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do tremblant le Châtelet
[아츠앤컬쳐] 신명나는 태고소리에 파리 한복판에 위치한 샤틀레극장이 뒤흔들렸다고 프랑스의 저명한 일간지 르몽드지는 호평하였다. 14명의 단원으로 구성된 코도(Kodo)는 태고(Taiko)라는 큰 북을 연주하는 그룹으로 1981년에 창단되었다. 이번 샤틀레극장의 코도 공연은 2014년 세계순회공연의 일환으로써 2014년 2월에 5회의 연주 동안 연일 매진을 기록했다. 코도는 샤틀레극장에서 이미 두 차례 공연을 가진 바 있어서, 고정팬층도 확보하고 있다.
이번 2014년 ‘전설(Legend)’이라는 타이틀의 세계 순회공연은 타마자부로가 처음으로 예술감독을 맡아서 기획한 공연이다. 그는 다소 상반되는 깊이와 가벼움이라는 두 요소를 동시에 추구하며 코도의 진가를 최대한 극대화하고자 했다. 또한, 타마자부로는 무대와 관객이 함께 호흡하는 알터너티브(alternative)한 공연을 창작하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본래, 코도 단원들은 한탠(hanten)이라는 일본의 전통 의상을 입고 공연하는데, 타마자부로는 기존의 틀을 깨고 유머와 우아함이 가미된 독창적인 의상을 새롭게 추가하였다.
타마자부로 반도(Tamasaburo Bando)는 본래 가부키 대배우로 활동했었다. ‘온나가타’라 하여 여성의 역할을 하는 배우 중 현존 최고의 배우로 세계적인 명성이 자자하다. 그는 유럽과 미대륙을 비롯하여 전 세계의 무대에서 공연하며 수 없이 찬사를 받았다. 또한, 연출가로서 로미오와 줄리엣, 가진 베소(Kajin Besso)를 기획했고, 영화감독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의 영화는 예술계에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이처럼 무대인생을 걸어온 타마자부로 반도와 코도의 인연은 특별하다. 2012년에 코도의 예술감독에 역임하여, 그동안 배우로 활동하던 세계 무대에 대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감동적인 무대를 선사하고 있다. 또한, 같은 해 9월에 일본의 인간문화재로 지정받는 영예를 얻었다. 이어 이듬해 2013년에는 프랑스에서 그가 양국 간의 문화예술 교류에 이바지한 특별한 공로에 감사하고자 문화예술훈장을 수여하였다.
일본의 전통음악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공연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코도는 현재 14명의 젊은 단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룹 창단의 기원을 살펴보면 이미 60년이 다 되어간다. 1951년 재즈음악가인 다이하치 오구시(Daihachi Oguchi)가 우연히 옛날 태고의 악보를 발견하면서 이루어졌다. 그는 도쿄 근교의 오수와 절에 있는 스님들에게 연주를 함께하자고 제안드렸다. 오수와사는 도쿄의 서부에 위치한 호루리쿠 산간지역의 수와 호숫가에 위치해있다.
이렇게 처음에는 몇 종류 안 되는 악기로 단출하게 연주를 하면서 시작하였던 것이 점차 북의 종류와 수를 더해서 확장되었다. 그렇게 커진 것을 바탕으로 1957년에 호쿠리코에 ‘태고협회’가 창립되었다. 이듬해 음악가인 수케로쿠 다이코가 정식 앙상블을 창단하여 고음악적 요소를 강화하였다. 빠르면서 마치 물 흐르는 듯한 역동적인 에너지가 가득한 음악스타일로 거듭났고, 그 때문에 두터운 애호가층이 형성되었다고 한다.
1969년에 음악가 다가야수 댄 폰대(Tagayasu Den fonde)가 일본의 서해에 위치한 사도(sado)섬에 사도노쿠니라는 그룹을 창안했다. 그 섬에 현대사회의 삶과 단절하려는 일본의 젊은이들을 소집했다. 실상 타악기를 두드리는 행위는 단순한 소리를 내고 음악을 연주하는 범주를 넘어선 종교와 참선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다. 사도노쿠니 그룹도 해외에 알려진 바 있다. 이후 1981년에 코도라는 명칭으로 새롭게 그룹이 형성되었다.
한편, 1970년대 일본 정부는 소멸되어가는 일본 전통문화를 되살리려는데 힘썼다. 코도는 이러한 국가지원금으로 페스티벌에서 사용할 극장을 건립할 수 있었다. 참고로 현재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태고를 연주하는 악단이 8,000개가 넘는다고 한다니 그 인기를 바로 실감할 수 있다. 태고의 인기는 일본열도를 넘어서 유럽과 미대륙에서 가히 폭발적이다.
얼마 전 파리의 오르세미술관에서 남성누드를 주제로 대형 기획전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예술계에서 여체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빈번히 다루었지만, 정작 남성의 몸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안타까움을 느낀 미술관 운영진이 오랫동안 역사 속에서 다루어진 남성의 신체를 재조명하려는 취지에서 기획한 것이다. 이후 파리에서는 마치 트렌드라도 형성된 듯 여기저기 갤러리에서 눈에 띄게 남성의 누드작품이 많아졌다. 코도 공연을 보는 동안 태고 연주는 음악의 범주를 넘어선 수련의 과정이라는 말을 실감했다. 북을 치는 그들의 근육과 넘치는 에너지가 태고의 소리와 어우러져 무대에 또 다른 아름다움을 연출했다.
글 이화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