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패러디는 일반적으로 어떤 작품을 모방하여 풍자적으로 꾸민 작품이나 기법이라고 정의한다. 주로 잘 알려진 작품을 변형시키거나 내용을 과장함으로써 익살 또는 풍자의 효과를 노린 경우가 많다. ‘어디서 본 느낌’으로 대중에게 친숙함을 줄 수 있는 동시에,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원작의 약점이나 진지함을 흉내 내거나 과장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원작 또는 사회적 상황에 대하여 웃음을 이끌어내거나 비평하게 된다. 즉 패러디는 기존 작품을 모방하되 창의성을 통해 새로운 의미와 내용을 부여하는 창작 방법으로 현대문화의 중요한 표현기법이자 구성원리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이와 같이 어떤 작품을 변형하거나 그 내용을 과장한다는 것은 그 전제가 ‘어떤 작품’이 먼저 존재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미 존재하는 기존 저작물을 대상으로 삼아 그 저작물을 비판 또는 희화화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까닭에 패러디는 저작권법 상의 저작권 침해와 그 관계가 애매해질 수밖에 없다. 누군가가 내 저작물을 이용하여 내 작품을 희화화하거나 또는 사회를 비판한다면 이를 흔쾌히 허락해줄 사람도 있겠지만, 아닌 사람들도 꽤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패러디라는 표현기법의 전제로 항상 원저작물의 저작자에게 동의를 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에 패러디가 원저작자의 저작권을 침해했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다양한 학설이 제기된다. 패러디를 이용하여 작성된 저작물은 현행 저작권법 하에서라면 저작권 침해 시비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학설, 일정한 전제조건을 갖췄다면 그 범위 내에서는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 공정하게 원저작물을 인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는 학설 등이 있다. 패러디가 문화 발전에 긍정적인 측면이 있으므로 무조건 저작권법 위반으로 보아 저작권 침해를 인정해서는 안 되고 일정한 범위에서 허용하여야 한다는 견해도 많지만, 법원 판례는 그 인정 범위를 매우 좁게 보고 있다.

국내 패러디와 관련한 선구적 판결이 하나 있다. ‘컴배콤’ 사건이다. 2001년 가수 이재수 씨는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의 인기곡 ‘컴백홈’을 빌려 ‘컴배콤’이라는 곡을 만들었다. 그는 원곡뿐만 아니라 뮤직비디오까지 패러디했다. ‘컴백홈’ 뮤직비디오 속 서태지 씨와 비슷한 의상을 입고 두루마리 휴지를 든 채 변기에 앉아 있는 모습을 연출한 것이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리더이자 ‘컴백홈’을 작사·작곡한 서태지 씨가 법원에 소를 제기하게 된다.

법원은 서태지의 컴백홈을 패러디한 이 사건에서 “이 사건 개사곡은 원곡에 나타난 독특한 음악적 특징을 흉내 내어 단순히 웃음을 자아내는 정도에 그치는 것일 뿐, 원곡에 대한 비평적 내용을 부가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보이지아니하고, 상업적 목적으로 이 사건의 원곡을 이용하였으며, 원곡을 인용한 정도가 패러디로서 의도하는 바를 넘는 것으로 보이고, 원곡에 대한 사회적 가치의 저하나 잠재적 수요의 하락이 전혀 없다고는 보기 어려운 점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패러디로서 보호받을 수 없는 것”이라고 판시하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01. 11. 1. 선고 2001카합1837). 즉 원저작물에 대한 비평적 내용이 담긴 풍자가 있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여야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 패러디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저작권법은 어떻게 규정하고 있을까? 저작권법에서는 원저작자의 허락 없이 원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를 규정한 조항이 있다.

저작권법 제35조의3이 그것인데,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이라고 하여 ‘저작물의 통상적인 이용 방법과 충돌하지 아니하고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다’라고 하면서, ‘저작물의 이용 행위가 이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① 이용의 목적 및 성격, ② 저작물의 종류 및 용도, ③ 이용된 부분이 저작물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그 중요성, ④ 저작물의 이용이 그 저작물의 현재 시장 또는 가치나 잠재적인 시장 또는 가치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개개의 사안별로 구체적으로 검토해보아야 하는 다소 추상적인 기준이다. 사실 위 기준은 미국의 공정이용 일반 법리에서 기원한 것으로서, 미국에서도 공정이용 판단 시에는 ① 그러한 이용이 상업적 성질의 것인지 또는 비영리적 교육목적을 위한 것인지 등과 같은 그 이용의 목적 및 성격, ② 저작권으로 보호되는 저작물의 성격, ③ 이용된 부분이 저작권으로 보호되는 저작물 전체에서 차지하는 양과 상당성, ④ 그 이용이 저작권으로 보호되는 저작물의 잠재적 시장이나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전체적으로 고려한다.

영화 <프리티 우먼(Pretty Woman)>은 1990년대 큰 성공을 거둔 영화다. 주연배우 줄리아 로버츠와 리처드 기어의 인기도 높았다. 이 작품의 주제곡이 또 히트였는데, 이 곡의 원작은 1964년 로이 오비슨과 윌리엄 디스가 같이 만든 록 발라드 “오, 프리티 우먼”(Oh, Pretty Woman)이다. 이후, 영화가 인기를 끌자 그 영향으로 1998년에 결성된 랩 뮤직 그룹 “2 Live Crew”가 랩 스타일로 이 ‘오, 프리티 우먼’을 패러디할 계획을 세운다. “2 Live Crew”는 먼저 원곡의 작곡가와 소유권도 명시하고, 실제 패러디곡을 통해 수익이 생기면 이에 대한 사용료도 지급하겠다고 로이 오비슨 등에 그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로이 오비슨 등의 법률 대리인은 ‘원곡의 이미지를 해친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하는데, “2 Live Crew”는 패러디 음반을 강행하고, 이 음반도 유명세에 오르게 된다.

이후 소송이 시작되었다. 미국 연방법원은 “2 Live Crew”의 패러디곡이 상업적인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곡이므로, 단순한 문화적 표현기법 수준으로서의 단순한 패러디로 볼 수 없어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결하였다. 그런데 그 이후 대법원의 시각은 정반대였다. 개사곡은 ‘귀여운 여인’이라는 원곡을 풍자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므로, 상업적 목적이 있었는지의 여부에 관계없이 정당한 사용에 해당한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원곡의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 판결은 기존의 판례와 학계의 시각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상업적 목적이라면 공정 이용이 될 수 없다는 고정관념이 깨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패러디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는지에 대하여는 저작권법 제35조의3에서 말하는 공정이용의 범위에 포섭될 수 있는지를 꼼꼼하게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에 따르면 영리 목적으로 상업적으로 이용하기 위하여 패러디하는 경우는 대부분 저작권법 위반에 해당할 소지가 클 것으로 보이므로 원저작물을 패러디하여 상업 광고에 활용할 때에는 특히 주의하여야 하고 가급적이면 원저작자의 허락을 받고 진행하는 것이 안전하다.

글 | 이재훈
문화칼럼니스트, 변호사, 고려대학교 겸임교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 (주)파운트투자자문 감사

저작권자 © Arts & Cultur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