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18세기 앤틱가구 국가공인 감정사

베르사유 궁전 프티 트리아농, 벨베데르 살롱 내부 전경
베르사유 궁전 프티 트리아농, 벨베데르 살롱 내부 전경

 

[아츠앤컬쳐] 인사동 화랑가를 방불케 하는 파리의 드루오(Drouot)구역에는 오래된 화랑과 앤틱상들, 그리고 프랑스 전통경매장이 자리하고 있다. 서울의 강북과 강남처럼 파리는 강우안지역과 강좌안지역을 두고 리브 드르와(Rive Droite)와 리브 고슈(Rive Gauche)라 부른다. 드루오 구역은 리브 드르와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곳은 금융과 유통이 집중되어 있어서 대부분의 은행의 본점 및 대형 백화점이 근처에 자리하고 있다.

드루오 구역에 들어서자마자 첫번째 골목에 필립 델피에르 앤틱갤러리(Galerie Philippe Delpierre)가 코너에 보인다. 그곳에 책임자로 근무하고 있는 프랑스 국가공인 앤틱감정사인 파트리시아 르모니에(Madame Patricia Lemonnier)를 만나보았다. 프랑스 17세기, 18세기 앤틱가구 전문가인 그녀는 강연과 저술활동으로 많이 분주하다. 앤틱분야에서 그녀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오랜 세월 열정으로 일한 그녀에게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바로 외국인들에게 프랑스의 전통을 소개하는 것이다. 해외 컬렉터들과의 오랜 인연 속에서 피어난 우정도 그녀가 이 일을 하면서 얻는 큰 즐거움 중의 하나이다. 앞으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컬렉터들을 만나 자신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싶다며 아츠앤컬쳐의 인터뷰에 흔쾌히 응했다.

Riesner, Commode (리에즈너, 코모드)
Riesner, Commode (리에즈너, 코모드)

Q. 오랜 시간 앤틱 분야에서 일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동안의 발자취를 얘기해 주세요.
프랑스 18세기 앤틱가구를 연구해서 미술사 박사학위를 받았어요. 대학에서 역사도 공부했었구요. 공부를 마치고 국립자료원에서 근무하면서 17세기, 18세기 가구에 관한 연구와 조사를 담당했어요. 그러면서, 파리에 소재한 여러 앤틱갤러리들과 함께 일했어요. 그리고 감정사 자격으로 옥션에도 많이 참여했지요. 그리고 9년 전부터 국가공인 감정사로 활동하고 있어요. 파리 법원에 속해서 일하고 있어요.
앤틱감정사가 해야 하는 일을 설명하면 왜 이 가구가 앤틱이고 생산 시기가 언제인지를 판단하고 증명하는 일이에요. 반면 그렇지 않은 가구는 왜 앤틱이 아닌 복제품 또는 후기 생산인지를 증명해야 하죠. 그러다 보니, 이 직업은 역사에 관한 지식과 기술적인 지식을 동시에 요하죠. 앤틱가구가 어떻게 제작되었는지 실질적인 것들을 잘 알고 있어야 해요. 가구를 기술적인 차원에서 분석하기 이전에 좀 더 거시적인 안목으로 가구 전체의 구조와 장식이 해당 시대에 적합한지 살펴봐야 해요. 이렇게 가구 전체적인 구조와 장식을 점검한 후에, 좀 더 디테일한 것들을 체크해야 해요. 특정 아뜰리에의 인장이나 표시가 있는지, 어떤 경우에는 등록번호가 있는데 이러한 요소들은 가구의 기원이나 역사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를 하는데 필수적인 요소에요. 왕실에 속했던 가구인지, 특정 귀족가문의 소유였는지 자료들을 통해서 증명해 낼 수 있죠.

Riesner, Secretaire (리에즈너, 스크레터 책상)
Riesner, Secretaire (리에즈너, 스크레터 책상)

Q. 프랑스 앤틱가구에 대한 열정은 어떻게 생긴 것이죠? 그리고 이 분야를 선택하게 된 계기도 알려주세요.
솔직히 말하면, 한 번도 프랑스 18세기 앤틱가구 전문가가 되겠다고 결심한 적이 없어요. 어릴 적부터 시작된 관심과 열정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훗날 전문가가 된 것이죠. 18세기에 관한 것이라면 건축, 가구, 섬유는 물론 문학까지 두루두루 참 좋아해요. 그러다 보니 열정이 되었고 직업이 되었어요.

