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11일 개관과 동시에 세계적 주목을 끌고 있는 독일 함부르크 항구 끝자락에 선Elbphilharmonie
2017년 1월 11일 개관과 동시에 세계적 주목을 끌고 있는 독일 함부르크 항구 끝자락에 선Elbphilharmonie

[아츠앤컬쳐] 독일이 수도 베를린이 아닌 북쪽 끝 항구도시 함부르크에 2017년 1월 11일 콘서트홀 엘프필하모니(Elbphilharmonie)를 준공하고 개관 연주를 가진 것이 문화계에서 세계적 주목을 끌고 있다. 독일 함부르크 시는 스위스 건축가 헤어초크(Herzog)와 드 뫼롱(de Meuron)에게 맡겨 15년의 세월과 건축비 8억 달러(약 9400억 원)를 투입해 2017년 1월 11일 엘프 필하모니 홀, 함부르크 개관 연주회를 가졌다. 이 홀에는 NDR 엘프필하모니 오케스트라가 상주하게 된다. 엘프필하모니 홀은 세계적으로 붐비고 바쁜 함부르크 항구 끝 바다에 3면이 접한 비좁은 땅에 건축적 제약이 심각한 상황에서 역으로 너무나 멋지게 건축적 솔루션을 찾아냈다.

엘프필하모니 홀은 외관이 멋진 것은 물론 콘서트홀 실내 모습도 인상적이다. 특히 오케스트라 연주 시 객석 계단에 켜진 조명은 비상구 탈출경로를 자동적으로 가르쳐주는 동시에 환상적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다. 이처럼 독일 국토 북부 맨 끝 항구도시에서 엘프 필하모니를 준공했다는 뉴스는 독일은 물론 미국 New York Times, USA Today, Forbes, 영국 BBC 등 전 세계 주요 언론들이 모두 주요 기사로 다루었다.

반면 우리나라가 광주광역시에 2015년 11월 25일 준공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함부르크의 엘프필하모니 준공처럼 세계 각국으로부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우리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11년의 건축 기간에 건축비 7,200억 원이 투입되었다. 독일 함부르크 엘프필하모니는 15년의 건축 기간 동안 약 9,400억 원이 투입되었다. 독일이 2천여억 원을 더 썼다 해도 실제 우리나라는 독일보다 일반적 건축비가 1/3 수준이하라고 볼 때 실질적으로는 우리나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훨씬 비싼 건축물이다. 참고로 미국 건축비는 통상 한국에 비해 평균 5배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전혀 현실이 아니지만 독일과 한국 건축비가 동일하다 가정해도 세계 언론이 주목한 정도의 차이는 엄청 크다. 이제 함부르크는 엘프필하모니 건축물 준공과 함께 오스트리아 시드니 항구의 오페라하우스에 필적하는 함부르크 전체의 아이콘적 건물을 갖게 되었다. 광주가 세계인들에게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건축물 때문에 함부르크 엘프필하모니와 같은 국제적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도 독특한 건축적 의미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역사적 건물인 전남도청 청사를 보존하고 다른 신축 건물은 모두 지하 레벨에 설치해 지상으로는 어떠한 건축물도 올라오지 않고 전남도청에 대해 겸허한 자세를 유지한 컨셉에는 공감한다. 또 이러한 이유로 치열한 국제 건축 공모에서 당선된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으면서 흑과 백만으로 내면세계를 묘사해내는 동양 수묵화와 같이 정제된 느낌을 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에 멋진 건물이 많다면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같이 스스로를 너무 드러내려 하지 않고 동양의 선(禪)의 세계를 추구하려는 듯한 건물을 하나 갖는 것도 존재 의미가 있다. 그러나 7,200억 원이라는 거액이 들어간 것에 비해서는 건축물이 지나치게 겸손한 것 같다는 일부의 평도 있다. 우리나라에 더 많은 멋진 건축물이 들어서 언젠가 절제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더 멋지다고 새롭게 평가될 날을 고대해 보기도 한다.

현실로는 세계적 건축가를 부른다고 모든 건축물이 모두 세계적인 것이 되는 것이 아니라 발주자가 건축적 이해도가 높을 때만 완성도가 더 높은 건축물이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에는 자하 하디드(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장 누벨(리움), 마리오 보타(리움, 강남 교보빌딩), 렘 쿨하스(리움, 서울대 미술관), 안도 다다오(섭지코지 글라스하우스) 등 모두 프리츠커 상을 수상한 세계적 건축가들이 크고 작은 건축물들을 남기고 있으나 국내에 있는 이들의 작품이 아직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어 유감이 크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는 세계적 건축가들을 열심히 부르고는 있으나 그들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이끌어내는 데는 대부분 실패하고 있는 것이다. 발주자, 한국 건축계 등 모두에게 깊은 건축적 반성을 요하는 부분이다. 발주자, 고위직 공무원, 한국 건축계, 일반 국민 등 모두가 우리 땅에 멋진 건축물, 세계적 문화 아이콘을 갖고자 하는 열정, 실력, 심미안, 자금력, 인내력, 문화적 감수성 등을 총동원해 우리도 우리 땅 어디엔가 콘서트홀, 오페라하우스, 미술관, 박물관, 도서관, 종교시설, 상업건물, 개인주택, 정부청사 어느 것이든 세계인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건축물을 가지게 되길 간절히 바란다. 아담 사이즈의 르 코르뷔지에의 프랑스 롱샹 성당이 20세기 최고 건축물 중의 하나로 사랑받고 있는 것은 크기 때문이 아니라 그곳에는 그가 의도했던 침묵(Silence)과 사랑(Love), 철학적 깊이가 있기 때문이다.

글 | 강일모
국제예술대학교 총장, (사)한국음악협회 이사
경영학박사/ 음악학석사
president@ku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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