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일등병으로 승진하지 못하고 있는 영원한 이등병 김광석. 그가 비록 승급은 못 했지만 경상북도와 대구광역시에 활기를 불어넣는 인물로 급부상 중이다. 대구광역시는 2010년에 ‘이등병 편지’로 유명한 가객 김광석(1964~96)이 태어나 5살까지 살았던 방천시장 골목을 중심으로 ‘김광석 거리’를 만들었다.
‘김광석 거리’ 방문객은 2010년 43,800명에 불과했으나 2016년에는 1,000,328명으로 늘어났다. 2017년에는 1월부터 5월까지 이미 508,006명이 다녀가 작년 진도를 추월 중이다. 특히 올해 6월 1일 김광석 스토리하우스가 준공되며 ‘김광석 거리’ 방문객 수도 폭발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도시가 사람을 만들고, 사람이 도시를 만든다고 한다. 대구시가 만들어 낸 ‘김광석 거리’는 ‘사람이 도시를 만든다’는 생생한 증거가 되고 있다. ‘김광석 거리’는 인구 감소에 따른 도시 소멸 위기를 걱정하는 전국 지자체장 및 공무원들의 핵심 방문 코스가 됐다.
사람들이 김광석 스토리하우스를 더 많이 찾게 하기 위해서, 대구 방천시장을 살리기 위해서, 나아가 대구를 살리기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진정성이 가장우선되어야 할 것 같다. 김광석 스토리하우스를 만드는 사람들이 단지 사람을 오게 하기 위해 꾸며낸 공간이 아니라 그곳을 방문했을 때 무엇인가 진실한 스토리와 함께 감동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문화공간으로의 성공 여부 핵심은 컬렉션 자체다. 그간 여러 지자체가 수백만 또는 수천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촬영지나 드라마 세트장 등을 수십억 원 또는 수백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유명 관광지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이들 세트장은 방문자가 거의 없어 대부분 문을 닫은 상태다. 세트는 단지 세트일 뿐, 진정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구 방천시장은 한때 1,000개의 점포가 넘는 대구의 대표적 전통시장이었지만 대부분 도시의 전통시장처럼 쇠락해가고 있었다. 방천시장은 2010년 한 아이디어를 냈다. 시장 한쪽 350m 거리를 ‘김광석 거리’라 명명하고 낡은 빈 벽 곳곳에 김광석이 통기타 치는 장면 등 벽화 몇 점을 그려 넣은 것이다. 이렇게 큰 예산도 들이지 않고 시작된 방천시장 ‘김광석 거리’가 2017년에는 전국에서 몰려드는 방문객 수가 1백만 명을 훨씬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되는 관광 명소로 급성장하여 생기가 살아나고 있다. ‘김광석 거리’ 주변에는 커피숍, 공연장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김광석 스토리하우스에는 그가 사용하던 하모니카, 일기, 메모, 사진, 자필 악보, 공연자료 등 그가 남긴 유품 100여 점이 전시되고 있다. 유품은 하나하나 모두 귀중한 자료들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자필 악보는 음악가 기념관에서 갖는 의미가 엄중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유명 작곡가들의 자필 악보가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안익태 선생의 유족들이 애국가 자필 악보를 국가에 기증한 것이나 윤이상 선생의 유족들이 자필 악보를 국가에 기증한 것 등이 언론에 작은 뉴스로 취급되고 있는 정도다.
하지만 외국의 경우 작곡가의 진품 악보는 우리와는 전혀 다르게 평가되고 있다. 베토벤 친필 악보는 2015년 단 한 장짜리가 12만 달러에 경매되었다. 2005년에는 81페이지 분량의 현악사중주 ‘대 푸가(Grosse Fuge)’의 피아노용 악보가 소더비 경매에서 20억 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말러 교향곡 중 대중들에게 가장 사랑받고 있는 교향곡 2번 ‘부활’의 자필 원고는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한 형태로 2006년 2월 최초로 발견되었다. 발견 당시 30억 원으로 평가되었던 말러 2번 ‘부활’ 악보는 10년이 지나 2016년 런던 소더비 악보 경매에서 역사상 최고가인 568만 달러에 낙찰되었다. 모차르트 교향곡 악보는 1981년 310만 달러에, 슈만 교향곡 2번 악보는 1994년 190만 달러에 각각 낙찰되었다.
전국 대부분의 도시들이 인구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문화 투자와 문화 향유는 종종 사치로 평가되기도 한다. 하지만 도시를 살리는 길은 사람의 체취가 나게 하는 것이다. 사람들의 진정성 있는 체취가 바로 문화다.
글 | 강일모
국제예술대학교 총장, (사)한국음악협회 이사
경영학박사/ 음악학석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