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ncent Van Gogh La Chambre de Van Gogh à Arles, 1889 © Musée d'Orsay, dist. RMN-Grand Palais / Patrice Schmidt
Vincent Van Gogh La Chambre de Van Gogh à Arles, 1889 © Musée d'Orsay, dist. RMN-Grand Palais / Patrice Schmidt

 

기 코즈발(Guy Cogeval) 관장 © Nicolas KRIEF
기 코즈발(Guy Cogeval) 관장 © Nicolas KRIEF

[아츠앤컬쳐] 파리의 명소 오르세 미술관이 새롭게 태어났다? 오르세미술관은 기 코즈발(Guy Cogeval) 관장 역임 이후 매일 새롭게 태어난다고 할 정도로 미술관 전체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미술관의 전면적 변화에 현지인들은 오르세 미술관이 아닌 ‘누벨 오르세(Nouvel Orsay)’라고 2011년부터 칭하고 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과거 기차역으로 준공되었던 현재 미술관 건물은 1986년에 오르세미술관으로 재탄생하였다. 프랑스 19세기 미술작품을 소장하고 전시하는 오르세미술관은 루브르박물관과 함께 프랑스의 가장 대표적인 미술관이다. 코즈발 관장의 미술관 운영철학과 함께 반고흐 기획전, 이번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차 방한까지 소상히 아츠앤컬쳐 100호 특집 인터뷰를 통해 만나보았다.

Van Gogh_Fritillaires
Van Gogh_Fritillaires

미술사학자 출신인 코즈발 관장은 프랑스의 다수 미술관에서 큐레이터로 근무하다가, 몬트리올 미술관장으로 초빙되어 8년간 활동 후 2008년에 오르세미술관장으로 임명되었다. 이후 2009년 리노베이션 공사를 시작으로 지속적인 변모를 거듭하는데 ‘누벨 오르세’ 프로젝트는 2015년에나 완성될 예정이다. 실상 ‘누벨 오르세(Nouvel Orsay)’ 프로젝트가 구체적으로 언급된 것은 2011년 3월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장이었으며 현재 오르세미술관의 고문인 필립 드 몽테벨로와의 회담을 통해서였다. 코즈발 관장이 제일 처음으로 바꾼 것은 조명이다. 그에 따르면 최고의 걸작이 너무 형편없는 조명시설로 비추어지고 있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다고 한다.

Vincent Van Gogh L’Église d’Auvers-sur-Oise, vue du chevet, juin 1890© Musée d'Orsay, dist. RMN-Grand Palais / Patrice Schmidt
Vincent Van Gogh L’Église d’Auvers-sur-Oise, vue du chevet, juin 1890© Musée d'Orsay, dist. RMN-Grand Palais / Patrice Schmidt

오르세 미술관은 2009년 최초로 리노베이션 공사를 시작하여 2년간의 공사를 마치고 2011년 10월 20일에 새롭게 단장한 모습으로 관람객을 맞았다. 인상파 컬렉션을 미술관의 꼭대기 층으로 올려서 상당수의 벽을 허물어 대형 홀로 변모시켰고, 가구 및 디자인 컬렉션도 강화하였다. 전체적으로 기존의 화이트 큐브 개념의 흰 벽이었던 미술관이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보라색, 주황색, 회색 등 여러 색으로 단장하였다. 이에 맞추어 카탈로그도 시대순으로 새롭게 출판하였다. 이러한 개혁의 바람은 상설컬렉션에 멈추지 않고, 기획전을 통하여 ‘누벨 오르세’를 계속 실감할 수 있다. 고전적인 19세기 작품을 회고전이나 일정 테마로 묶어서 보여주는 기존의 방식을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 너무나 잘 알려진 화가의 전시를 이색적인 각도에서 새롭게 조명한다든지, 기존에 미술관에서 다루지 않았던 파격적인 콘텐츠로 전문가와 관객들을 계속 놀라게 하고 있다.

Van Gogh_H_pital Saint-Paul
Van Gogh_H_pital Saint-Paul

현재 진행 중인 <반고흐, 앙토냉 아르토-사회가 자살시킨 사람(Van Gogh, Antoin Artaud, Le suicidé de la société)>을 통해서도 이러한 취지의 ‘누벨 오르세’를 실감할 수 있다. 고흐가 죽은 뒤 50여 년이 지난 1947년 1월 프랑스 파리의 오랑주리관에서 반 고흐의 전시회가 개최된다. 고흐의 그림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던 무렵이었는데, 그때 프랑스 로데즈 정신병원에서 추위와 배고픔, 격리와 전기충격의 고통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던 한 예술가가 기진한 몸을 이끌고 반 고흐의 전시관을 찾는다.

