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흔들리며 피는 꽃이 아름답다 했다.
비바람 속에서 부러질 듯 흔들리다가도 볕이 좋은 날 다시 애초롬하게 고개를 드는 꽃송이가.

삶과 사랑에서도 흔들리며 피워낸 결실이 더욱 아름답다. 흔들림은 온몸의 충격을 탄력으로 버텨내면서도 생채기와 부러짐을 감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흔들림의 사고(思考)를 담은 많은 작품들 중 플라멩코에 실린 멋진 노래가 있는데 바로 집시 킹즈(Gipsy Kings)의 ‘밤볼레오’(Bamboléo)이다.

플라멩코와 룸바, 라틴 팝이 절묘하게 배합된 ‘밤볼레오’는 80년대 말 월드 뮤직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끌어냈다. 플라멩코 특유의 현란하고도 이국적인 기타와 보컬 플레이 그리고 자유를 만끽하게 하는 집시 톤의 해방성은 ‘밤볼레오’의 세계화를 가져왔다.

‘밤볼레오’는 “흔들리다”, “요동하다”, “매달리다”란 뜻을 지니는데 노래의 낙관적인 가사와 혁신적인 연주 스타일은 당시 젊은이들의 진보적 음악성을 충족시켰다. 특히 후렴구인 “흔들리고 흔들린다. 나의 삶을 이런 방식으로 살고 싶기에(Bamboleo, bambolea, Porque mi vida yo la prefiero vivir así)”라는 구절은 요동치는 자유와 자기애(自己愛)의 열망을 전달하기에 충분했다.

이렇듯 ‘밤볼레오’는 집시 킹즈의 3집(1987) 첫 트랙에 실려 이듬해 영국과 미국 버전 그리고 롱 버전이 발표될 때까지 인기를 누리며 90년대 월드 뮤직의 선전을 예고했다. ‘밤볼레오’와 더불어 ‘나와 춤을(Baila Me)’, ‘벰 벰 마리아(Bem Bem Maria)’, ‘죠비 죠바(Djobi, Djoba)’, ‘들어줘(Escucha Me)’, ‘사랑(Un Amor)’, ‘볼라레(Volare)’ 등 무수한 히트곡을 쏟아낸 집시 킹즈의 저력은 둘도 없이 출중한 라인업에 있다. 빠르고 거칠며 격정적인 기타 스타일을 자랑하는 멤버들은 집시 출신의 레예스(Reyes) 가족과 그 사촌들로 한 때 로스 레예스(Los Reyes)로도 불렸다. 프랑스 아를 지역을 기반으로 이들은 지타노-프렌치(gitano-french) 밴드답게 거리나 축제, 음악 페스티벌을 순회하며 룸바 플라멩카(rumba flamenca)의 아름다움을 전파했다.

사실 룸바 플라멩카는 전통 플라멩코를 즐기는 사람들의 입장에선 다소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기도 하는 하이브리드 장르로 본래 쿠바 음악이 성행하던 스페인의 안달루시아 지역에서 유래했다. 그러나 집시 킹즈는 캐스터네츠와 핸드클랩으로 세분화된 리듬과 신디, 베이스, 드럼, 퍼커션 등 팝 밴드 세션을 추가하여 수퍼 룸바 플라멩카로 라틴 음악의 지역성을 허물었다.

세계 시장을 공략한 ‘밤볼레오’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리드 보컬이자 기타리스트인 니콜라스 레예스(Nicolas R.)의 거친 듯 날렵한 창법에 있다. 또한 리드 기타리스트 토니노 발리아르도(Tonino Baliardo)의 현란한 기타 플레이, 안드레(André R.)와 파블로(Pablo R.)를 위시한 5인의 리듬 기타, 덧붙여 멤버들의 열정적인 핸드클랩은 3분 25초를 환상으로 바꾼다. 여기에 클로드 살미에리(Claude Salmieri)의 드럼, 마크 샹트로(Marc Chantereau)의 퍼커션 그리고 도메니크 페리어(Dominique Perrier)의 신디와 편곡은 가히 금상첨화의 본보기로 남는다.

한 마디로 집시 킹즈의 ‘밤볼레오’는 도가니에서 이글대는 제각각의 덩어리처럼 한껍에 울리는 저마다의 소리로 듣는 이의 심장을 흥분으로 들끓게 한다. 이들의 음악은 활대의 탄성으로 쏘아올린 화살촉과 같이 시위를 떠나 흔들리며 심장으로 향한다. 휘어지며 버텨내는 힘으로 달관한 명사수의 노래, 그 위력은 실로 강렬하다.

글 | 길한나
보컬리스트, 브릿찌미디어 음악감독, 백석예술대학교 음악학부 교수
stradak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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