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llet Onéguine, dessinant l’âme russe
[아츠앤컬쳐] 푸쉬킨의 소설과 차이코프스키의 오페라 음악에 존 크랑코가 안무한 발레 <오네긴>이 파리의 가르니에 오페라극장에서 며칠 전 막을 내렸다. 러시아 국민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푸쉬킨의 원작 소설인 <예브게니 오네긴>은 1832년에 출판되었으며 차이코프스키가 작곡한 오페라는 1877년에 완성되었다. 이후 1965년에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안무가 존 크랑코(John Cranko)에 의하여 오네긴은 발레로 재탄생하였다. 2009년에 파리 국립오페라극장의 레퍼토리 공연으로 채택된 이후 꾸준히 무대에 올려지고 있다. 한편, 2004년에 강수진 씨가 타티야나 역으로 슈투트가르트 발레단과 내한 공연하여 국내 발레팬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독일에 베르테르가 있다면, 러시아에는 오네긴이 있다고 표현할 만큼 두 작품 모두 낭만주의의 대표작으로써 주인공들의 비극적인 사랑을 담고 있다. 남녀의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으로 인한 깊은 고통을 그린다. 작곡가인 차이코프스키도 여주인공인 타티야나에게 깊은 연민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기록되었다. 네 명의 젊은 남녀를 축으로 전개되는 스토리는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무대로 전개된다.
사교적이며 자유분방한 오네긴, 그런 그에게 사랑에 빠지는 순수하고 몽상가적인 타티야나, 명랑하고 쾌활한 그녀의 여동생 올가, 그리고 그녀의 약혼자이자 젊은 문학가인 렌스키 사이에서 일어나는 사랑, 유혹, 갈등 그리고 분노가 무대를 수놓는다. 오네긴의 자유분방함에 결국 친구인 렌스키는 죽음을, 그를 흠모한 타티야나는 사랑의 절망을 경험하고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된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후, 오네긴과 타티야나는 그레민 궁의 무도회장에서 대면하게 된다. 오랜 방랑 끝에 돌아온 오네긴은 유부녀인 타티야나에게 사랑을 고백하지만, 그녀는 침착함을 잃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며 남편에게 충실한 아내의 자리를 지키겠다고 오네긴에게 영원한 작별인사를 던진다.
1950년대 초반 존 크랑코는 소설로 오네긴을 접하게 된다. “소설을 읽고 무척 강한 인상을 받았다. 네 명의 인물을 통해 완벽히 상반되는 타입의 안무를 구상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미완성된 사랑의 비극적인 면을 강조했다.”
존 크랑코는 소설을 접한 이후 꾸준히 안무작업을 시도하였으나 어려움 끝에 결국 1965년 4월 13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공연으로 첫선을 보였다. 이후 1967년에 수정하여 새로운 버전을 선보인 것이 오늘의 발레 <오네긴>이다. 기록에 따르면 1972년 러시아 공연 당시 극심한 비난을 받았다. 보수주의자들이 <예브게니 오네긴>을 러시아의 국가적인 유산이라 주장하며 매우 배타적인 태도를 보였다. 크랑코는 오페라 음악과 발레 음악을 일부 달리하여 해결책을 찾았다고 한다.
이번 공연은 에투알 발레리나인 이자벨 시아라볼라(Isabelle Ciaravola)의 아듀 무대였다. 그녀는 그간 드라마발레를 통해 두각을 나타내다가 2009년 <오네긴>의 타티야나 역으로 에투알 지명을 받았던지라 이번 무대가 더욱 각별했을 것이다. 실상 서른일곱 살에 에투알 지명을 받은 지라, 그녀에게는 정상의 자리가 더욱 뜻깊었다고 한다. 프리미에 댄서로 활동하면서 늘 그 자리에 오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고 하며 오랜 노력의 시간을 되새기기도 했다. 파리 국립오페라 발레단에서 활동한 지가 벌써 24년이라고 하니 세월이 빠르다. 은퇴 이후의 활동에 대해서는 거의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고 하면서 우선 프랑스 및 해외에서 후배양성에 주력하겠다고 파리 국립오페라 자체 발행 매거진을 통해 밝혔다. 무엇보다 일본과 유럽에서 다르게 표현되고 연출되는 발레의 다양성에 흥미를 갖고 있다고 한다.
글 | 이화행
아츠앤컬쳐 파리특파원, 파리 예술경영대 EAC 교수
소르본느대 미술사 졸업, EAC 예술경영 및 석사 졸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