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베이엘러재단

Courbet au chien noir (Portrait de l’artiste), 1842 Huile sur toile, 46,5 x 55,5 cm Petit Palais, Musée des Beaux-Arts de la Ville de Paris © bpk / RMN – Grand Palais / Jacques L’Hoir / Jean Popovich
Courbet au chien noir (Portrait de l’artiste), 1842 Huile sur toile, 46,5 x 55,5 cm Petit Palais, Musée des Beaux-Arts de la Ville de Paris © bpk / RMN – Grand Palais / Jacques L’Hoir / Jean Popovich

[아츠앤컬쳐] 스위스의 바젤에 소재한 베이엘러재단(Fondation Beyeler)에서 19세기 프랑스 화가인 구스타브 쿠르베(Gustave Courbet) 전시가 한창이다. 구스타브 쿠르베는 프랑스의 브장송 근처에 있는 오르낭(Ornans)이라는 소도시에서 1819년에 태어나서 스위스의 투르드 페일즈시에서 1877년에 숨을 거두었다. 그는 실제의 모습을 미화하지 않고 그린 사실주의의 대표적인 화가로서 미술사에서 누구보다 중요한 인물로 손꼽히는 작가이다.

유럽 소재 다수의 주요 미술관에서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그중 가장 잘 알려진 곳은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으로 ‘화가의 아뜰리에’와 ‘세상의 기원’을 비롯하여 주요작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번 스위스의 베이엘러재단 전시는 16년이라는 공백 후에 처음으로 스위스에 선보이는 쿠르베의 회고전인 만큼 그 의미가 남다르다.

총 6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되었는데, 특히 쿠르베가 기존의 전통적인 아카데미 화풍을 벗어나 새롭게 선보였던 당시로써는 혁신적이었던 작품들 위주로 선정하여 작가의 근대미술의 선구자적인 면모에 초점을 맞추었다. 자화상, 여체, 동굴과 바다를 소재로 한 풍경화 등의 테마를 통하여. 쿠르베 특유의 붓 터치와 색상을 또 한 번 실감할 수 있었다.

baigneuses_paris_300mmx397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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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동굴과 바다의 풍경을 담은 그의 풍경화 시리즈가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쿠르베는 자신의 고향인 오르낭이 소재한 지역인 르 주라(Le Jura)의 풍경을 소재로 많은 작품을 남겼는데, 샘, 석회 절벽, 깊은 숲 속 풍경을 여체의 모습과 함께 화폭에 담았다. 또한, 어두운 동굴 속의 신비한 풍경도 그의 작품에 상당한 영감을 주었다.

동굴 풍경 시리즈는 쿠르베의 개성이 잘 드러난 작품으로 작가의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탐구정신이 담겨 있다. 그리고 <눈의 흔적>이라는 테마로 구성된 전시실의 작품들도 관람객들에게 많은 호평을 받았다. 겨울에 내리는 흰 눈의 흰색을 다양하고 표현력 있게 그려냈다. 질감이 풍부하게 드러나는 두터운 붓 터치 안에 힘찬 생동감과 더불어 가벼움까지도 느껴진다.

L’Origine du monde, 1866 Huile sur toile, 46 x 55 cm Musée d’Orsay, Paris © bpk / RMN / Hervé Lewandowski
L’Origine du monde, 1866 Huile sur toile, 46 x 55 cm Musée d’Orsay, Paris © bpk / RMN / Hervé Lewandowski

무엇보다,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세상의 기원>(L’Origine du monde)이 이번 전시를 통해 야심 차게 처음으로 독어권 국가에서 선보여지는 만큼 언론 및 관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1866년 작인 <세상의 기원>은 오랫동안 개인 소장가가 보관하고 있어서 19세기에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다.

여성의 성기를 확대시켜 화폭에 담은 이 작품은 센세이션을 끊임없이 일으켜 온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금기시되었던 이 작품은 ‘여성에 대한 경의’와 ‘음밀한 관음주의’ 사이에서 늘 논란의 대상이 되었었다. 르네상스 이후 서양 미술사를 대표하는 걸작이면서 끊임없이 외설처럼 충격적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동반해왔다. 여성의 성기를 통해 은유적으로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상징하지만, 이와는 달리 성기를 관찰하는 남성의 음밀한 시선이 아니냐는 반론을 제기해 왔다. 이러한 양분되는 해석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이 작품의 가치와 명성은 꾸준히 상승해왔다. 최근 프랑스의 저명한 일간지인 ‘르 몽드(Le Monde)’지에서는 모나리자 이후 가장 대표적인 걸작이라고 칭했다.

실상 이 작품의 기원은 쿠르베가 이집트의 외교관인 칼리 베이를 위하여 그렸다. 칼리 베이는 이 작품을 녹색 커튼 뒤에 숨겨 놓고서 측근들에게만 긴밀히 공개했었다고 한다. 이후 몇 차례 다른 컬렉터들의 손을 거쳤으며, 공식적으로 알려진 최후의 소장자는 바로 20세기 최고의 철학가이자 정신분석학자인 프랑스의 자크 라캉(Jacques Lacan)이었다. 이후 국가소장이 되면서 최초로 일반에 공개된 것은 1995년 오르세 미술관 소장을 통해서였다.

한편 <세상의 기원>이라는 제목은 쿠르베가 직접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쿠르베는 누구보다 여체를 주제로 많은 작품을 남겼는데, 미술사적으로 르네상스의 라파엘로, 베로네즈, 티치아노의 전통을 이어받았다고 볼 수 있다.

스위스 바젤에 소재한 베이엘러재단에서 9월 7일에 오픈한 쿠르베 전시는 2015년 1월 18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 더불어, 이번 전시는 <쿠르베 계절(Saison Courbet)>이라는 행사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써 스위스 제네바의 미술 및 역사박물관과 공동 기획된 것이다.

글 | 이화행
아츠앤컬쳐 파리특파원, 파리 예술경영대 EAC 교수
소르본느대 미술사 졸업, EAC 예술경영 및 석사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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