Vincent Van Gogh Portrait de l’artiste, Saint-Rémy-de-Provence, 1889© Musée d'Orsay, dist. RMN-Grand Palais / Patrice Schmidt
Vincent Van Gogh Portrait de l’artiste, Saint-Rémy-de-Provence, 1889© Musée d'Orsay, dist. RMN-Grand Palais / Patrice Schmidt
​Man Ray_Antonin Artaud​
​Man Ray_Antonin Artaud​

어느 주간지에 정신과 의사인 프랑수아 조아킴 비어가 반 고흐를 정신병자로 진단한 ‘반 고흐의 악마성’이란 책을 출간했다는 기사를 읽고 발끈했던 그는 전시회에 다녀오자마자 가히 광기 어린 상태에서 책 한 권을 단번에 써낸다. 그가 바로 소위 ‘잔혹극’ 이론으로 유명한 연극연출가이자 배우이자, 무엇보다 시인인 앙토냉 아르토(Antonin Artaud)이다. 이 두 사람은 서로의 예술세계를 잘 이해할 것이라 판단하여 아르토에게 당시 갤러리스트였던 피에르 로브의 권유가 있었다고 전시 초반부에 설명되어 있다.

당대의 사람들에게 잘 이해받지 못했던 두 광기 어린 영혼의 만남을 전시를 통해서 보여준 이자벨 칸(Isabelle Cahn) 큐레이터의 과감하지만 설득력 있는 기획력이 돋보였다. 이번 전시를 위하여 3년간 준비하였다는 그녀는 두 사람은 동시대를 살지는 않았지만 사회가 바라보지 못하는 서로의 예술혼과 광기 속의 평화를 보았던 것 같다고 한다. 비극적인 죽음을 통하여 사라진 두 예술가의 이편의 평화가 고흐의 작품 속에서 뿜어져 나온다. 햇살이 가득한 시골 풍경은 물론, 협죽도를 담은 정물화에는 프랑스 소설가 에밀 졸라의 ‘삶의 기쁨’이라는 책이 놓여있는데 침대맡에 두고 자주 읽었는지 표지와 책장에 낡은 흔적이 보인다.

Antonin Artaud Le théâtre de la cruauté, 1946 © Centre Pompidou, MNAM-CCI,Dist. RMN-Grand Palais / Jacques Faujour © ADAGP, Paris 2014
Antonin Artaud Le théâtre de la cruauté, 1946 © Centre Pompidou, MNAM-CCI,Dist. RMN-Grand Palais / Jacques Faujour © ADAGP, Paris 2014

한편, ‘누벨 오르세’가 한국에도 찾아온다. 국립중앙박물관에 5월 3일부터 8월 31일까지 <오르세 미술관전-근대도시 파리의 삶과 문화>라는 전시가 열린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카롤린 마티유(Caroline Mathieu) 큐레이터와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1880년대 인상파가 해체되면서 당시 출현했던 나비파, 상징주의, 신인상파 등 프랑스 미술사에 중요한 작품들을 173점이나 선보인다고 한다. ‘인상주의, 그 빛을 넘어(Au-delà de l’Impressionnisme: Naissance de l’art moderne)’라는 테마로 1880년부터 1914년까지를 다루었는데 이 시기는 만국박람회와 더불어 프랑스 예술이 다양성으로 거듭나는 중요한 시기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모네, 르누아르, 드가 등 저명한 인상주의 화가들은 물론 세잔, 반 고흐, 고갱, 르동, 루소에 이르기까지 후기 인상주의 화가들의 대표적인 작품들이 전시된다. 또한, 에펠탑과 아르누보 작가인 에밀 갈레를 보여주는 특별 섹션이 준비되었다고 한다.

2000년을 기점으로 한국에 꾸준히 오르세미술관의 소장품을 전시하고 있는데, 한국 관람객들의 안목이 점점 전문적이고 까다롭게 변화하는 것을 실감한다며, 꾸준히 콘텐츠 계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국제담당인 올리비에 시마(Olivier Simmat)는 밝혔다. 또한, 코즈발 관장은 이번 전시에 정말 예외적으로 좀처럼 외부로 대여하지 않는 걸작들을 다수 포함시켰다면서 한국관람객들에게 특별히 후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의 오프닝에 참석하고자 코즈발 관장은 물론 오르세 미술관 관계자들이 서울을 방문한다며 인터뷰를 통하여 남다른 기대감을 표했다.

글 | 이화행
아츠앤컬쳐 파리특파원, 파리 예술경영대 EAC 교수
소르본느대 미술사 졸업, EAC 예술경영 및 석사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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