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니에 국립오페라 (Opéra national Garnier)

Alice Renavand © Charles Duprat / Opéra national de Paris
Alice Renavand © Charles Duprat / Opéra national de Paris

 

[아츠앤컬쳐] 고풍스러운 파리의 가르니에 오페라극장의 무대가 온통 금빛으로 물들었다. 국립오페라발레단의 프리미에 당세즈(Premiere Danseuse)인 알리스 르나방(Alice Renavand)의 아름다운 연기는 마치 천상에서 내려온 공주인 카구야히메를 방불케 했다. 일본의 전래동화인 달나라의 공주이야기 <카구야히메>에 일본 작곡가인 마키 이스히(Maki Ishi)가 곡을 만들어 체코의 안무가인 지리 킬리안(Jiri Kylian)이 창작한 <카구야히메> 발레가 두 번째로 파리 국립오페라 극장 무대에서 선보였다. 동서양의 문화가 하나 되고, 고전과 현대를 아우른 <카구야히메>는 국제적이라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세계인을 감동시킨 국경을 초월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늙은 대나무지기가 어느 날 대나무 안에서 여자아기를 발견한 신기한 일본 전래동화인 <카구야히메>는 1992년에 프랑스에 번역되어 소개되었다. 자녀가 없던 노부부는 이 아기를 친딸처럼 극진히 키웠고, 그 아기는 자라서 눈부신 미모의 여인이 된다. 수많은 구혼자 중 마지막 다섯 명의 후보에게 각각 진귀한 물건을 구해오라는 숙제를 내지만 아무도 성공하지 못한다. 결국, 천왕의 청혼에도 그녀는 거절하면서 자신은 이 세상의 사람이 아니라 다가오는 8월 15일에 달나라로 돌아가야 한다며 친부모님처럼 키워준 노부부와 헤어지는 슬픔을 감추지 못한다.

 

작곡가인 마키 이스히는 원작에 비하여 달나라에서 온 천사들과 인간군사들과의 결투장면을 확대하였다. 이후 지리 킬리안이 흑색과 백색의 두 무리가 맞대항하는 안무를 통하여 극적 긴장감을 고조시키며 역동적인 발레를 탄생시켰다. 2010년 파리의 바스티유 국립오페라에서 선보인 이후에 극장의 레퍼토리 공연으로 등록되었다. 2막 8장으로 구성된 <카구야히메>는 공주가 하늘에서 지상으로 내려오는 장면으로 시작해서 마지막에 다시 달나라로 승천하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결국, 처음으로 되돌아간다는 동양적 정서를 축으로 한 작품이다. 또한, 일본의 전통악기인 고토의 선율과 황실전통예술단인 가가쿠의 연주가 이색적이었다. 그래서인지 무대의 간소함 속에 혼이 담긴 듯한 동양화 속의 여백의 미를 보는 듯했다.

 

체코의 안무가인 지리 킬리안은 일본문화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표현했다. “문학과 무용은 상이하게 표현되는 서로 다른 예술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구야히메 작업은 가치 있는 모험이라고 판단했어요. 이후 우리는 심플함을 통해서만이 이상적인 결론에 도달한다고 확신했지요. 지극히 평범한 무대장치를 선택하여, 회전이나 변형을 통해 기존에 사용하던 방식에 변화를 주었죠. 이러한 다소 초현실주의적인 오브제의 활용이 환상적인 무대를 만들어냈죠.

 

마치 마술처럼 문학과 무용이라는 서로 다른 예술의 본질은 물론 동서양의 경계까지도 허물었죠. 그 안에서 음악과 무용, 조명, 무대 등 모든 것들이 환상적으로 1000년이 지난 전래동화를 현대의 작품으로 탈바꿈시켰지요.”

 

<카구야히메>는 몽환적이면서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표현한 시공을 초월한 작품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관객석에 일본 국빈들의 모습이 몇몇 눈에 띄었다. 공연 후 일본전통악사들과 인사를 나누는 기모노를 곱게 차려입은 고위관료의 부인들도 인상적이었다. 얼마 전 파리에서 본 유니버셜 발레단의 <발레 심청>에 대한 아쉬움도 함께 떠올랐다. 언젠가 우리의 전통문화도 파리 국립오페라극장의 무대에 올라 세계인에게 선보일 그날을 기대해 본다.

 

글 | 이화행
아츠앤컬쳐 파리특파원, 큐레이터/ 아트컨설턴트, 파리예술경영대 EAC 출강
EAC 예술경영학 학·석 사 졸업, 소르본느대 Sorbonne 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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