교향곡인데, 그전에는 음악을 그냥 듣고 즐겼지만 놀람교향곡은 졸고 있는 사람을 깨운다는 내용을 알고 난 뒤 재밌어서 그 후로 곡에 대한 설명과 작곡가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과 베토벤 ‘월광소나타’를 좋아하고 최근에는 드보르작 음악을 즐겨 듣고 있습니다.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나오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중 ‘편지 이중창’은 감동이었고 음악의 힘이 위대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림은 밝고 편안함과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르느아르의 작품을 좋아하지만, 그 반대편에 서 있는 고흐의 그림도 좋아합니다. 미술사적으로 변곡점에 있는 세잔이나 피카소의 그림도 좋아합니다.

문화예술에 종사하는 아티스트들이 경제적으로는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문화예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한수원에서 임직원이나 지역주민을 위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있나요?
문화예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저는 ‘선한 영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수원이 경주에 내려오면서 기부도 하고 투자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방사성폐기물처리장 유치에 대한 대가로도 크게 지원했고, 월성원자력본부 운영을 위해 일정 금액을 매년 지원하고 있습니다. 컨벤션센터도 지었는데 현재 콘텐츠가 없어서 제대로 활용이 안 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경주에 건물을 지어주는 것도 좋지만 앞으로는 경주시와 협력해서 경주의 랜드마크가 될 페스티벌을 만들 생각이고 올가을에는 실체를 보여줄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지역 중 울진은 직원들의 생활 환경이 매우 열악한 편이고 오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울진에 근무하는 한수원 직원들과 지역 주민들이 더 많은 문화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츠앤컬쳐 독자를 위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개인적으로 아츠앤컬쳐는 문화예술과 관련해서 내용이 좋은 잡지인데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다는 게 안타깝습니다. 잡지를 읽고 나면 주변 사람들도 읽게 해서 보다 많은 독자층이 형성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대담 / 아츠앤컬쳐 발행인 전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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