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ce de la Concorde, Paris

 

[아츠앤컬쳐] 광장! 복잡한 현대의 도심 속에 열린 드넓은 이 광장은 우리의 숨통을 트여주는 곳이며 그리움에 지쳐있을 때 찾는 곳이며 동시에 이곳에서 그리워하던 사람을 만나는 곳이기도 하다.

광장은 그래서 텅 비어 있으나 항상 가득 찬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고독이 시작되고 이곳에서 만남이 시작되기도 한다. 광장은 거대한 허파처럼 언제나 숨을 쉬며 오가는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묘한 매력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광장에는 늘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대중들의 삶과 함께 살아 숨 쉬는 곳이다.

“런던은 수수께끼이고 파리는 그에 대한 해석(London is a riddle. Paris is an explanation.)”이라고 쓴 영국의 작가 체스터튼(G. K. Chesterton)의 말을 통해 파리가 얼마나 도시계획이 분명하고 확실한 바탕 위에 이루어졌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파리에는 수많은 광장들이 있다. 도시 전체의 삼 분의 일이 광장으로 가꾸어져 복잡한 도심을 숨통 트이게 만들었다. 파리 몽마르트르 언덕의 테르트르 광장을 비롯해서 스트라빈스키 광장, 알마 광장, 방돔 광장, 생 미셸 광장, 마레의 중심부에 위치한 보쥬 광장, 스탈린그라드 광장, 바스티유 광장, 그리고 콩코드 광장 등이 도심 한복판을 가로지르며 드넓게 펼쳐져 있어 좁아진 가슴을 펼치게 만드는 것이다.

루이 16세, 마리 앙투아네트, 프랑스 혁명 이후 공포정치를 실시하던 로베스 피에르, 그들을 포함해 무려 1,343명이 이 광장에서 이슬처럼 사라져간 곳이며, 이 광장은 파리 시내의 수많은 광장 중에서도 역사, 위치, 규모 면에서 가장 뛰어난 광장이다. 콩코드(Concorde) – 물론 이는 ‘조화’라는 뜻으로 사람들이 과거에 대한 반성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담아 광장의 이름을 콩코드로 바꿨던 것이다.

콩코드광장! 동서길이 360m, 남북길이 210m. 파리에서 가장 큰 광장으로, 동쪽은 튈르리 공원에 이어지고 북쪽은 루아얄가(街)를 통해서 마들렌 성당과 마주하며, 서쪽은 샹젤리제 거리와 통하고 남쪽에는 센 강에 걸린 콩코드교(橋)가 있다. 광장의 중앙에는 이집트로부터 기증받은 룩소르의 오벨리스크가 하늘을 찌를 듯 웅장하게 서 있고 분수와 조상(彫像)이 있다. 18세기에 루이 15세의 명으로 만들어졌으며, A.J.가브리엘이 설계하였다.

중앙에 루이 15세 상(像)이 있어 ‘루이 15세 광장’으로 부르다가 프랑스혁명 때 루이 15세 상이 파괴되고 ‘혁명광장’으로 개칭되었다. 계몽사상가인 몽테스키외, 볼테르, 루소, 디드로 등에 의해 약 반세기에 걸쳐 배양되었고, 루소의 문명에 대한 격렬한 비판과 인민주권론이 혁명사상의 기초가 되어 세상을 바꾸는 대역사가 이 광장에서 일어났던 것이다. 파리 중심부의 주요한 건물들이 사방으로 연결되어 있는 중요한 교차로임을 오벨리스크 주위에 서서 사방을 둘러보면 쉽게 알게 된다. 남쪽으로 보면 앵발리드의 금빛 돔이 멀찍이 보인다.

새로운 소망과 각자의 꿈을 안고 사람들은 광장으로 몰려든다. 붉게 떠오르는 태양은 동방에도 중동에도 유럽의 땅 위에도 똑같이 밝게 드리운다. 세월은 과거로 밀려가고 조용하나 멈추지 않는 센 강의 물결처럼, 새해를 맞아, 파리지앵들은 오늘도 변함없이 자신의 삶을 향유하고 기쁨을 가슴에 새긴 채 이 광장의 공기를 들이마시며 오늘이란 현재를 즐기는 것이다.

글·그림 | 정택영
재불예술인총연합회 회장, 프랑스예술가협회 회원, 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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