Q. 특별히 좋아하는 앤틱가구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그리고 그 이유를 설명해 주세요.
만약 그 많은 앤틱가구 중에 단 한 점을 선택해야 한다면, 베르사유 궁전에 있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코모드와 책상을 고르겠어요. 왕립 가구디자이너인 리에즈너(Riesner, 1734~1806)가 1783년에 제작한 것이죠. 왜냐하면, 내게 있어서 그 가구는 완벽 자체에요. 최고의 목재와 풍부한 재질이 특징인데, 리에즈너는 고급 재료들을 단순히 모으는 데 그치지 않고 너무나 성공적으로 조화롭게 디자인했죠.

Q. 앤틱가구를 고를 때 주안점이라면요? 어떤 것들을 살펴봐야 하는지, 무엇을 꼼꼼히 체크해야 하는지, 앤틱상에게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 소상히 알려주세요.
앤틱가구를 구입하는데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가구를 좋아해야 해요. 수많은 다른 가구 중에서 왜 하필 그 가구를 선택하겠어요. 좋아하지 않으면 사서는 안 돼요. 가구는 사는 공간에 비치하고 함께 생활한다는 것을 잊어버려서는 안되기 때문이에요. 좋은 앤틱가구는 한결같이 조화를 잘 이루고 있죠. 미학적인 측면도 중요하지요. 특히 18세기에 아름다움은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가치였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앤틱상에게 질문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히 진품 여부에요. 그리고 복원이 어느 정도 된 것인지 확인해야 해요. 복원이 많이 되었다고 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에요. 복원의 법칙은 얼마나 당시의 디자인에 준하여 정석으로 복원을 했느냐가 중요해요. 복원기술은 아주 중요해요. 이처럼 복원기술이 까다롭게 요구되다 보니, 실력과 정직성을 겸비한 명성이 높은 복원가들이 있죠.

Q. 프랑스 앤틱가구 시장의 변화에 대해서 설명해주세요. 가치와 시세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컬렉터들의 성향의 변화는 어떠한지 알려주세요.
가구의 생산시기에 주안해서 설명드릴게요. 르네상스 시기의 앤틱가구의 경우 가치가 매우 하락했어요. 현대적인 인테리어와 참 잘 어울리는데, 안타까워요. 루이 14세 가구, 레정스, 루이 15세, 루이 16세 앤틱가구의 경우 최근 들어 변화무쌍하죠. 20세기 초 가구의 경우, 요즘 인기가 매우 높아요. 프랑스는 물론 미국 컬렉터들이 많이 찾는데 걸작 중의 걸작들을 수집하죠.
1980년대에 앤틱시장은 최고의 호황을 누렸어요. 투자를 목적으로 구입하는 사람들도 있었고요. 그중에 가장 잘 알려진 컬렉터는 바로 로스앤젤레스에 소재한 게티 미술관(Getty Museum)이에요. 워낙 예산이 많아서 최고의 진귀한 앤틱가구들을 많이 구매했어요. 이후 게티 미술관은 최고의 18세기 프랑스 앤틱가구 컬렉션이라는 명성을 얻었죠. 그리고 최근 몇 년 전부터 컨템포러리 미술이 각광을 받으면서, 가구시장에도 20세기 말과 21세기 디자이너 가구를 찾는 추세가 급증했어요. 그리고 아르데코 가구도 인기가 많아요.
그리고 이러한 트렌드의 흐름에 상관없이 늘 최고의 가치를 유지하는 것들은 걸작들이죠. 경기와 트렌드와 무관하게 이들은 최고가로 거래되고 있어요. 반면 고가와 저가의 중간에 위치한 앤틱가구들은 가치가 급격히 하락했어요. 이유는 중가 컬렉터들은 요즘 경기가 어려워서 컬렉션을 포기한 경우가 많아요. 그렇다고 거장 컬렉터들이 이런 가구에 관심을 갖지도 않으니, 고객이 없어요.

Q. 미래의 한국 앤틱컬렉터들에게 조언 부탁드려요.
평소에 주변에 있는 사물이나 오브제에 관심을 가져보기 시작해보세요. 그렇게 관심과 애정을 갖고 주변 분위기를 아늑하고 따뜻하게 꾸며보세요. 그러면서 모던한 것들과 앤틱 소품을 믹스해보면 참 재미나죠. 아름다운 가구와 소품들은 저절로 조화를 이뤄요. 너무나 흥미롭죠.

글 | 이화행
아츠앤컬쳐 파리특파원, 파리 예술경영대 EAC 교수
소르본느대 미술사 졸업, EAC 예술경영 및 석사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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