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흔히 파리하면 패션과 향수를 떠올린다. 세계 여느 나라보다 럭셔리 브랜드를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국립오페라, 대형 국립박물관, 전문화된 도서관, 크고 작은 미술관과 갤러리 등 소위 오랜 전통에 기반한 문화사업이 잘 육성된 나라이다. 이처럼, 주로 과거의 것들이 강세를 보이다 보니, 전반적으로 보수적인 분위기에 젖어있으며 때로는 침체되었다는 인상을 받기도 한다. 그런 선입견을 무색하게 만든 사건이 있었다. 바로 지난 3월 6일 ‘저스트 드부(Juste Debout)’라는 대형 이벤트가 파리의 동쪽 베르시에서 열렸다. 며칠간 전 세계에서 모여든 힙합 댄서들로 그 여느 때보다도 열기가 뜨거웠다. ‘저스트 드부’가 무슨 뜻일까? 표현은 프랑스어인데 ‘저스트(juste)’는 ‘단지’라는 영어의 저스트(just)와 같은 의미이며, ‘드부(debout)’는 ‘서 있는’을 뜻하는 형용사이다. 영어의 스탠딩(standing)정도에 해당한다.
‘저스트 드부’의 창립자는 브루스 이칸지(Bruce Ykanji)로 프랑스 최고의 힙합 댄서이다. 2002년 당시 파리의 스트리트 댄스계는 브레이크 댄스가 주류를 이루었다. 브레이크 댄스가 바닥면과 매우 밀착한 춤이라면 브루스는 이와 상반되는 새롭게 힙합 트랜드를 프랑스에 일으키고 싶었다. 브루스는 당시 파리 근교 무용센터의 힙합 선생이었는데 가장 뛰어난 제자들 다섯 명을 데리고 뉴욕에 가서 그곳의 힙합을 피부로 체험시켰다.
이듬해 그는 파리에서 총 400명의 스트리트 댄서(힙합, 하우스, 로킹, 포핑 외)를 모아 경연대회를 열고 특별교실을 만들면서 첫 행사부터 성공리에 치렀다. 이후 약 10년이 지난 지금 매년 스트리트 댄서들이 파리로 모여드는 이 행사는 눈부신 발전을 이룩했다. 2006년 대형 순회공연을 시작했으며, 저스트 드부 매거진을 만들어 홍보와 소통의 장을 만들었다. 또한 쥬니어 저스트 드부 콩쿠르를 2011년에 설립하여 8세부터 15세 사이의 미래의 주역 발굴에도 앞장섰다.
2008년부터 파리의 대형 경기장인 베르시에서 행사를 열면서 ‘저스트 드부’는 소위 국제적 명성을 얻게 되었다. 푸마, 나이키 등 대형 브랜드들이 앞다투어 행사 협찬에 나섰고, 마돈나와 같은 유명 뮤지션들의 안무작업 등 굵직굵직한 유명인사들과의 공동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저스트 드부’ 행사는 총 3일간 파리의 대형 홀에서 이루어졌으며 총 13개 국가에서 온 4,000명의 쟁쟁한 스트리트 댄서들이 참가하며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관람객 수는 45,000명에 달한다. 3일째 마지막 날인 3월6일 일요일에 피날레가 있었으며, 전 세계 최고의 댄서들이 기량을 마음껏 펼쳐 그 열기가 여느 해보다 뜨거웠다.
흥미롭게도 이날 심사위원단은 거의 여성으로 구성되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이 분야가 지극히 남성 댄서들이 지배적이라서 뭔가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싶어서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당일 관람객의 55%가 여성이었다. 그리고 총 관람객의 73%가 25세 미만, 5%가 35세 이상으로 집계됐다. 더불어 관람객 분포는 50%가 파리와 수도권, 27%가 프랑스 지방에서 왔으며 4분의 1 정도가 외국인 관람객이었다.
‘저스트 드부’의 열기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브루스 이칸지는 2009년 파리의 동부에 ‘저스트 드부 스쿨(Juste debout School)’을 설립하였다. 이 분야의 최고의 강사진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곳에 춤을 배우러 오는 학생들은 연간 5,000유로 정도의 학비를 내고 등록한다. 학교에 캐스팅을 하고자 찾아오는 영화감독, 광고 연출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취재를 하러 간 날에도 학생들은 시험을 앞두고 연습에 몰두하고 있었다. 시험의 스트레스가 심했는지 한 여학생이 기절을 해서 응급초지를 하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이칸지 교장은 올해 중에 남불에 위치한 뚤르즈에 분교를 개설한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프로젝트 제의를 수차례 받았다고 하면서 한국에 뛰어난 댄서들이 많다고 칭찬을 한다.
글 | 이화행
아츠앤컬쳐 파리특파원, 파리 예술경영대 EAC 교수
소르본느대 미술사 졸업, EAC 예술경영 및 석사 졸업
inesleeart@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