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 속 트렌치코트는 버버리(BURBERRY)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습니다.
위 사진 속 트렌치코트는 버버리(BURBERRY)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습니다.

 

[아츠앤컬쳐] ‘.... 문밖 문밖으로 나서니 싸늘한 새벽 아침
코트 깃을 올리고 휘파람 부니
이슬인지 눈물인지 내 눈가에 적시네
나지막이 다시 한 번 안녕.... 안녕....’

남자는 자기의 여자에게 미쳐 다 표현하지 못한 체념과 아쉬움으로 범벅된 속마음을 휘파람으로 대신했으리라. 코트 깃은 버리지 못한 남자의 자존심이다. 버리지 못한 자존심은 고독하다.

위 사진 속 트렌치코트는 버버리(BURBERRY)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습니다.
위 사진 속 트렌치코트는 버버리(BURBERRY)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습니다.

 

나의 지인은 가을비 내릴 때 듣는 김태화의 <안녕>은 가슴을 후벼 판다고 한다. 허스키한 김태화의 음색과 빗소리가 어우러져 아주 제격이라고. 난 여기에 하나를 더 보탠다. 트렌치코트!

트렌치코트를 입은 남자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비를 맞으며 쓸쓸히 걸어가면 감싸 안아주고 싶다. 이때 BGM은 김태화의 안녕이어야 한다. 김태화의 <안녕>과 <가을비> 그리고 <트렌치코트>는 초절정 분위기 메이커 3종 세트다.

스크린 속 트렌치코트는 모두 슬프지만 아름답다. 그리고 고독하다. 영화 <애수>에서 로버트 테일러의 모습이, <카사블랑카>의 안개 자욱한 공항에서 험프리 보가트와 잉글리드 버그만이 그렇다.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자유로운 영혼, 카사노바 류승룡이 입은 트렌치코트는 어떤 트렌치코트보다 더 고독하고 슬퍼 보인다.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는 수많은 영화 명장면 속에서 트렌치코트는 지독할 정도로 멋있게 슬퍼서 잊혀지지 않는다.

위 사진 속 트렌치코트는 버버리(BURBERRY)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습니다.
위 사진 속 트렌치코트는 버버리(BURBERRY)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습니다.

 

영화 속 트렌치코트만 그런 게 아니다. 내가 아는 중년 남자의 트렌치코트도 슬프도록 멋있다. 집안의 반대로 사랑하는 여인과 헤어졌지만 지금도 그녀가 그립다는 남자는 찬바람이 부는 이맘때쯤이면 늘 버버리 트렌치코트를 입고 가을을 탄다. 오래 입어 약간 낡아 바래진 트렌치코트 깃을 세우고 걷는 은발의 중년 남자는 그 어떤 배우보다 더 매력 있게 고독해 보인다. 트렌치코트는 누구든지 멋있어 보이게 하는 멋의 지존 같은 옷이다. 특히 주인과 함께 세월의 녹을 먹어 삶의 연륜이 쌓인 트렌치코트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근사하다.

어릴 적 나에게 트렌치코트는 듬직한 남자의 옷이었다. 국방색 트렌치코트를 입고 출근하시던 아빠의 트렌치코트는 위풍당당함과 삶의 고독한 모습을 상반되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트렌치코트는 지적이고 분위기 있는 어른의 옷이라고 생각했다. 영화 속 탐정들과 학구적인 이미지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트렌치코트를 입고 있기 때문일까?

위 사진 속 트렌치코트는 버버리(BURBERRY)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습니다.
위 사진 속 트렌치코트는 버버리(BURBERRY)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습니다.

 

그래서 나 역시 어른이 되었다는 상징으로 가장 먼저 장만하고픈 성숙한 옷 1호는 트렌치코트였다. 정작 어른이 되고 나서는 트렌치코트가 이별을 아름답게 할 때 입는 옷이라는 걸 알았다. 수많은 영화의 이별 장면에서 트렌치코트는 빠지지 않았고 가장 아름다운 이별 장면을 만들어 주었다. 나도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순간에는 꼭 트렌치코트를 입어야지 생각했다. 헤어지는 순간에 가장 멋있게 보이고 싶으니까. 그리고 나의 첫 트렌치코트를 30살이 시작되던 해 버버리로 장만했다. 진짜 어른이 된 나에게 주는 성인식 같은 거였다.

지금까지 많은 시간을 함께 해오고 있는 나의 버버리 트렌치코트는 매년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이맘때쯤이면 옷장에서 나와 아름다운 추억을 함께해준다. 특히 가을비 내리는 날은 망설이지 않고 버버리를 선택한다. 버버리 트렌치코트는 평범한 일상도 느낌 있는 일상으로 보이게 해주고 나를 스크린 속 주인공처럼 분위기 있어 보이게 하니까. 비비안 리가 그랬고 꺄트린느 드뇌브가 그랬던 것처럼.

트렌치코트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영국 브랜드, 버버리(BURBERRY)!
트렌치코트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 참호 속에서 추위와 비바람을 견뎌내기 위해 영국군 장교들을 위해 영국 황실의 테일러(TAYLOR)였던 토마스 버버리가 만든 장교 코트다. 바람과 비에 강하고 따뜻함에 감동한 장교들이 전쟁이 끝난 후에 버버리 코트를 가지고 고향으로 돌아가면서 일반인들에게 그 가치가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모든 트렌치코트를 ‘바바리’라고 부를 정도로 트렌치코트의 대명사로 불리는 버버리는 156년이라는 긴 세월을 거쳐 오면서 많이 모던해지고 젊어졌다. 해리포터의 똑똑하고 깜찍한 여주인공 엠마 왓슨이 입는 버버리는 젊어진 버버리를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젊은 버버리도 나의 눈에는 고독하게 아름답다. 당신 눈에도 그런지....

유난희
명품 전문 쇼호스트
저서 <명품 골라주는 여자> <아름다운 독종이 프로로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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