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Fille du Régiment, Donizetti
파리 바스티유 국립오페라 (Opéra Bastille National de Paris)

Natalie Dessay (Marie), Juan Diego Florez (Tonio), Alessandro Corbelli (Sulpice) © Opéra national de Paris/ Agathe Poupeney
Natalie Dessay (Marie), Juan Diego Florez (Tonio), Alessandro Corbelli (Sulpice) © Opéra national de Paris/ Agathe Poupeney

 

[아츠앤컬쳐] 19세기 이탈리아의 작곡가 도니제티(Domenico Gaetano Maria Donizetti, 1797~1848)의 오페라인 <연대의 딸(La Fille du Régiment)>이 파리 바스티유 국립오페라에서 10월, 11월에 성황리에 연주되었다. <연대의 딸>은 프랑스 나폴레옹 시대의 군대를 배경으로 여주인공 마리(Marie)의 인생스토리가 흥미있게 전개된다. 베르가모 출신인 도니제티가 프랑스어 오페라를 창작했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1시간 30분 동안 흥미롭고 경쾌하게 진행되는 <연대의 딸>은 2막으로 구성 된 ‘오페라 코미크(Opéra comique)’ 장르에 속하며, 1940년에 파리에서 초연되었다. 한편, 도니제티는 우리에게 <사랑의 묘약> 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오페라 무대에서 여주인공이 다림질하는 모습은 좀처럼 보기 쉬운 장면은 아니다. 19세기 프랑스 화가인 드가(Degas)의 회화 작품에 나오는 다림질하는 여인들을 연상케 한다. 드가의 그림에는 다림질하는 여인과 다림질하면서 하품을 하는 여인 등이 미화되지 않은 채 사실적으로 표현되었다. 도니제티의 다림질하는 여인은 씩씩하고 시원스러워 보인다. 다림질 동작에 맞춰서 뿜어내는 가창력이 매우 인상적이었던 마리(Marie) 역에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소프라노 나탈리 드세이(Nathalie Dessay)가 열연하였다. 탁월한 고음처리로 알려진 드세이는 감칠맛 나는 연기 또한 탁월했다. 그녀는 이미 2007년 런던의 코벤트 가든에서 마리 역을 훌륭히 소화해낸 바 있다.

Natalie Dessay (Marie), Juan Diego Florez (Tonio), Alessandro Corbelli (Sulpice) © Opéra national de Paris/ Agathe Poupeney
Natalie Dessay (Marie), Juan Diego Florez (Tonio), Alessandro Corbelli (Sulpice) © Opéra national de Paris/ Agathe Poupeney

 

이번 바스티유 오페라 공연에서도 그녀의 연기는 능청스러울 만큼이나 안정감이 있었고,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무대 위의 군부대를 들었다 놓는 듯한 카리스마를 발휘했다. 한편, 프랑스의 저명한 일간지 르몽드(Le Monde)지는 나탈리 드세이가 바스티유 오페라를 정복했다고 극찬했다.

연대를 배경으로 한 1막의 풍경과는 달리 2막의 배경은 후작부인의 성이다. 그곳에서 마리는 귀족 교육을 받느라 따분하기 짝이 없다. 자신을 친딸처럼 키워 준 연대를 떠나서 후작부인의 성에 들어온 마리는 행복하지 않았다. 비극은 그뿐이 아니다. 사랑하는 토니오(Tonio)가 아닌 후작부인이 예비해 둔 귀족 계급의 남성과 결혼이 예정되어 있다. 토니오는 본래 마리가 속해있던 연대의 적군이었지만, 과거 마리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었기에, 그녀는 연대로부터 그를 방어해주었다.

이처럼 서로의 생명을 구해준 두 사람의 인연은 사랑으로 꽃을 피우게 되는데, 불현듯 나타난 후작부인의 출현으로 난관에 부딪히게 된 것이다. 토니오 역에는 페루 출신의 세계적인 테너 후안 디에고 플로레스(Juan Diego Florez)가 열연하였다. 이번 공연 중에 관객들의 뜨거운 환호에 보답하고자 그 자리에서 바로 앙코르곡을 연주하여 많은 화제가 되었다.

 

한편, 로랑 펠리(Laurent Pelly)의 무대연출은 마치 거대한 지도가 입체적으로 접혀 언덕을 형성한 것처럼 보였다. 간결하면서도 함축적인 무대연출은 당시의 시대상을 잘 묘사하여, 오페라의 줄거리를 한층 더 명확하게 부각시켰다. 그리고 등장인물들이 지도 언덕을 넘는 모습을 보면서 마치 국경이라도 넘는 것처럼 전시의 상황이 생생하게 다가왔다. 무엇보다, 2막에서 불현듯 탱크가 등장해 모두를 긴장시켰다. 그렇다.

결국, 순정파 청년 토니오는 연대의 군인들과 탱크를 동원해 후작부인의 성으로 돌진해 와 마리에게 뜨거운 사랑을 고백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사랑의 승리를 경축하는 애국의 합창곡인 ‘안녕 프랑스(Salut à la France)’가 무대 위에서 울려 퍼진다. 합창이 끝날 무렵에 천정에서 거대한 수탉 그림이 내려오면서, 꼬끼오하는 닭의 울음소리로 함께 오페라는 막을 내린다.

참고로 수탉은 프랑스를 상징하는 동물이다. <연대의 딸>은 전시라는 암울한 시대상을 두 남녀의 사랑에 포커스를 맞추고 중간 중간마다 희극적인 요소를 가미하여 ‘오페라 코미크’ 장르답게 경쾌하고 해학적으로 풀어냈다. 바스티유 오페라 전체가 온통 축제분위기로 관객들은 흥겨움에 젖어 박수와 환호로 회답했다.

글 | 이화행
아츠앤컬쳐 파리특파원, 큐레이터/ 아트컨설턴트, 파리예술경영대 EAC 출강
EAC 예술경영학 학·석 사 졸업, 소르본느대 Sorbonne 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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